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로드맵이 시급하다 – ‘여성은 아르바이트, 남성은 가장…임금차이 당연?’

* 매년 5월 마지막 주간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정한 남녀고용평등강조 주간이다. 남녀고용평등 실현과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해 기업, 노동자,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공감대 확산을 이루고자 지정되어, 17여년 동안 매년 소관 부처 및 기관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여성노동의 현실을 얼마나 변화시켰을지 살펴보기 위해 한국여성노동자회 산하 전국 10개 지역의 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에 포착된 성별임금차별 사례를 분석해 보았다 … 기자말

임금은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이자 노동시장 내 지위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다. 한국 여성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어떠할까? 2016년 8월 통계자료를 살펴보면(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졍제활동부가조사(2016년 8월) 결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남성 정규직노동자의 평균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여성정규직 69.4%, 여성비정규직 35.8%로 심각하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6년 한국의 남녀임금격차는 3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 격차 또한 거의 줄어들지 않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한국 여성노동의 특징은 저임금과 심각한 수준의 성별임금격차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한국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여전히 성차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각종 법제도와 소수의 성공한 여성에 대해서만 부각되며 우리사회 성차별을 은폐하고 문제제기 하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여성노동의 현실을 진단해 보았다.

5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활동 중인,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무급타파 행동단ⓒ 한국여성노동자회

○ 성차별적 임금체계 여전해

사례 분석 결과는 암울하다. 성별을 이유로 한 임금차별이 여전하였기 때문이다.

A씨는 청소용역직으로 건물 안과 화장실 청소업무를 담당한다. 남성은 외곽 청소와 제초, 쓰레기 운반 및 분리업무를 수행하고 여성에 비해 매월 20만원 정도 더 받고 있다. 남성에게만 특별직업수당, 야외작업수당 등의 수당이 있고, 하루 근무시간도 남성이 1시간 더 길다. 남성의 업무가 많아 근무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임금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올해 임금인상도 여성은 6.99%, 남성은 10.99%로 성별로 다르게 결정되었다.

A씨 사례처럼, 여성노동자가 수행하는 건물 안과 화장실 청소는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므로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남성의 업무에 비해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음에도 남성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성차별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미 30년 전에 고용상 남녀차별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녀고용평등법이 무색한 현실이다.

이와 같이 성별을 이유로 직접적으로 차별이 가해지는 사례 이외에 직무나 고용형태 등 성별이 아닌 사유로 임금격차를 발생시키나 결과적으로 성차별을 야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 고용형태별‧성별 임금차별 심각
 
B씨가 일하고 있는 공장의 조립‧포장업무는 성별에 따라 두 직종으로 나뉜다. 남성은 ‘기술직종’, 여성은 ‘단순직종’으로 분류되어 임금차이도 크게 발생한다. 남성 평균임금이 250만원~300만원 수준인데 비해 여성 평균임금은 170만원~180만원에 그치고 있다. B씨는 같은 공장에서 15년간 근무하다 몇 년 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후 재고용되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경력인정 없이 매년 계약이 갱신되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B씨 사례에서 보이는 이러한 차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차이가 아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인 것이다. ‘여자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면 되지만 남자는 가장이라 임금을 더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남성노동자의 주장은 성차별적 언사이며, 이러한 논리는 이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여성노동자를 해고로 내몰고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였다. B씨는 구조조정 후 재고용되어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경력인정도 받지 못한 채 매년 초봉임금수준에서 결정되는 비정규직 임금을 받고 있어 성별임금차별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명시되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터에서는 누가 일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다른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성별임금차별이 횡횡하여 여성노동자에겐 헬조선에 다름 아니다.

○ 성별 직무분리, 유리벽, 유리천장 … 강고한 성별임금차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C씨는 여성이기 때문에 주방보조 업무로 배치되었다. 남성은 배달업무에 배치되어 초임이 여성에 비해 20만원 많다. 배달업무가 위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월급이 많다고 하나 주방업무 역시 화상이나 자상 위험이 크다. 배달업무는 중간중간 쉴 수 있지만, 주방업무는 근무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여기에 청소업무 및 고객응대까지 담당하고 있어 쉴틈 없이 다양한 일을 수행하며 감정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심한 상황이다.

C씨의 사례는 성별로 업무배치를 다르게 하고, 여성의 업무를 남성에 비해 ‘위험하지 않고 편한’ 업무로 분류하여 임금차이를 정당화시키려는 꼼수일 뿐이다. C씨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배달업무 수행 여부가 직급 결정의 핵심으로 작용하여 이는 남성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배달업무를 담당하는 남성노동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방업무 등 업무 전반을 습득하도록 독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남성은 점장으로 승진하나 여성은 점장 아래급인 매니저에 머물게 된다. 간혹 주방업무로 입사한 남성이 있으면 이들에게는 배달업무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만일 면허가 없다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장려하면서)하나 여성에게는 입사시점에 주방업무로 배치하고 일정 근속기간이 되어도 배달업무 병행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어 결국 직급의 차이와 이로 인한 임금격차가 더욱 크게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문제는 민간영역 뿐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D씨가 일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공식적으로는 임금이나 업무에 있어 성별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승진가능성이 높은 업무, 핵심적인 업무는 거의 남성에게 배치된다. 이는 성과인센티브의 차이 뿐 아니라 이후 승진으로 인한 급여차이까지 발생하게 되어 성별임금격차를 확대시킨다. 이에 반해 여성에게는 덜 중요한 업무에 배치시키고 잡다한 지원업무(손님 커피 준비, 회의 진행시 회의실 예약, 다과 준비, 참석자 연락, 명패 제작, 회의록 작성 등)를 전담시키며 보조적인 인력으로 고착시키고 있다.

D씨 사례처럼, 공식적으로는 성차별의 여지를 두지 않으나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와 성역할에 대한 통념을 전제한 업무배치로 결과적으로 여성노동자가 차별받게 하고 있다. <평등의전화>에는 심지어 ‘점심시간에 여직원은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나갈 수 없다’거나 ‘회사 워크숍을 갔는데 여직원만 따로 불러 채소를 씻고, 썰고, 고기를 굽고 밥을 하게 했다’는 상담이 접수되기도 하였다.

성별임금격차와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격차에 관한 피켓을 든 무급타파 행동단ⓒ 한국여성노동자회

○ 인정되지 않는 경험과 경력, 승진 대신 퇴사를 유도하는 고용단절
 
E씨는 상사로부터 “맞벌이고, 나이도 있는데 그만두지 그러냐? 여직원 2명은 쓸 수 있다. 욕심내지 말고 그만둬라. 그전에도 나이 많은 여직원 다니던데 보기 안 좋더라”는 말을 들었다. 상사는 젊은 미혼 여성에게만 잘 해준다.

여성을 회사의 중요한 인재가 아닌 꽃으로 생각하는 인식은 아직도 여전하다. E씨는 15년을 다닌 회사의 상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여성의 경험과 연륜은 승진의 근거가 아니라 시듦과 쓸모없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결과 회사에서 오래된 경험 많은 여성들은 승진보다 퇴사를 요구 당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아니더라도 많은 여성들은 이러한 고용단절과 맞닥뜨린다. 그 결과 남성들이 안정적으로 승진하여 고임금을 받을 때, 여성들은 다른 업종으로의 전업하여 새로 시작하거나 단순직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저임금에 머물게 된다.

○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정책 수립하라
 
촛불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로운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성별임금격차도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 등 노동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세밀하게 설계하고 입안해야 함에도 여전히 성별 변수가 생략된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우려가 크다.

성별임금격차는 정도의 차이일 뿐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지금 세계 각 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사회발전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중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 빈곤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시급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1)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노동자성 확대, 2) 최저임금 시급 1만원, 3) 기업의 임금공개 의무화, 4) 관리직 임원 여성 30% 할당제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실효성 확보를 제안하였다. 이제 새 정부는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구체적인 계획을 내오길 바란다. 빠른 시일 내에 성별임금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산하 전국 10개 평등의전화 상담실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모성권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대표번호를 통해 전국 어디서 전화를 해도 가장 가까운 지역 상담실로 연결되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전국 평등의전화 상담실> 대표번호 167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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