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선호’로 포장된 ‘강요’, 시간제 일자리

21일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 여성 비율 줄고, 비취업 여성 시간제 일자리 선호’라는 제호의 보도자료를 냈다. 25-54세 대한민국 미혼기혼여성 4,835명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 ‘2016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결과였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취업 여성이 향후 취업 시 희망하는 근로형태는 시간제였고, 그 이유로 육아와 자녀교육, 가사, 가족구성원 돌봄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 이야기를 풀이해 보면 이렇다. 돌봄 노동은 온전히 여성이 처리해야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여성은 이 노동에서 놓여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돌봄 노동을 우선 순위에 놓는다. 하지만 부족한 생계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비취업 여성들의 현실은 이런 것이다.

 

국가는 시간제 일자리의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성들을 시간제 일자리로 몰아넣고 있다. 월 평균임금 74만원. 최저임금 영향률은 24.8%. 비정규직노동자 중 가장 높다. 단 16.6%만이 퇴직금을 지급받고 있고, 시간외 수당 지급율은 11.1%, 국민연금 가입자는 15.3%. 유급휴가는 9.2%에게만 주어진다. 평균 근속은 1.7년. 노동조합에 가입한 시간제 노동자는 단 0.6%. 29.5%가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따위는 없다. 그것은 국가조차 만들지 못 하고 있는 일자리이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공공부문에서는 멀쩡한 전일제 일자리를 쪼개 놓았다. 계약만료로 해고한다. 중심업무에서 배제된 채 보조 잡무만 주어진다. 승진은 꿈도 꿀 수 없다. 미래는 없다. 이런 일자리를 여성을 위한 일자리라 부른다. 이러한 시간제 일자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며 계속 늘어나 이미 여성노동자 5명 중 1명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이것은 선택이라고 부를 수 없다. 선호는 더더욱 아니다. 갈 곳을 정해 놓고 몰아가는 것은 선택이나 선호가 아니라 강요일 뿐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돌봄노동을 사회와 가족구성원 모두의 책임으로 분산하는 일이다. 여성에게 돌봄노동을 독박 씌우고 멀거니 쳐다보는 것은 최악의 책임방기이다. 더 이상 여성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강요하며 여성들이 원하고 있다 호도하지 말라.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나의 능력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업무 권한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자리이다. 돌봄노동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정책, 재취업 시에 돌봄노동을 나눌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따위가 아니다.

 

2017. 2. 22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가족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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