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회 :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④]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 노동정책과 돌봄노동에 대한 논의

※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는 대선 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6개 국회의원실(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 국회의원 권미혁·송옥주<더불어민주당>, 김삼화·신용현<국민의당>, 이정미<정의당>)이 공동으로 주최하였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본 토론회의 내용을 총5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노동정책과 돌봄노동에 대한 논의”발표를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 기자 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 과제로 제시된 고용률 70% 로드맵은 모든 경제 및 사회정책의 의제가 되었다. 고용률 제고의 핵심 대상은 여성들이었다. 가족의 모든 남녀가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노동정책의 전제는 가족의 돌봄수요와 노동현실을 ‘사회화’와 ‘일가정 양립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도구화 시키면서 돌봄노동을 비가시화, 주변화 시켰다.

윤자영 교수는 현재 노동정책이 전제로 하고 있는 성인근로자모델의 한계를 짚고 남녀 모두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을 공평히 수행할 수 있는 방향과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발표 중인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인근로자모델

유럽을 비롯한 복지 국가는 남녀가 가족경제에 기여하는 방식을 남성이 주된 소득을 벌어오고 여성은 가족을 돌보는 ‘남성생계부양자가족모델’이 아닌, 가족 안의 모든 성인이 전일제 임금노동을 해야 한다는 ‘성인근로자가족모댈’을 상정한다. 노동시장 참여를 통해 남녀고용평등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시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인근로자모델은 실패했다. 유럽에서 남성이 전일제로 노동을 하고, 여성이 시간제노동을 하는 1.5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 성인근로자모델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수행해오던 가족 내 돌봄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 성인근로자모델은 돌봄노동을 상품화시켜 공식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을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돌봄의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노동을 완벽하게 외주화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돌봄’을 ‘완전하게’ 상품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봄노동을 상품화하는 전략과 함께 남녀,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분담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근로자모델은 개인이 주체성 즉, ‘선택’을 가치로운 것으로 여기고 노동시장참여는 ‘선택’의 표현으로 장려한다. 문제는 ‘진정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있다. 개인에게 돌봄을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부과되어야 돌봄의 남녀공유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성인근로자모델을 전제로 한 복지개혁이 국가에 대한 시민의 시장노동 참여 책임을 강조했다면, 돌봄을 수행할 권리뿐만 아니라 돌봄을 받을 권리 등 돌봄노동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성인근로자모델의 노동정책은 ‘바람직한’ 행위를 노동시장에 두고 있다.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하게 한다는 근로연계복지에 기반한 노동정책은 저임금 일자리여도 그것을 ‘바람직한’ 행위로 전제한다. 그 과정에서 돌봄노동은 인류의 발전과 사회재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자 과정이 아니라 여성의 시장 노동을 가로막는 ‘장애’로 간주한다. 돌봄은 인간의 생애를 구성하는 보편적 가치이며 대안적 사회를 건설하는 윤리이기 보다는, 자립이 삶의 원리로 강조되면서 돌봄의 의존성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화되었다.

비가시화, 저평가된 그리고 계층화된 돌봄노동 

시간제일자리의 확대, 휴가제도 활성화, 사회서비스 상품화 등은 양립지원이라는 제도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적, 시장, 기업 영역에서 돌봄노동과 노동자의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의 이중적 책임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노동시장은 여성노동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지만 돌봄의 책임과 권리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원한다. 가족안에서의 돌봄을 인정하지 않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딜레마를 노출시키고 가족돌봄, 시장영역의 돌봄을 저평가 재생산하고 있다.

시간제일자리는 가족 안에서의 돌봄노동 수행 전담을 여성의 역할로 전제하고 있다. 남성의 동등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일가정양립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남성생계부양자와 여성이차소득자 모델을 확산시킨다. 또한 사업장의 노동자 가족책임에 대한 비용을 내부화시키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시간제일자리는 가족책임으로 인한 비용을 외부화시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노동자의 일가정양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휴가의 사용도 노동자의 돌봄노동 책임과 수행을 사업장에서 비가시화 시킨다. ‘동일직장복귀권’은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일부 비정규직 여성들은 휴가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육시설은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정시퇴근, 시차출퇴근제 등의 보장 없이 면죄부처럼 작용되고 있다. 휴가제도가 사업장이 돌보의 책임을 나누기 위한 근본적인 근로문화와 제도를 개혁하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 제도의 양적 성과는 정규직의 대규모 사업장 여성노동자에 집중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재도를 사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노동자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는 고용관계와 사업장의 환경적 특성이 크게 작용된다. 육아휴직 활용을 저해하는 사업장 요인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모성보호제도가 상대적으로 고소득 계층에게 유리한 육아지원 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낮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저소득층 육아휴직 이용에 따른 불이익만 가중시킨다.

대선토론회를 듣고 있는 참여자들

노동-돌봄 체제를 위하여 

남녀가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을 고평하게 분담하는 노동-돌봄 체계를 위해서는 프레이저가 주장한 ‘보편적 돌봄수행자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프레이저는 돌봄노동을 남성의 ‘생산적 노동’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등가적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돌봄 수행자 모델’은 시민권의 핵심적 자격요건에 돌봄수행을 포함시켜야 하며 기존의 ‘여성의 일이라 간주되었던 돌봄노동은 남녀 모두의 기본적인 시민적 역할로 재분배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자영 교수는 프레이저가 주정한 ‘보편적 돌봄수행자 모델’이 과연 우리사회에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먼저 돌봄노동 수행의 안정적, 성평등적, 계층적 형평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직접 양육을 위한 휴가 등 시간지원과 노동자의 직접 양육에 대한 대체서비스 간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분담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부모의 돌봄서비스 선택권 강화와, 서비스 접근권과 돌봄서비스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이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임금노동 수행 여부에 상관없이 가족돌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며 노동가능성과 고용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소득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공평한 노동시장 참여와 시간의 재분배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가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에 공평히 참여할 수 있기 위한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전략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시스템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여성근로자의 시간부족과 시간압박을 심화시킬 뿐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뒷받침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초과근로 수당을 현행 50%가 아닌 그 이상으로 올려서 초과근로에 대한 사용주와 근로자의 유인 모두를 차단해야 한다.

세 번째는 노동시간 유연화이다. 가족 책임을 가진 근로의 현실에 부합한 노동시간 유연화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가족 책임과 노동현실을 반영한 노동시간체제는 일일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것이다. 5일 6시간 근무, 노동시간대 조정, 야간 혹은 휴일 근로 제한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일상적으로 모든 노동자의 표준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가족 내 돌봄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 단축 및 유급휴가 등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소비의 사회화, 즉 넓은 의미의 탈가족화 -복지의 가족에의 의존 약화- 정책 추진을 통해 개인소비 및 지출의 감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 주거, 의료 등 소비의 공공화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자발적 초과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자영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헌법 제119조 2항에서 유래한 경제민주화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가족 안팎에서 수행되는 돌봄노동을 ‘경제’의 한 부분으로 인정한다면, 시장경제와 무급돌봄경제 간의 균형 있는 성장과 안정, 적정한 보상의 분배, 시장 영역의 가족/돌봄에 대한 지배와 힘의 남용을 방지하며, 시장노동과 돌봄노동 수행 주체 간의 조화와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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