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청와대의 고용평등상담실 운영단체 블랙리스트, 고용노동부는 진상규명하라!

 

오늘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청와대의 고용평등상담실 운영단체 블랙리스트, 고용노동부는 진상규명하라!]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청와대의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서, 즉 ‘블랙리스트’를 기억하시나요? 그 문서의 1번이 바로 한국여성노동자회였습니다. 저희만이 아니라,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단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습니다. 사후조치로는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단계적 축소’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진 못할 망정, 시민단체의 ‘정치적 활동’을 빌미로 세금으로 ‘갑질’을 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의 발언과 기자회견문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언문]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박근혜 정부의 악행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악용해서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고 자신들 입맞에 맞지 않으면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탄압하는 민주주의의 파괴와 국정농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해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실을 올해 3월,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여성노동단체도 문제단체로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정말 치사하게도, 여성노동단체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고용평등상담실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진행하였던 것입니다.

저희는 이 보도를 접하기 전엔 ‘설마’ 했습니다. 보도를 접한 뒤엔 분노와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전국에 15개소가 있고, 1년 지원 예산은 연2천 2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활동가 1인에게 최저임금을 주기도 빠듯합니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이 문건(블랙리스트)은 2014년 5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실제로 2014년부터 의심스러운 낌새가 감지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청와대 지침을 충실히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용평등상담실 상담 건수를 평가해서 건수가 적은 지역은 상담실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관철하려 하였습니다. 상담일지 비공개는 내담자 정보 보호를 위해서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고용노동부는 상담일지를 통째로 복사해서 제출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상담을 통해 분쟁이 발생할 시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노무사협회가 사업지원신청을 하도록 편의를 봐주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묻겠습니다.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이 박근혜 정부 정권 유지에 쓰여도 되는, 고용노동부의 쌈짓돈인가요? 네. 아니죠.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은 그야말로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를 위해 쓰여야 할 최소한의 예산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여성노동단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탄압하고 고용평등상담실을 축소하려 한 것은 고용노동부가 각성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 재벌의 편의를 봐주다가 구속되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전 문체부 차관도 구속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금이라도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명명백백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에게 사죄하고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역할과 책임을 밝히고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청와대의 고용평등상담실 운영단체 블랙리스트,
고용노동부는 진상규명하라!

 

지난 3월 3일 <한겨레>가 2014년 5월말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의 정치적 활동을 사유로 지원을 “단계적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15개 단체 중 5개 단체(대구여성회, 부산여성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인천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문제단체”로 명단에 올랐다.

이 단체들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4.19범국민10만촛불대회, 범야권연석회의-국가기관의선거개입진상규명 등에 참여했다는 사유로 “문제단체” 리스트에 올랐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와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민주적인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었다.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공익을 추구하는 집단인 시민단체의 역할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하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문제단체의 사유로 지적된 내용들은 시민단체의 역할에 걸맞은 정당한 활동이다. 문제적인 건 시민단체의 활동이 아니라 정권에 반하는 주체들을 탄압하는 정부다.

더군다나 고용평등상담실 지원금은 각 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아니라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예산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평등법)에서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차별, 직장 내 성희롱,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등에 관한 상담을 실시하는 민간단체”에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많은 내담자들이 고용평등상담실에서 노동, 성차별 사안에 대해 상담함으로써 스스로 권리를 되찾고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또한, 고용평등상담실에서는 법·제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도 내담자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법·제도가 미비한 사안에 대해서도 상담을 통해 모인 사례를 기반으로 법 개정, 토론회, 캠페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5월 11일 기획재정부는 민간단체 보조사업 1차 평가에서 ‘소액지원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을 “폐지확정 사업”으로 판단한 바 있다. 현재 고용평등 사안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이 전국에 15개 밖에 존재하지 않고, 각 상담실에 대한 지원도 1인 상담원 인건비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고용평등 실현이라는 목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방안 없이 단순히 고용평등상담실 폐지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에 기획재정부의 판단이 청와대가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가 공개되었지만 청와대에서 작성했다는 것 외에는 이 문건에 누가 어떻게 개입되어 있는지, 문제단체 리스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추려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고용노동부가 고용평등상담실 운영단체 블랙리스트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상규명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고용평등 실현이라는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고용노동부가 앞으로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2017년 3월 30일

광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인천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충청북도지역본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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