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회 :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①] 열정을 다해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 촛불대선을 앞둔 시기,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는 대선 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6개 국회의원실(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 국회의원 권미혁·송옥주<더불어민주당>, 김삼화·신용현<국민의당>, 이정미<정의당>)이 공동으로 주최하였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본 토론회의 내용을 총5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합니다. 첫 기사에서는 토론회 사전 설문조사의 내용, 그리고 토론회에 참여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다룹니다 … 기자 말

먼저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563명이 응답한 여성노동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임금(24.2%, 162명)을 1순위로 꼽았다. 비정규직차별 13.1%(88명), 고용불안정 10.1%(68명), 성차별,성희롱 8.7%(58명), 장시간노동 6.9%(46명)이 그 뒤를 이었다.
주관식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세밀하게 토로하였다.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불안정한 일자리, 근근히 먹고 살만한 급여, 열정을 다해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이 응답은 저임금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임금은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도 야기하고 있었다. ‘너무 열악한 일자리에 몰려 낮은 시급에서 일하는 것. 시간을 덤핑하면서까지라도 당장 돈이 필요하니 성폭력이 난무한 곳이라도 갈 수밖에 없다.’ 열악한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가 박탈된 것이 여성노동자의 현 주소다.

성차별을 지적한 응답은 다양한 종류의 성차별을 거론하고 있다. 입사과정에서부터 차별은 시작된다. ‘남성이라는 가산점’, ‘면접 때 여성이이라는 이유로 결혼계획 등을 묻는 것’, ‘면접 보러 가면 애들은 아직 어린가요? 봐줄 사람은 있나요? 등의 기혼여성의 구직을 방해하고 제약을 두는 질문’,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용모단정, 화장, 여성스러운 품행’. 입사 후에는 ‘회식자리에서 여자가 없으니 이쪽으로 오라며 성희롱을 일삼고 그에 항의하려하니 동료들은 그게 다 사회생활이라며 말린다’, 업무 중에는 ‘의사결정 소외’, ‘유리천정’이 가로막고 ‘성별임금 격차’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어딜가나 남초. 관리자는 다 남자. 문화가 남초’라고 여성의 설자리가 없는 노동시장을 꼬집고 있다.

19대 대선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할 여성노동공약으로 1순위로 꼽힌 것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22.6%(150명)이었다. 그 뒤를 이어 차별해소 19.0%(126명), 최저임금 시급 1만원 16.3%(108명), 노동시간 단축 9.5%(63명), 좋은 일자리 확보 5.9%(39명)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현실에서 드러난 저임금과 비정규직 차별, 고용불안정의 원인으로 비정규직을 지목하고 있다. 성차별은 비정규직의 외피를 쓰고 합리화된다. 여성의 53.8%가 비정규직이다. 반면 남성은 정규직이 64.0%이다.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남성은 정규직으로 입사경로 자체가 분리되어 있는 현실이다.

대선토론회에 참여한 여성노동자 당사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이날 4명의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참석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취업준비생 김세정씨ⓒ 한국여성노동자회

취업준비생인 김세정씨. 그는 알바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하나 시급이 너무 낮아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악의 여성실업률 속에서 학점과 토익점수가 낮은 남자 선배가 먼저 서류를 통과하고, 겨우 면접을 가면 ‘결혼할거냐, 결혼해서 애는  언제 낳을거냐, 직장은 계속 다닐거냐’는 질문만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애를 낳으면 맘충이라고 욕하고 안 낳으면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되묻는다. 김세정씨는 ‘남녀 비율을 맞춘 청년고용할당제를 실시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내 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박소영씨ⓒ 한국여성노동자회

20년 비정규직 인생을 살아왔던 박소영씨는 이렇게 회고한다. ‘아가씨 때부터 비정규직이었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돌아간 곳도 비정규직.’ 그는 비정규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절규한다. 비정규직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되물었다.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것. 그 이면에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희롱을 당해도 내 자리가 없어질까봐 아무 말도 못 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용불안과 임금차별,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이에게 내 한 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돌봄노동자, 요양보호사 이정이씨ⓒ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정이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고, 보람된 일이라고. 하지만 자부심이 밥을 먹여주진 않았다. 하루 5-6시간 일해도 월급은 6-70만원에 불과했다. 하루아침에 돌보던 노인이 돌아가시면 임금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예산을 없애야만 다시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년 보도블럭을 갈아대고 있다’면서 ‘세금의 우선순위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있어 어려운 이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이에게 나의 한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직업상담사, 워킹맘 이혜숙씨ⓒ 한국여성노동자회

직업상담사 이혜숙씨. 직업 연계를 해 준 많은 여성의 일자리가 지나친 저임금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경력단절 여성은 150만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는 같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임금 차이가 100배까지 나는 세상은 옳지 않다며 임금격차가 해소되면 교육도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킹맘 5년차라고 밝힌 그는 ‘일·가정 양립은 왜 늘 여성의 몫이냐’며 분노했다. ‘급여가 높으면 당연히 여성이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사나 돌봄에 대한 사회와 가정 내 분담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가사, 돌봄 일자리의 안정화, 육아휴직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목소리에는 현실이 있고, 방향이 있고, 답이 있다. 그리고 이를 듣는 귀는 가장 낮은 곳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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