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관점에서 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상과 대안

지난 3월 30일 아침,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젠더 관점에서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주최: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본 토론회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과연 이름만큼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지, 젠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인지를 논하는 자리였다.

크기변환_photo_2015-04-06_10-57-36

처음 발제에 나선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합대책을 제출하게 된 문제의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을 주장해 왔던 연구자의 입장에서 정부의 해법은 원인과 매우 다르다고 단언했다. 노동자들 간에 분배가 왜곡된 것은 노동과 자본간 분배의 불균형과 대기업-중소기업간 관계의 불평등에 기인한 부분이 크며 일차적으로는 경제민주화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노동소득분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중소영세기업이 지불여력이 없어 이중구조는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대기업과 정부에 속한 노동자는 약700만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44%이며 여기서만 잘해도 노동시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명백하게 기간제 확대 정책인 사용기간 연장을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 “놀랍다”고 일갈했다. 파견 허용 확대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여 전체 노동자의 40%가 파견 허용 범주에 들어가 노동시장의 대지진이 우려되며 정규직 해고 기준 완화는 현행법에 이미 명시된 정리해고 뿐 아니라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손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이 어디에도 참여할 수 없는 논의구조라는 것이다.

 

이어 윤애림(방송통신대 법학과 강의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김대중 정부로부터 이어온 비정규직 대책의 철학을 계승하며 “정치적으로 과감하게 노동계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제의 화살을 정규직 조직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비정규직을 논해 온 정부의 패턴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대책은 임금, 근로시간, 정년 등 이른바 3대 현안을 정부의 뜻대로 해결하기 위한 방향이라는 것. 또한 한발 더 나아가 사내하도급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데 청소, 용역, 시설관리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법률적 규제를 적용제외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적 업무라고 저평가하거나 조직력이 약한 업무가 일차적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photo_2015-04-06_10-57-52

토론자로 나선 정형옥(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현재 기간제 사용기간은 사업장에서 수습2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모성보호, 성차별, 임금 등 어떤 문제제기도 원천봉쇄된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 다수 직종이 특수고용, 간접고용으로 전환,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정(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은 한국노동시장과 경제구조의 젠더 불평등 재생산 메커니즘을 문제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제로서 고용평등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오은진(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생산된 상당부분의 돌봄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근로자성 논란이 현장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특별법의 형태로 존치하여 향후 상위법과의 법률적 해석과 갈등이 예고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플로어 토론을 통해 여성단체들은 고용지속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해 왔지만 결국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정부와 재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함에 동의했다. 또한 정책의 방향은 비정규직의 남용을 규제하고 초과노동없이 법정근로시간만으로 생활임금이 가능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는 단시간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도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전체 논의 구조 속에 여성과 비정규직 당사자가 제외된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였다. 이후 토론은 젠더관점에서, 노동자의 입장에서 고용평등의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며 토론회를 마무리지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