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과 고용불안… 돌봄노동에 드리운 그림자들 – 2016년 사회서비스 4대바우처 노동실태조사 토론회

‘누구도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의 일은 사회적으로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노동자에게 이보다 씁쓸한 말이 있을까. ‘당신의 일자리는 왜 저임금 일자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설문조사에 응한 바우처 돌봄노동자의 35%는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귀하게 여겨지지 않아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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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서비스 이용자가 바우처를 통해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고, 서비스 제공기관들이 서로 경쟁을 함으로써 돌봄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2007년에 도입되어 10년째 시행중인 바우처 제도에는 정작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노동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

 사회서비스의 2/3에 이를 만큼 돌봄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있었던 동력의 핵심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투입과 시장방식의 도입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하면서 서비스 공급체계에 시장경쟁 원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형태가 바우처 방식이다.

 바우처 방식은 정부가 2007년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여 서비스 공급기관을 관리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하였다. 바우처 방식에 대한 긍정적 기대만큼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 외에도 돌봄노동자, 서비스 제공기관, 지역사회 사회서비스 자립기반 조성 등 여러 면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는 사회서비스 4대 바우처 노동실태조사를 통해 시장기제를 활용한 서비스 전달방식의 현재적 상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적·실천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사회서비스의 4대 바우처 사업(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가사간병방문서비스, 산모신생아건강관리지원서비스)에 대한 각각의 특성 집약 검토 ▲바우처사업의 정책효과 평가(바우처 사업 옹호자들의 일관된 주장대로 정책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 그 효과를 서비스 형태별, 기관유형별로 분석) ▲4대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돌봄노동자의 근로조건 실태조사 ▲바우처 사업의 지속성 여부와 정책적 개선점, 돌봄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수혜자 인식개선을 위한 방안 제시를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로 지난 11월 23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는 ‘2016년 4대 바우처 노동실태조사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는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의 진행으로 ‘바우처서비스 공급체계 문제점과 개선방안(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연구결과 발표와 돌봄노동 연구자 및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국회의원 등과 함께 정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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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총체적 난국

 바우처 돌봄노동자들의 임금 산정은 정확히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른다.’

 일단 서비스 제공기관과 돌봄노동자가 서로 인식하는 임금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기관 측의 응답에 따르면 4대 바우처 돌봄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7,259원이다. 그러나 돌봄노동자의 응답에 따르면 영리기관의 돌봄노동자의 경우 시간 당 평균 7,018 원, 비영리기관의 돌봄노동자의 경우 시간 당 평균 7,118 원을 받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쨌든 돌봄노동자들, 최저임금 이상은 받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돌봄노동자들의 월 평균 세전 급여는 약87만 원에 불과하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바우처 ‘수가’, 바우처를 통한 돌봄노동의 특성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4대 각 바우처와 각 기관 별 의 임금 산정 방식이 같은지, 다르다면 얼마나 다른지, 구체적으로 속속들이 투명하게 알기란 매우 어렵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수가’ 안에서 돌봄노동자의 기본 시급, 각종 수당, 퇴직금, 4대보험의 사업자(지원기관) 부담분, 기관의 운영비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관과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인식이 다른 황당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돌봄노동자의 임금산정방식이 일률적이지도,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는 구조적 조건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정수당은 제대로 지급되는가 하면, 그것조차 아니다. 주휴수당을 받는 경우는 정규직의 52.6%, 비정규직의 42.1%에 불과하다. 연차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지급률도 ‘엉망’이다. 정규직의 52.6%, 비정규직의 36.8%가 연차수당을 받는다.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는 경우는 정규직은 44.7%, 비정규직은 28.9%이다.

 게다가 바우처 제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자들은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또는 서비스 제공자나 기관을 교체하는 경우에는 해당 바우처 사업은 중단된다. 이때에 근로계약이 근로계약서대로 유지되는 경우보다 자동적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흔하다. 근로계약이 유지되더라도 임금을 받지 않고 일을 쉬는 게 예사다. 그렇다고 애초 계약 기간이 긴 것도 아니다. 바우처 돌봄노동자의 평균 근로계약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사이 남짓이다.

 돌봄노동자들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저임금과 고용불안만이 아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체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아야겠으나, 간혹 계약한 범위 외의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의 요구를 기관과 노동자가 깔끔하게 거절하거나 상황을 중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서비스 이용자가 ‘술을 사오라’는 등의 황당한 요구를 해서 이를 거절할 경우, 제공기관이나 돌봄노동자는 서비스 이용자의 판단에 의해 ‘교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한 바우처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실태. 설문조사에 응답한 돌봄노동자의 35%는 자신들의 일자리가 저임금 일자리인 이유로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을 들었다. 바우처 제도 이전에 돌봄노동 자체가 사회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돌봄’의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라 전망하는 얘기는 이제 놀랍지도 드물지도 않건만.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귀하게 여겨지지 않아서’라는 35%의 의견은 갑갑한 심정의 토로라기보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돌봄노동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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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현행 바우처 제도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윤정향 연구위원은 바우처서비스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과 바우처사업을 결합함으로써 돌봄서비스의 재원을 통합,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우처사업을 일반예산으로 둘 거라면, 수가의 산정 방식을 재정비하고 공개하거나, 기관 운영비와 돌봄노동자의 인건비를 구분하여 인건비는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윤정향 연구위원은 서비스 수가 산정방식과 절차를 법제화하고 그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공개하여 검토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돌봄노동자의 임금수준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돌봄노동자의 대다수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돌봄노동을 업으로 삼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우처 돌봄노동자의 임금은 돌봄노동자의 시장 진입 사유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모자르다는 방증이다.

 돌봄노동자는 노동의 특성상 불규칙적인 노동시간, 높은 이직률 등으로 엿볼 수 있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돌봄노동자에게 저임금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중간에 일거리가 중단되더라도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돌봄노동자가 휴직을 할 시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용을 안정화해야 한다.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해소한다 해서 바우처 사업의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돌봄노동의 직무구분을 세분화하여 단위별 서비스가격을 책정하고, 서비스 이용자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돌봄노동자의 업무과잉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자치단체는 돌봄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고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시에 서비스 제공기관의 ‘자격’을 엄격하게 하고 서비스 제공기관 퇴출제를 마련해야 함으로써 돌봄서비스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서비스 이용자의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사례관리사 등 전문적인 관리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장보현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사무국장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여럿이서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며 사기를 북돋웠고 송유정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정책위원장은 당장은 힘들더라도 ‘사회보험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 서비스 제공기관이 살아야 하지만 ‘살아남는’ 기관들은 사회공공성을 중시하는 기관들일 수 있도록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오랫동안 돌봄노동을 연구 해 온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장애인 돌봄도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통합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노인돌봄과 장애인돌봄 서비스는 ‘불쌍한 사람들 돕는’ 게 아니라 ‘보편적 서비스’이고, ‘생애주기에 따라 어느 시기가 되면 돌봄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권미혁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안된 부분들을 제가 (차기 대선에서)주요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 토론회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RIEDRICH EBERT STIFTUNG)의 지원을 받아 개최되었습니다.

※ 토론회 자료집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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