[후원의밤 후기3]”모든 시민은 노동자이자 돌봄자”라고 함께 외치고 행동하겠습니다_자원활동가 마라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여성노동자회 자원활동가 마라입니다. 얼마전 있었던 한국여노 후원의밤에 참석하셨던 분들과 앞으로 새로이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함께 할 분들께 이 편지를 씁니다~

2015년 이후 한국사회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 운동이 파도처럼 일었고, 저도 그러한 페미니즘 파도에 흐름을 타기 시작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여성에게 부당한 이 사회의 면면들을 깨달으며 분노하고 세대를 아울러 여성들을 관통하는 차별을 자각하며 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 다짐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페미니즘 의제들이 제 숨통을 틔워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여대’라는 온실에서 성장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온실 안에서 생활하다보면, 저기 밖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적 관행들은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학교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하며 사회 속 성차별적 단면들을 비판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정말 짜릿할 정도지만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앞선 카타르시스보다 거대한 불안함이 밀려들어옵니다.

 

‘여대’라는 공간, 카타르시스, 그리고 불안감의 3박자는‘내가 사회로 나가서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맞닿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전형典型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자, 여성주의 관점과 노동자로서의 삶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르바이트 노동현장에서, 취업준비 학원과 스터디에서 그러한 두려움을 반복적으로 체화했습니다.

 

▲2018년 3월8일 세시스탑 조기퇴근시위 행진에 함께한 마라(왼쪽)

그러던 와중에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만났고 자원활동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두려움을 걷어낼 수 있었지만 불안감을 자신 있게 걷어찰 수 있었던, 또 그렇게 함으로써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직접적 계기는 한국여성노동자회 31주년 후원의밤이었습니다.

가장 크고 단순한 이유는 여성주의를 내재화한 다양한 세대의 여성노동자들과 마주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돌봄노동, 육아휴직과 출산전후휴가, 그림자노동, 직장 내 성폭력, 최저임금 현실화와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의 여러 의제들을 노동현장에서 끊임없이 환기해왔던 역사는 그 자체로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수많은 선배들을 알게 된 것 같아 저는 투쟁의지를 다시 북돋울 수 있었고 햇병아리마냥 어리광을 부리며 선배들과 친해지고도 싶었습니다. ^^
후원의밤은 지났지만 제 귀에 아직도 맴도는 구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든 시민은 노동자이자 돌봄자이다’입니다. 우리는 임금노동, 가사노동 그리고 돌봄노동을 동시에 진행하며 사는 존재입니다. 저는 인간의 삶을 예술로 만드는 지점이 임금노동, 가사노동 그리고 돌봄노동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금노동 이외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여성에게만 요구하는 현실은 모두를 예술적 삶으로부터 저지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예술적 삶을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시민은 노동자이자 돌봄자이다’라는 구호를 외칠 것이며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연대하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 편지는 사회생활에 앞서 경직되어 있던 저를 녹여준 한국여성노동자회의 활동가들, 후원인들,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편지입니다. 덕분에 저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여성과 노동이라는 의제를 엮고 실천하는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습니다. 한편, 이 편지는 아직 두려움을 걷어내지 못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당신들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함께한다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수많은 여성노동자와 마주한다면 저처럼 긍정적 의지를 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S. 개인적으로 후원의밤에서 카타르시스가 폭발했던 지점은 ‘본떄를 보여줄거야’공연이었습니다. 이때 저는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만든 ‘인형의 파업’음반에 대한 구매욕이 하늘까지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원의밤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은 꼭 유튜브에 ‘본때를 보여줄거야’를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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