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회 :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③] 성별격차 해소를 위한 “분배와 인정의 정의” –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여성노동정책들

※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는 대선 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6개 국회의원실(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 국회의원 권미혁·송옥주<더불어민주당>, 김삼화·신용현<국민의당>, 이정미<정의당>)이 공동으로 주최하였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본 토론회의 내용을 총5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여성노동정책의 방향과 쟁점: 평등주의의 관점에서” 발표 내용을 다룹니다 … 기자 말

※ 사정상 두 번째 발표,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여성노동정책과 돌봄노동에 대한 논의” 발표 내용은 다음 기사로 나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남녀임금격차가 OECD 국가들 중 최하위라는 뉴스에 ‘여성들이 남성보다 쉬운 일을 하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난무하는 사회이고, 여성 일반에 대한 무시와 희롱이 만연하고 성공한 여성은 질시와 증오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이며, 저출산 문제를 ‘일-생활 균형’정책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면서도 강고하게 유지되는 남성들의 생활방식에는 눈 감은 채 여성에게만 무언가 해주겠다는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지연 연구위원은 이를 ‘성평등’이라는 키워드로 관통시켜 바라보며 우리 사회를 평등사회로 부를 수 없다는 진단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국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임금의 62%수준이다. 이렇게 커다란 격차에 대해 ‘합리적인 시장’이 남성과 여성이 하고 있는 일을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그에 맞는 대우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만 유난히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근거를 대지 않는다면 OECD 부동의 1위인 성별임금 격차를 설명할 방법은 없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인적자원과도 무관하게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요행히 취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여성에게 전가되는 가족돌봄은 여성이 임금노동을 하더라도 감소되지 않아 여성들은 언제나 절대적인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여도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돌아올 뿐이다.

▲발표중인 장지연 연구위원

장지연 연구위원은 이처럼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과 “돌봄 책임”으로 인해 남성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점을 성별임금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다. 따라서 ‘성평등’을 위해 정책은 ‘어떤’ 평등의 원리에 기반을 두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인 편견이나 차별과 싸우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중을 설득하는데 뿐 아니라 변화의 도구로서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이론의 안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별격차 해소의 철학 : 분배와 인정의 정의

장지연 연구위원은 ‘차별금지’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할 수 있는 전략적 유용성은 인정하지만 이는 개인이 처한 환경과 초기 자원의 차이와 같은 구조화된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교육 등에서의 격차를 교정하여 출발선을 맞추더라도 여성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소하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젠더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남성과 ‘똑같이’ 대우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여성적 특수성’을 감안한 처우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틀로 정의 모델의 두 차원인 ‘분배’와 ‘인정’을 제안한다. “젠더”야 말로 프레이저가 ‘분배-인정의 딜레마’라고 칭한 문제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분배 차원의 부정의를 해소하기 위해 ‘같음’을 강조하며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시키는 경제 질서의 폐지를 요구하는 한편, 인정 차원의 부정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젠더적 특수성의 가치를 긍정하며 이에 대한 처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 인정은 ‘정체성’ 차원이 아닌 ‘지위(status)’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 특수한 집단 정체성이 아니라 개별 집단 구성원의 지위(사회적 상호작용의 온전한 파트너로서의 지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적 틀 안에서는 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도 젠더 특수적인 권리들을 동시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배’와 ‘인정’이라는 정의 모델의 두 차원을 이론적 틀거리로 차용할 때 각종 사회정책 입안 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된다. 먼저 이제까지 조세제도나 사회보험제도 등과 같은 사회정책 정책의 ‘단위(unit)’를 ‘가족’으로 상정함으로써 여성으로 하여금 가구 내에서 종속적인 지위를 탈피하기 어렵고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참여를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도 가능해 진다. 경제적 자원이나 생활의 웰빙 수준을 사회적으로 균등하게 가져가는 것이 평등주의자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 고소득 여성의 소득에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시간제 노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지연 연구위원은 일‧생활균형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동등한 참여를 위해 젠더 지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이론적 틀이 올바른 안내자가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인정관점으로 본다면 여성의 육아휴직을 최대한 보장하는 내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나 남녀가 서로를 동료로서 동등하게 대우하기 위하여 ‘인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굳이 육아휴직을 젠더특수적인 권리로 요구하기 보다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유인하는 제도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각계 전문가, 활동가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여성노동정책들

장지연 연구위원은 이러한 분배와 인정의 정의를 철학적 기초로 삼아 현 시점에서 당장 실행 가능한 5가지 여성고용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근로시간 일시단축 청구권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의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노동자가 필요한 시점에 전일제와 시간제 양방향 전환이 자유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생활균형과 여성고용율 제고에 동시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두 번째로 고용평등상담실을 확대하여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상담을 통해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전 예방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도록 할 것과 고용평등근로감독관을 지정하여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행정력을 담보하여 고용평등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임금공시제도를 도입하여 공기업의 경우,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민간기업이 경우 공공조달과 연계하여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출산전후휴가제도 적용대상의 전면 확대이다. 이를 위해 출산전후휴가급여 재원을 건강보험으로 이관하여 적용 대상을 출산한 모든 여성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배우자출산휴가 확대 및 남성의 육아휴직제도 활용을 높여 성역할 분리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제안이다. 구체적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단계적으로 2주에서 4주로 확대하며, 육아휴직 기간 급여액(소득대체율)을 연동하여 다양한 옵션,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짧게 사용하면 그 기간 동안 소득대체율을 높게 하고 길게 쓰면 그 보다 낮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고용평등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최저임금 현실화와 생활임금 확대,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실업안전망 강화 등을 제안하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이번 토론회의 논의 결과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바램을 담아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 정책에 반영되어야 여성노동의제를 정리하였다. 이제까지 여성인력활용정책에 머물렀던 여성노동정책을 성평등정책으로 바꾸기 위해 6대 방향 20개 방향을 제안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성평등노동정책 전문 보기: 클릭)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은 이전과는 다른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람이 존중되는 노동, 성평등한 노동이 정착되는 사회 기반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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