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비정규직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비정규직

 

임윤옥(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얼마전 동사무소에서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노동자를 만난 적이 있다. 사회복지 업무는 증가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회복지 공무원을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하루 7시간, 주 35시간 일하는데 급여가 공무원 기본급 급여의 7/8인 130만원이며 명절 상여금조차 없다.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월 10시간까지만 인정되어 업무에 따라 월 4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해도 어떠한 보상도 없다. 당사자는 시간제 근무 없이 8시간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는게 소원이라고 한다. 고학력 여성들이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이란 이름으로 기간제보다 더 열악한, 또 다른 차별직군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다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16,500명이나 창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4,000명, 국공립 시간선택제 교사 3,500명, 공공기관 9,000명 등인데 호응이 낮을까봐 영리행위와 겸직까지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오전에는 공무원으로, 오후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들에게 공공 업무에 따른 책임과 가치 구현을 요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국민 세금 100억여원과 고용보험 기금 227억여원을 들여 고용보험, 국민연금 사업주 분 전액과 인건비 50%를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지원하여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삼성, LG, SK 등은 이런 정부 정책에 호응하듯이 시간제 일자리 채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력을 채용하는데 왜 국민 세금과 고용보험기금에서까지 지원해야 하며 정부 지원이 끊긴 후에도 일자리의 고용 지속성이 담보 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2014년도 예산안을 보면 ‘12년도, ’13년도 시간제 일자리 인건비 예산 집행액이 50%도 되지 않을 만큼 시간제 일자리 호응도가 낮다. 예산 지원을 통해 창출된 시간제 일자리가 커피숍 등 알바 수준의 일자리라는 것도 이미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지자체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된 방문간호사 28명을 전원 해고하고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방문간호사를 기간제로 채용하면 2년 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어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 회피를 위해 아예 전원 해고하고 시간제 계약직공무원으로 신규 채용하겠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시간제가 정규직 전환 회피를 위해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여성은 전체 시간제 일자리의 73.1%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평균임금은 65만원이며 사회보험 가입율이 국민연금 13.9%, 고용보험 16.3%에 그치는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일자리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대책도 발표하지 않고 ‘일․ 가정 양립’이란 명목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여성을 위한 일자리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일자리를 원한다.

비정규직의 가장 큰 특징은 불안정성이다. 아무리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반듯하다 해도, 상용직이라 해도, 시간제 일자리가 안정적인 소득원이 되기는 어려우며 어떻게 포장해도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내가 급여가 확 많아졌어 이러걸 바라는게 아니라 아, 우리 같은 사람을 정부에서 알고는 있구나 그런걸 알아주면 아무래도 마음이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여성노동자는 말한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정부라면 차별의 온상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힘쓸 일이지 여성을 위한다는 빌미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할 일은 아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정규직 일자리를 축소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며, 평생 시간제로만 일해야 하는 비정규직일 뿐임을 정부는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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