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기본 생활수준 보장, 국제적 추세 –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②] 임금불평등에 대처하는 각국의 노력

※ 이 기사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하는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 – 월급봉투가 묻는다, 젠더 불평등과 사회정의] 각 강의의 내용을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총 4부로 구성됩니다. 두 번째 강의는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맡았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는 아르바이트노동자들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임금 꺾기’를 한 사실이 최근 들통 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올 한해, 추석 즈음까지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진정한 근로자는 약21만 명, 임금체불액은 약1조 원에 육박했다.

포럼 두 번째 강의를 맡은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그녀는 우리에게, 근로조건의 개선이나 임금 인상에 대해 ‘엄한 사용자’와 대립할 시에 이렇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너는 헌법 제32조를 읽어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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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과 적정임금, 사장님은 몰라도 헌법이 안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의 내용이다.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며 노동3권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2조에서 말하는 적정임금의 수준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이정희 부연구위원은 헌법 제34조 1항에 명시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주목했다.

“‘적정임금이라는 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준해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 옆방에 계신 노동법학자께서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웃음).”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자의 기본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는 변화는 국제적인 추세로 일어나고 있다. ‘Fight for $15.’ 시간 당 15달러(약 1만 6천 800 원)를 달라.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는 날선 말을 듣던, 미국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州)는 2022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뉴욕 주도 뉴욕시에는 2018년까지, 교외지역에는 2021년까지 ‘최저임금 시간 당 15달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영향은 이 주에서 저 주로, 나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의 최저임금에는 주 최저임금과 연방최저임금이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연방최저임금을 2015년 시간 당 7달러 25센트에서 향후 12달러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시간 당 15달러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클린턴은 이후 샌더스의 주장을 수용했다.)

올해 영국은 생활임금(living wage)을 법적인 강제력을 가진 임금제도로 도입했다. 생활임금은 물가 등을 고려하여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임금을 정함으로써 최저생활비를 보장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현재 시간 당 7.2파운드(약 1만 원)인 법정생활임금을 2020년까지 중위임금의 60%로 인상할 계획이다. 변화는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작년 1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내각에 매 해 최저임금을 3%씩 인상할 것을 지시했다.

제도의 포괄성 높은 최저임금법, 그러나 12.4%는 적용 못 받아

최저임금은 임금불평등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한국은 OECD회원국 중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35%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위 10% 소득 대비 상위 10% 소득은 약 4.8배. 요약하면,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불평등 수치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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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2016.10.06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 2강 강의 자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회원국 중 법정최저임금제를 채택한 25개 국가 중 17위이고, 전체 OECD회원국 34개국 중에서는 26위이다. 2011년 한국의 저임금계층 비율은 25.1%인데, OECD 전체는 5.5명 중 1명(약 18%)이 저임금계층이다. 해석하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을수록 임금불평등 수준이 낮고 저임금계층이 적다. 그리고 높은 최저임금은 임금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 노동자의 18.2%, 약342만 명의 임금은 최저임금의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법정최저임금제의 장점은 제도의 적용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한국의 모든 노동자는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15년 기준, 한국 전체 노동자의 12.4%는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았다. 최저임금이 제대로 노동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2008년,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는 “사회적인 압력이 사용자의 남용적인 행위를 좌절시킬 수 있는 한편 사용자단체나 노조가 저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에게 압력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준수여부 감독 과정에서 노·사 단체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고작 12.5%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어서 보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인데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 남짓이다. 이정희 부연구위원이 묻는다.

“최저임금수준에 놓일 사람은 정규직에 많겠어요, 비정규직에 많겠어요?”

ILO는 사용자가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신뢰할만한 강제 메커니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법을 두 번 위반한 사용자는 징역을 산다. 영국에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 기업의 명칭을 공개한다. ‘네이밍 앤 셰이밍(naming and shaming).’ ‘이름을 공개해서 수치심을 준다’는 뜻이다.

한국 최저임금법 제28조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으나, 실상은 ‘종이호랑이’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가 처벌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선 후보일 당시 최저임금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공약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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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정최저임금 VS 영국 법정생활임금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이다. 흥미로운 사례로, 이정희 부연구위원은 독일의 법정최저임금제와 영국의 법정생활임금제를 꼽았다.

독일의 법정최저임금제는 일종의 ‘혼합형’이다. 1952년 최저근로조건법을 제정함으로써 최저임금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곧장 현실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이미 노·사가 자율적인 교섭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 근로자의 최저임금 관련사항을 규율하는 것 외에는 최저임금법이 굳이 적용되어야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와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독일에도 법정최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다. 게다가 일을 해도 가난한 ‘워킹푸어(working poor)’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노·사 간 단체협약의 영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던 상황. 2014년 8월, 결국 독일은 최저임금법을 제정했다. 독일의 법정최저임금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을 해 온 전통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독일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단체협약을 통해 정한 임금은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어선 안 된다.

영국의 법정생활임금제는 기존에 자발적으로 시행, 권고되어 온 생활임금의 이름과 형식을 정부가 가져온 것이다. 법정(法定)이라 함은, 이 제도에 따를 것을 국가가 강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영국의 법정생활임금은 자발적 생활임금보다 액수가 낮긴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획기적인 것 같다.

하지만 영국정부는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고, 최저임금 위반 사용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었다. 왜 굳이 법정생활임금제를 도입했을까?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영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펴며 복지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다. ‘법정생활임금제로 인해 노동자가 받는 최저수준의 임금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복지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을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재정연구소(IFS)는 “2019년까지 정부가 이미 계획한 복지 축소정책이 집행될 경우, 저임금층 가구는 법정생활임금제에 의해 연간 198(약 27만 원)파운드를 더 받게 되지만, 연간 754파운드(약 104만 2천 원)의 사회복지혜택 축소를 경험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 사례를 통해 ‘생활임금은 정부가 복지를 축소할 근거를 주는 것이다’라고 결론짓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 다만, ‘특정한 제도와 그 제도가 시행되는 방식은 사회복지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가’는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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