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최저임금 포럼] 1강 : 한국 노동시장 구조 변동과 젠더불평등의 변화 후기 (From.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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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넥슨사태, 메갈티, 미러링, 강남역 여성혐오살인 등 2016년의 페미니즘 이슈들은 뜨거웠다. 페미니즘과 너무나도 가까운 사이이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의제가 있다. 바로 여성노동의제들이다. 당연히 2016년에 이슈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여성노동의 이슈는 끊임없이 터졌고, 여성노동자들은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김포공항과 울산과학대의 청소노동자, KTX승무원, 다산콜센터 노동자 등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이 계속되었고 승리와 패배를 맛보았다. 여성노동자들은 변화된 사회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이제까지 해왔듯이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왜 여성노동의 이슈는 뜨겁지 않은 걸까? 물론 노동문제 자체가 침체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사회는 임금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곳이며 구성원 중 대다수가 임금노동자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노동’을 낯설게 느낀다. 나도 노동운동을 하면서 알바노동자들을 만날 때 노동, 그리고 노동운동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작년부터 거세지고 있는 페미니즘의 바람이 노동의 문제에까지 닿지 않는 듯이 보이는 것은 아마 이런 노동혐오와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젠더 없는 노동에 익숙하다는 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민주노총이나 노동자라는 말에 남성의 얼굴을 한 노동자를 떠올린다. 청년실업의 문제를 얘기할 때에도 여성의 얼굴은 가려져있다. 노동운동을 하거나,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단체들에서도 여성노동과 관련한 책이나 논문, 포럼, 강의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여성노동은 여성주의운동에서도, 노동운동에서도 ‘부문’으로 취급되는 것 같다. 이것은 여성노동을 이야기하는 많은 단체들의 숙제일 것이다. (이 내용은 2016 여성회의 ‘페미니즘 이어달리기’의 노동분과 토론에 함께 한 활동가들과 이야기 나눴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는 여성노동자들의 운동이 언젠가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타오르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그러기에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들이 너무나 시급해 보인다.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여성혐오는 노동의 현장에서 갑을관계 속에서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는 반대로 사회의 그리고 이 노동현장에서의 여성혐오는 역으로 공장 밖의 여성혐오를 강화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여성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당하는 차별들을 ‘여성노동’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여성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진행되는 젠더 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이 반가웠다.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 강의가 많이 열렸지만, 여성노동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총 4회로 진행되는 포럼 중 지난 9월29일 첫 번째 포럼이 열렸다. ‘노동, 젠더, 불평등의 변화’를 주제로 연세대 김영미 교수가 발표하고, 한림대 신경아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김영미 교수의 발표가 먼저 진행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은 임금불평등의 증가, 저임금 서비스 부문의 확대, 높은 젠더불평등의 온존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는 위 세 가지 변화가 함께 온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들이 한 번에 겪었기 때문에 사실 이 세 가지 변화는 독립적인 변수라는 분석이 흥미로웠다. 이런 세밀한 차이를 기존의 신자유주의 확산론이나 기술결정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김영미 교수는 틸리의 이론을 한국의 노동시장에 적용시켜 설명했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사회불평등이 조직 내 경계와 결합하면, 사업체 내의 불평등은 더욱 견고해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유난히 아웃소싱이 일반화 되어있는 한국의 위계적인 기업구조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계약직, 파견직, 시간제 등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변화된 2차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1차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다르다. 1차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은 간접적인 형태의 차별을 받게 되는 반면에, 2차 노동시장에서는 동일노동에 대한 성별 임금 격차 등의 직접적인 차별을 받게 된다. 이는 단순히 서로의 처지가 다름을 확인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이 공통의 의제를 만들기 어렵게 하며, 여성들 간의 연대를 어렵게 한다. 1차 포럼을 마치며 젠더관점에 입각하여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연습을 함과 동시에 개개인들이 관심 갖는 노동의 이슈 또한 더 관찰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포럼은 이런 여성노동의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고민들을 정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조합원들과 포럼이 끝난 뒤에 함께 소감을 나누면서 알바노조에서 앞으로 해나갈 운동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여성노동의 이슈에 있어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다. 남은 세 번의 포럼도 기대되는 내용과 발표자들로 구성되어있다. 여성노동의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소중한 이야기 들려주신 알바노조(아르바이트노동조합) 용윤신 사무국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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