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임금격차의 ‘핵심’, 돌봄노동 –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④]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의 재구성

※이 기사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하는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 – 월급봉투가 묻는다, 젠더 불평등과 사회정의] 각 강의의 내용을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총 4부로 구성됩니다. 마지막 강의는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A공장에는 소수의 고(高)기술 노동자와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고기술 노동자는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생산 과정의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정이 다르다. A공장은 언제든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 A공장은 이들을 ‘쥐어짤 수 있는 만큼 쥐어짠다.’

 이러한 업무방식은 생산직만이 아니라 유통업, 서비스업에도 확산되었다. 이제 모든 노동자가 ‘쥐어 짜이는’ 신세다. 그런데 여성에게는 그렇게 ‘쥐어 짜이는’ 것조차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여성은 직장에서 임금노동을 한 뒤에 집에 돌아가 공간과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 남성 노동자만큼 직장에서 ‘쥐어 짜일’ 수가 없는 여성노동자는 핵심 인력이 아닌 주변부 인력으로 밀려난다.

 포럼 마지막 4강,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의 재구성” 강의를 맡은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그녀는 성별임금격차의 핵심이 바로 돌봄노동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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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맡은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토론을 맡은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별임금격차와 돌봄노동의 관계

 여성이 다수인 일자리가 어째서 저임금 일자리인가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일에 따르는 보상에는 금전적 보상과 비(非)금전적 보상이 있다. 여성은 일자리의 유연성, 짧은 근무시간, 육아친화적인 조건 등 비금전적 보상을 중시한다. 반면 남성은 금전적 보상에 집중하여 소득을 높이는 데에 관심을 쏟는다.

 둘째. 남성이 많은 일자리에서 여성은 차별을 겪기 때문에 진입을 잘 할 수가 없다. 남성이 많은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여성들은 여성이 많은 일자리로 몰려오고, 이로 인해 특정 노동시장에 인력의 과잉 공급이 벌어지고, 결국 노동력의 값이 하락한다.

 셋째. 돌봄이 ‘여성의 내재적 속성’이라 간주되므로, 여성의 돌봄노동에 따르는 대가가 낮게 책정된다. ‘여자는 원래 그 일을 잘 하고 즐기게 태어났는데 굳이 돈을 많이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주희 교수가 말하듯,

“그렇게 안 태어났잖아요?”

 돌봄노동의 서비스 대상은 보통 아동, 고령자, 환자 등 기본적으로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국가가 돌봄노동에 대한 지원과 보조를 충분히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여성이 절대다수인 돌봄노동자의 임금은 더욱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고용율이 매우 낮다. 2013년 기준, 여성 고용율은 48.8%. 대졸이상 여성의 고용율은 61.9%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조차 약40%는 노동시장에 없다는 얘기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도 처음에는 일을 하다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도 관리직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8.4%에 불과하고, 여성노동자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와 이로 인한 저임금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위축시킨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여성과 남성 중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여성이 집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것이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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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2016.10.20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 4강 강의 자료)

 이주희교수는 2013년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결과를 재분석했다. 남성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성 정규직은 67.3, 여성 비정규직은 36.1, 남성 비정규직은 55.4 만큼의 임금을 받았다. 이토록 성별임금격차가 심각한 건 매우 드문 사례다.

 한국은 돌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돌봄은 가정에서 누군가가 직접 수행하거나, 그래도 안 될 경우에 시장에서 서비스를 구매하여 해결해야 한다. 돌봄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으려면 돈을 상당히 잘 벌어야 한다는 건 당연지사. 결국 다수의 여성노동자는 가정에서의 돌봄과 노동시장에서의 임금노동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그런 그녀들을 기다리는 건 시간제 일자리다. 돌봄이 가족에게 크게 의존하는 상황은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돌봄노동의 ‘값’이 저렴하기를 요구한다. 여기에, 2010년 기준으로 전체의 92%가 여성인 돌봄노동자.

 결국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적인 노동시장, 가족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돌봄체제를 둘 다 타격해야 한다.

공보육 서비스와 휴직제도의 확충으로 돌봄체제를 바꾸자

 가정 내 돌봄노동에 묶인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공보육을 확충해야 한다. 동시에 봐야 할 것은 아이들의 삶이다. 출생 후 적어도 1년은 부모에게 직접 보살핌을 받으며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또 하위계층의 경우 일을 하느라 굉장히 바쁘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기 때문에 육아에 쏟을 수 있는 역량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주희 교수는 아이 출산 후 1년 까지 육아휴직을 주고, 그 다음부터는 보육시스템을 통해 여성을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물론 육아휴직은 아이 어머니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남성은 매우 적다. 여성조차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쓴다.

 스웨덴은 ‘유즈 잇 오아 로즈 잇(use it or lose it)’ 방식의 아버지 할당제를 시행 중이다. 남성이 이 기간만큼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보장된 부모휴가 기간 가운데 그만큼이 소멸된다. 여성이 대신 사용하거나 돈으로 보전 받을 수 없다. 여성과 남성이 육아에 평등하게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문제는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대개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노동자를 쥐어짜는’ 상황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육아휴직을 쓰기가 어렵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개선이 필요해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몰려있는 점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가파른 속도로 올려야 하며, 동시에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affirmative action)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현존하는 남녀 간의 고용차별을 없애거나 고용평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특정 성을 우대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간접차별(Disparate Impact)을 기반으로 한 시정방법인데, 간접차별이란 ‘겉으로는 중립적이지만 실제로는 차별 효과가 있는 모든 관행’을 말한다. 대놓고 ‘여자는 안 뽑아!’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없다. 대신 이렇게 말을 한다. ‘당신에게는 우리가 바라는 특성이 없다.’ 가령, 매일 밤 11시까지 일할 수 있는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에 비해 매우 드물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에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도입했다. 여성 고용율과 관리자 비율이 동종 산업 평균의 60% 미만인 기업은 개선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여성 고용율과 관리자 비율의 평균 자체가 워낙 낮고 표준편차가 적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동종업계의 A, B C회사의 여성 고용율이 각각 9%, 10%, 11%라 하자.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세 회사의 여성 고용율은 모두 매우 낮다. 그러나 ‘동종 산업 평균의 60% 미만’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아무 문제없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상시 근로자가 500인 이상인 기업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업으로서 시행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시행계획서에는 여성인력활용분석, 여성고용목표수립, 고용관리개선계획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지금의 시행계획서의 여성인력 관련 내용에서 기업이 밝혀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전체 여성 고용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 이것만으로는 ‘여성 채용이 늘었다’고 했을 때에 질이 안 좋은 일자리로 여성이 쏠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여성들이 성취를 한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표까지 ‘나이스’하게 만들었잖아요. 이렇게 쉽게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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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2016.10.20 젠더관점에서 본 최저임금 포럼 4강 강의 자료)

 이주희 교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에서 ‘동종 산업 평균의 60%, 70%(박근혜 정부)’라는 기준을 버려야 하고, 기업이 시행계획서에 여성 비정규직 비율을 따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지금 한 10년이죠. 이 보수 정권. 너무 지치네요, 정말로.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 다른 건 하나도 안 고쳐도 되니까, 비정규직 비율만 넣게 해라. 그거 하나면 내가 나머지는 한 10년 후에 고쳐도 그냥 가만히 있겠다고. 그렇게까지 얘기를 했는데도 안 했어요(바뀌지 않았다). 너무 쉬운 건데 왜 안 할까요? 이거는 특별히 힘든 일이 전혀 아니에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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