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평등한 노동환경 구축은 고용노동부의 최우선 과제다 –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취임에 부쳐

논평]  성평등한 노동환경 구축은 고용노동부의 최우선 과제다

–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취임에 부쳐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영주 장관이 취임했다. 김영주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다섯가지 과제 -고용노동행정의 중심을 현장에 두고 잘못된 관행 시정, 양질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최소화와 차별금지, 일과 삶의 조화, 고용노동정책의 균형회복-을 제시했다. 노동시장에서 지독하게 차별받고, 지나치게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노동의 문제를 호명하지 않은 점이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지점이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김영주 장관께 여성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차별받지 않고 자립하여 당당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을 요청한다. 여성노동의 문제는 노동 일반의 문제와는 다른 특수상황에 처해 있고, 별도의 정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난 9년간 비정규직의 여성화, 저임금의 여성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OECD 1위의 고질적인 성별임금격차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고 이를 끌어올리는 정책은 이번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정책의 철학을 성평등에 두고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지난 정부의 적폐를 먼저 청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 확산 정책이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를 떠넘기고 0.5의 일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그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나 노동자의 보다 나은 삶이 아닌 고용의 양 확대였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의 20.6%가 월 평균임금 74만원의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4대보험은 물론 각종 복리후생, 승진 등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는 저임금의 불안정 압축노동이다. 여성들의 시간제 노동자 비중이 더욱 확대되면 여성의 일자리를 시간제로 굳어지고 그 지위는 더욱 하락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간제일자리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있으며 ‘장시간 근로 개선 및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이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제 노동을 연동하여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시간제 노동은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고 일부 노동자들의 시간만 줄여 권한과 임금과 고용 안정성을 줄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시간제 일자리 확산 정책을 폐기하기 바란다.

 

둘째, 집무실에 설치하는 일자리 노동관계 상황판에 성별분리 통계를 적용하길 요청한다. 성별은 노동시장의 절대적 변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성별변수가 지나치게 과도하게 작동하고 있다. 성별분리통계로 노동시장을 바라보면 어떤 노동이 가장 열악한 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 지를 세밀히 살펴보고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셋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기존의 저질 일자리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속에는 여성노동의 가치 재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저평가되어 언제나 최저임금 수준으로 혹은 그보다 낮게 평가되는 여성의 노동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이 당연시되는 문화 속에 여성의 지위는 흔들리고 낮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만든 일자리부터 점검하기를 바란다. 시간 단위 호출제로 불려 다니는 돌봄 노동자들은 정부가 만든 저질의 일자리에서 불안정노동과 저임금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강하게 견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죽도록 일하면 죽는다는, 생활의 중심은 일이 아니라 개개인이 선택한 삶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 후에 밤새 회식자리에 끌려 다닌다면 노동시간 단축은 아무 의미 없다. 개인의 삶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칼퇴근이 아니라 정시퇴근이다. 또한 돌봄 노동은 여성이 아닌 가족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자리잡아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아픈 아이에 대한 문제를 상의하는 전화를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 걸 수 있는 사회, 남성의 육아휴직이 당연한 사회가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룬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노동정책이 필요하다. 단 한번도 1위를 놓친 일 없는 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는 우리나라의 커다란 수치이다. 채용부터 시작되는 차별, 직군 분리, 승진 배제, 이른 퇴직, 경력단절, 비정규직 재진입으로 완성되는 여성노동의 일대기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차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인격적 존중과 정당한 임금을 받는 노동문화 정착을 위해 성평등노동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요청한다.

 

이 모든 일들을 정부가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지난 9년간 철저히 파괴되었던 민간과의 거버넌스를 복원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 첫 발걸음일 것이다. 새 정부의 첫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자를 노동자로 호명하는 상식을 갖춘 장관에게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여성의 노동을 살펴 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2017. 8. 16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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