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여성의날] “성별 임금 격차 OECD 평균으로 줄이자” 여성노동에 대한 종합적인 정부정책 마련돼야 해결

“성별 임금 격차 OECD 평균으로 줄이자”
여성노동에 대한 종합적인 정부정책 마련돼야 해결

 

한국여성노동자회 송은정 노동정책부장

 

대선을 앞둔 지난해 말쯤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선임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인삼쿠키’ 발언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김성주 선대위원장은 “저같이 작은 중소기업 사장 하나도 30개국을 정복할 수 있는데 젊은이들이 정부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수동적인 입장인지 모르겠다”며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 ‘웰빙 진생쿠키(인삼과자)를 만들었다’고 구글에 올리면 전 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 어마어마한 가상세계가 있는데 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성주 회장은 다음 사례를 보고 어떤 발언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워낙 파격발언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상상하기도 어렵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 회사에 입사해 16년째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남성 입사동료는 4년 만에 대리 승진했는데 나는 13년 만에 대리 승진을 했다. 회사에서는 여성이 대리 승진한 것에 부정적이고 대리가 되면 과장 승진 대상이 되고 보니, 여성 대리들에게 권고사직을 권하고 있다. 회사는 또 여직원들이 앞으로 결혼하거나 출산하면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고사직을 거부하자 회사는 두 가지 안을 내놓았다. 3~6개월 정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거나, 계속 근무할 경우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5군 직군(승진 해당없음, 급여삭감, 일정 호봉까지만 인상, 사원호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2012년 광주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

30대 후반인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는 TV드라마나 다큐 프로그램 등에서 위의 상담사례 같은 내용이 종종 나왔었다. 그때 당시에도 이런 일들이 드라마에나 나오는 일이며 현실에선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최근에 와서는 방송에서조차 이런 노골적인 성차별 내용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2013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김성주 회장은 위의 상담자가 쓸데없이 상담이나 하는 대신 회사를 그만두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면 된다고 생각할까? 정말 그뿐일까?

 

[성별 임금격차 38.9% OECD 1위]

하지만 여성노동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수치들이 우리 사회 도처에 깔려 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8.9%로 OECD 1위다. 가끔은 나쁜 통계로만 우리나라가 OECD에서 1위하는 것들이 하도 많아 OECD의 각종 평균을 낮추기 위해 우리나라가 OECD를 가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는 4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즉, 전체 남성노동자의 평균임금이 100만원이라면 전체 여성노동자의 평균임금은 60만원 정도라는 뜻이다. 이렇게 격차가 나는 이유는 똑같이 입사해도 위의 사례처럼 승진 등의 차별로 임금차이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승진 차별 등의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입사 때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노동자보다 월급을 적게 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학 청소노동자 투쟁 때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남성 청소노동자는 여성노동자보다 힘든 일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10만원 가량을 더 받기도 했다.

이런 노골적인 차별은 차라리 낫다. 차별을 이유로 대응하기도 쉽다.
성별 임금격차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임금노동자 중 61.5%가 여성이다. 그리고 전체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 중에서도 61.8%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 수치는 남성의 1.5배다.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가 OECD 중 가장 심하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자, 여자 임금 격차가 OECD 꼴찌라고 세상 끝난 것처럼 호들갑 떠는데… 소일거리처럼 일하면서 평균 까먹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거잖아. 요즘 세상에 같은 일에 성별 다르다고 급여 다른 경우도 없고. 문제는 임금 차가 아니라 사회 환경이라니까.”라고 적었다.

평균 까먹는 이유를 편협하게 보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이고, 요즘 세상에 성별 다르다고 급여 다른 경우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진함이 걱정된다. 문제가 ‘임금 차’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에 있다고 내린 결론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보육정책,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소일거리로 일한다거나, 모성본능이 넘쳐나서 아이를 직접 돌보기 위해 임신, 출산을 하면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있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장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보니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하는 것과 자신이 돌볼 경우의 비용을 저울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성노동의 문제는 보육정책의 문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여성노동자는 가장 활발히 일해야 할 30대 초반에 고용시장에서 배제되어 그 이후 저임금, 비정규직을 감수하며 노동시장에 나서고 있다. 결국 여성의 생애별 고용률은 M자형 곡선을 그리게 된다.

우리 여성계가 105주년 3.8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별 임금격차를 OECD 평균으로 줄이라’로 요구하는 이유다. OECD 평균 성별 임금격차는 16%다. 우선 정부가 좋아하는 OECD 평균 수준으로라도 줄여보자는 거다.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단순하게 몇 개 정책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고용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개선해 나감으로써 고용의 질을 높여야만 한다.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법제화하는 것, 우선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여성채용․여성임원 할당제 등 법, 제도, 정책적으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정책과 일가정 양립대책 등이 전반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동현장에서 정책이 집행되게 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여성노동 공약부터 지켜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고용률 70% 달성과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공약했다. 취임사에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여성대통령 정부 시작부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공직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에는 여성 2명만이 등용돼 이전 정부보다도 더 적다.
더구나 새 정부는 2월27일 첫 여성정책으로 육아기 여성노동자의 근로시간단축제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망을 넘어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이 정책은 이미 이명박 정부 시기에일가정 양립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여성노동자를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내몬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연 이 정부가 여성노동 정책을 어떻게 이끌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 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여성노동 공약을 실현시키고, 더 나아가 여성노동자들이 빈곤과 폭력을 벗어나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보다 넓은 연대와 행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해 본다.

‘여성대통령’을 자임한 박근혜 정부가 출범초기 실망과 우려를 넘어서 여성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를 3.8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간절히 기대해본다.

 

※ 이 글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관한 ‘3.8세계여성의날 릴레기고’ 중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작성한  글로 ‘오마이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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