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 계약직노동자 죽음 계기 사회변화 이뤄지길

○ 정규직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성희롱을 견뎠던 20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계약만료로 해고된 뒤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들을 함축하고 있다.

○ 3개월, 6개월씩 단기계약으로 2년간 근무한 이 여성노동자는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상사의 말을 믿었으나 이 여성의 일하던 자리에 이사장 딸이 채용되면서 계약만료로 해고됐다고 한다. 2년 이상 계약직으로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기간제법 조항을 ‘낙하산 인사’가 무력화시킨 것이다.

○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당한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린 것과 관련해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남녀고용평등및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주장을 제기한 노동자에게 해고 등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되며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으나 이 조항도 무용지물이었다.

○ 그러나 이 안타까운 여성노동자의 상황이 우리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는 최근 이같은 상담을 수없이 받고 있다. 상담사례에 따르면 단기계약으로 채용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형태 속에서 성희롱 피해에 더욱 노출돼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직장내 성희롱은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와 불평등한 위계구조, 불안정한 고용환경 등 구조적 요인이 결합하여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불법적인 ‘불이익조치’를 받아 상담받는 사례가 다수였다. 성희롱 피해자가 불이익한 조치를 당하는 것이 일반화될 경우 우리 사회는 점점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워지고 피해자를 도와주지 못하는 인권유린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 서울여성노동자회에 상담을 의뢰한 파견노동자 A씨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을 당하고 불이익한 조치를 당한 대표적 사례다. KBS 촬영보조로 일한 A씨는 올해 초 정규직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방송국측에 가해자의 공개사과와 인사조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개인적 문제라며 형사 고소 사건의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1년 단위로 계약하고 2년까지 관행적으로 재계약을 했으나 문제제기 후 재계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파견업체에게는 파견업체에서 파견된 여성으로 피해가 있어 파견업체와도 계약이 어렵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압박을 주기도 했다. 아직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A씨는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매우 안타까워 하며 되풀이 되고 있는 직장내 성희롱 사건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1~8월 상담사례 총 1,964건 중 성희롱 상담은 273건(13.9%)로 나타났다. 지난해 1년 동안 성희롱 상담이 236건으로 전체 상담의 8.9%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때 올해 성희롱 상담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민주주의 후퇴 속에서 불평등한 사회분위기가 확산되고 여성노동자의 고용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한편 직장내성희롱 관련 법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현행법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조치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대책 등이 빠져있다. 직장내 성희롱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 외국에 제도화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취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벌어진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의 경우에도 고용노동부에 고발한지 8개월이 다 가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대 여성노동자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고발한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길 촉구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직장내 성희롱 법제도 개선을 위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최선을 다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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