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경 교수 강연] 앞이 안 보여 나온 광장, 사회 변혁을 위해서는 20-40에게 50대가 힘 실어 주어야

 한국여성노동자회 정기총회가 열린 지난 1월 13일.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가 총회 본행사에 앞서 강의를 했다. 서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국면에 대해 품고 있던 ‘그럴 것이다’라는 각종 추측들을 정확한 근거와 이론으로 검토했다. 이 글에서는 서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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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그는 ‘박근혜가 여성이라서 그렇다’는 공격에 ‘그 이상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새누리당, 국가정보원, 경찰, 정치인, 교수. 그 이상한 대통령이 시킨다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청와대 직원, 행정부 공무원, 국정원 직원. 이상한 대통령이 한 짓을 알고도 눈감아 준 일부 언론, 검찰, 경찰. 당신들은 누구인가? 대다수가 남성인 당신들은 박근혜가 여자라서 그랬나?’라고 일갈했다. 1919년 발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 인민은 신분, 재산, 성별에 따라 차별받지 아니하고 평등하게 공민권, 참정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1919년에 이미 젠더평등을 선언한 국가의 국민이라면 ‘박근혜가 여성이라서 그렇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의 사태는 박근혜라는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기득권 세력 모두가 공범이다.

 촛불집회에 나온 이들에게 ‘왜 나왔느냐’고 질문하자, ‘앞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1순위로 돌아왔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013년 12월 39.4%가 이념갈등, 34.9%가 빈부갈등이라고 응답한 반면 2016년 12월에는 40.1%가 빈부갈등, 33.2%가 이념갈등이라고 응답했다. 빈부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층은 단연 하층이다. 하층민들은 2013년 29.1%에서 2016년 44.1%로 빈부갈등이 심각하다 지목했다. 또한 우리 사회에 부(富)가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냐는 질문에 20대는 10.7%, 30대는 8.1%, 60대조차도 20.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힘은 20대 총선의 국민적 선택이다. 사람들은 ‘나만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아니구나’라고 확인하고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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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조사에서 20대는 49.3%, 30대는 40.1%가 재벌, 관료, 검찰의 비리 유착관계라고 응답한 반면 40대는 46.5%, 50대는 48.2%, 60대는 40.8%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통치행위라고 응답했다. 이 응답으로 보면 40대 이상은 정권교체가 되면 만족하겠지만 2-30대는 근본부터 바뀌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정치효능감 조사에서 나타난다. 정치효능감이란 ‘내가 이야기해서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정치효능감이 높다는 것은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2016년 6월에는 “나 같은 사람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질문에 29%가 동의하지 않았지만 2016년 12월 조사에서는 53.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치 효능감이 낮은 경우에는 촛불을 들었다가 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전까지 광장은 일상적인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지는 못 했다. 정치인들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를 학습해 왔다.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다시 이전의 구태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53.3%가 ‘내가 말하면 정치가 바뀐다’고 믿게 되었다. ‘네가 나보다 낫겠지’가 아니라, ‘내가 너보다 낫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바꾸어 이야기하면 정치권의 허튼 짓을 참아내는 시민들의 인내심이 더욱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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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별 특성을 살펴보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것은 36-44세인 세대이다. 이는 정치, 철학적 견해가 완성되는 것은 17-25세인 것을 근거로 살펴본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때 이들은 IMF를 경험했다. 바로 이전까지 모두 정규직이었고, 평생 고용이었던 세상은 하루아침에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고용으로 바뀌었다. 내게 돌아온 자리는 ‘인턴 쪼가리’라는 자조 섞인 푸념은 이들을 가장 급진적인 세대로 키워 놓았다. 반면 25-33세는 가장 급진적 젠더감수성을 탑재한 세대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체득한 1세대이다. 머리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몸으로 체화된 개인주의적 권리의식이 내면화되어 있다. 반면 60대는 유신체제 아래서 가장 국가주의적 교육으로 중무장된 세대이므로 오히려 70대 이후 세대보다 더 보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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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별 정치효능감에 대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모든 세대에서 2016년 6월에 비해 12월이 급격 히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40대는 이미 50%이상이 높은 정치효능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캐스팅 보트를 쥔 것은 50대라는 사실이다. 19-49세 미만이 전체 유권자의 54%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투표자 기준으로 보면 40%를 차지한다. 50대가 미래지향적 사회가치에 힘을 실어주면 사회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50대는 모든 세대 중 가장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세대이다. 또한 국회 구성에 있어 가장 숫자가 많다. 머릿수에 비해 과대 대표되는 세대인 것이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50대 투표율은 82%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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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50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발견된다. 2008년 5차 촛불집회의 참여자 분포와 2016년 참여자 분포를 살펴보면 2008년에 비해 2016년은 전 세대가 고르게 참여한 했으며 남녀가 거의 동수로 참여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40대 중반-50대 중반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집회 참여자들의 50%이상이 처음 참여한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연인원 천만은 허언이 아닌 것이다. 또 촛불집회는 대통령이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76.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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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정치학자들은 항상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더 낫다’, ‘때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더 낫다’, ‘내겐 독재나 민주주의나 상관없다.’ 아래 그래프는 1996년부터 ‘민주주의는 다른 정부형태보다 항상 더 낫다’는 질문의 답에 대한 데이터이다. 이 질문은 사회 변동과 연관 지어 분석해 볼 수 있다. 서교수가 설명한 50대가 보는 사회는 이랬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IMF위기의 뒷설거지 때문에 힘들어서 그렇다고 이해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수가 아닌 정권을 밀어주었다. 그 후 노무현 정권에 이르러서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후 2008년 총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18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는 50대에게는 생소했다.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5선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에게 끌렸다. 하지만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급기야 지난해 6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정치학자들은 이 수치가 50% 근방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암시라고 풀이한다. 이후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드디어 이들은 거울 앞에 선 것이다. 지난 12월 ‘민주주의는 다른 정부형태보다 항상 더 낫다’는 질문에 무려 75.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1996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의 응답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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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20-40대는 더욱 속도를 내어 달려갈 것이다. 정치 효능감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빈곤층으로 떨어뜨리는 사회를 참지 않는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20-40대가 살아갈 세상이다. 50대가 보조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이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50대를 버스에 태워야 한다. 이는 조직화를 의미한다. 촛불집회에 나온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낼 수 있는 중산층이 대다수이다. 50대의 저소득, 장시간, 여성 노동자들은 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취약하다. 신문을 볼 시간이 없고, 뉴스를 볼 여유가 없는 이들 옆에서 함께 해야 한다. 방법은 교육이나 훈계가 아니다. 만나서 잘 먹고 떠드는 것이다. 힘들게 거울 앞에 선 이들을 함께 보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물건이 고장 났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에 놓인다. 고쳐서 쓰느냐, 갖다 버리고 새로 사느냐. 대한민국 정치는 안타깝게도 갖다 버리고 새로 살 수 없다. 지금도 우리가 매년 내는 400조의 세금을 따박따박 받아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작동하고 있는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정부, 의회, 공적제도를 점령하고 압박하고 시민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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