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사라지지 않은 결혼퇴직관행, 금복주와 고용노동부의 합작품!

발언

사라지지 않은 결혼퇴직관행, 금복주와 고용노동부의 합작품!

– 여성노동자 결혼퇴직 관행 철폐를 위한 금복주 불매선언 및 여성·노동계 기자회견-

 

29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는 한 신부가 결혼퇴직제에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여성·노동 단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 지난 58년간 결혼한 여성노동자에게 퇴직을 강요해 왔던 대구지역 주류업체 금복주에 대한 전국적인 불매 선언 및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고용노동부에 대한 규탄을 위해서다.

우리사회에서 이제는 없어졌다고 생각해 왔던 결혼퇴직제가 금복주에서는 아직도 버젓이 살아있었다.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A씨는 결혼계획을 회사에 알리고 난 후 퇴직을 종용받았다. 거부하는 A씨에게 임원이 나서서 “결혼하면 그만두는 것이 우리 회사의 ‘관례’”라며 퇴직 압박을 넣었다. 실제 금복주에서 일하는 사무직 여성노동자 중 기혼 여성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다. 금복주는 창사이래 58년간 회사를 이런 방식으로 아무런 제재없이 운영해 왔다. 이 사실은 A씨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면서 밝혀졌다.

대구지역에서는 큰 파장이 일었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공동행동에 나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금복주는 형식적인 사과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 박홍구 대표이사는 “여성인력은필요하지 않아 뽑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더욱 큰 물의를 빚었다. 여성노동자들이 결혼여부에 관계없이 노동할 권리는 우리나라 헌법에도 남녀고용평등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제2장은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를 밝히고 있다.

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은 금복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내일 불매운동본부 발대식을 열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단체들은 불매운동을 전국단위로 확산할 것을 선언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퇴행이 시대에 살고 있다. 덕선이가 쌍문동에서 놀던 1988년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없어진 결혼퇴직제가 버젓이 살아있다.”면서 “여성노동자들은 기본권이 지켜진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위원장은 “국회의원 뽑으면 뭐하고, 정부가 있으면 뭐하냐”면서 “아무도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가 제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58년 동안 이러한 관행이 살아있었던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물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직무대행은 “민주노총 80만 조합원들이 앞서서 금복주 불매운동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여성·노동단체들은 이후 전국적인 금복주 불매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기업윤리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이번 기회를 통해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고용노동부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면담을 통해 금복주가 입주해 있는 성서공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의 일제점검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퍼포먼스 3금복주out

 

기자회견문

1985년. 여성단체들은 여성차별 정년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그 당시 여성들의 평균 결혼연령은 26세였고 이는 곧 25세까지만 노동시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25세 조기정년철폐”싸움이었다. 이어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혼인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법적으로 명시되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결혼퇴직 관행은 점차 사라져갔다.

그런데 2016년 오늘, 우리는 기괴한 상황과 마주하였다. 이미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던 결혼퇴직제가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구 지역의 중견 주류업체인 금복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창사 이래 지난 58년간 결혼한 여성노동자는 모두 퇴직당해 왔다. 심지어 58년간 승진한 여성노동자는 단 한 명이다. 기업의 임원은 퇴직을 거부하는 여성노동자에게 “결혼하면 그만두는 것이 관례”라며 앞장서서 퇴직을 종용하였다. 이 여성노동자는 업무배제, 부당한 배치전환, 집단 따돌림까지 당해야 했다. 오래 전 마셨던 30도의 소주처럼 참 쓰디쓴 상황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여성단체들이 힘을 모아 금복주 사업주 측에 사과와 재발방지, 성차별관행 타파 및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들 단체들은 금복주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복주가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전국 차원의 불매운동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는 금복주 제품의 불매를 선언한다. 금복주가 하루빨리 여성들이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또한 58년간 이러한 ‘관례’가 아무런 저항없이 존속해 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한편으로는 고용노동부가 이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금복주 결혼퇴직제의 숨은 조력자가 아닌가? 고용노동부는 늘 사건이 생겨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출산휴가를 받지 못할까 우려가 된다는 여성노동자의 상담에 못 받으면 오라고 돌려보낸다. 사건의 예방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사건의 처리만 기계적으로 진행할 뿐이다. 이번 금복주 사건도 퇴직을 강요당한 여성노동자의 신고로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요한 역할 중에는 사건의 처리만이 아니라 사업장의 관리감독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또 제2, 제3의 금복주가 우리나라 도처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쉽게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복주가 입주해 있는 성서공단을 포함, 전국 차원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기업이 있는지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은 늦다. 이미 많은 여성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받고 난 후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닌 법으로 명시된 권리이다. 기본권만이라도 지켜진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그리도 큰 꿈인가.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금복주는 여성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
– 고용노동부는 성서공단을 시작으로 전국 사업장에 대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특별 관리감독을 실시하라!

또한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금복주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한다.

2016년 3월 29일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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