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사노동자의 건강은 누가 돌보나?

가사노동자의 건강은 누가 돌보나?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은 ‘특별히’ 낮게 대우받는다. 특히 여성이 전통적으로 집안에서 하던 영역이 사회화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 중 가사노동은 노동으로서 인정조차 받지 못 한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그 탄생 시점인 60년 전부터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가사사용인은 제외’시켜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사노동의 실태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다. 그러던 차에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올해 7-8월에 실시한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가사노동자 319명에 대한 양적 조사와 10명의 심층면접을 통해 가사노동자들의 일과 건강 실태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사노동자들은 대개 오전, 오후 타임으로 나누어 일을 한다. 9시부터 1시까지 4시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대부분의 경우는 서로 다른 집으로 일을 나간다. 하루 8시간을 한 집에서만 일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동 중에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평균 점심식사시간은 20분 남짓. 하루 4시간 안에 한 집안의 집안일을 끝내기 위해 그야말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하루 평균 29.2가지의 업무. 2-3가지쯤은 동시에 진행해야만 일을 끝낼 수 있다. 온 집안을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다보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한 가사노동자는 욕실에서 미끄러져 꼬리뼈가 부러졌지만 노동자가 아니어서 산재보상은 커녕 치료받는 4개월 동안 일하지 못해 임금도 받지 못하고, 치료비도 본인 부담으로 해야만 했다.

55.4%의 가사노동자들이 아픈데 참고 일한 경험이 있었다. 고객들은 가사노동자들에게 항상 대청소를 요구한다. 내가 닦지 않는 구석구석, 반짝반짝 윤이 나는 집안을 기대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휴식할 시간 따위는 없다. ‘물 한 잔 마실 시간’조차 없어 가사노동자들은 4시간 노동에 20분의 휴식만이라도 보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휴식시간 없이 고강도의 노동을 반복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같은 일을 수행해야만 한다. 집에 가서도 아플 정도로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여 치료가 필요한 부위는 허리(23.8%), 어깨(21.9%), 손(19.4%), 무릎(16.8%) 순이었다.

가사노동자들이 매우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하는 이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이다. 그 다음이 판매직 노동자인데 가사노동자의 감정노동 강도가 이들과 유사했다. 고객의 말 한마디면 당장 해고될 수 있는 가사노동의 특성상 참고 또 참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가사노동자들은 더러움과 불결함을 깨끗함으로 바꾸는 노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더러움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사노동을 천시하고 낮게 대우한다. 가사노동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일주일간 모아 놓은 화장실 쓰레기와 침대 위의 닭 뼈다귀는 가사노동자를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노동자인 가사관리사가 아닌 식모 취급은 가사노동자를 우울하게 한다. 우울증도 매우 높아 우울증 의심자(CES-D 21점 이상)가 21.9%나 되었다. 특이한 것은 가사노동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하다는 결과인데 이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동자들은 노동 자체의 지속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본 조사 결과를 통해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증진을 위해 실시해야할 몇 가지 결론이 도출되었다. ▲직무 분석을 통한 가사노동의 업무 매뉴얼 정립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고용,산재 보장 및 근기법상 보호 ▲점심, 휴식시간 보장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사회적 협약 체결 등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이며, 전문가이다. 우리사회는 그에 걸맞는 대우와 노동 환경, 보호 방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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