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월급 깍아 ‘민심 그대로 비례대표제’

선거 때만 되면 늘 고민이다. A당을 지지하지만 우리 지역구 후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내가 지지하는 B당을 찍으면 사표라고, 어차피 될 놈을 밀어주라고 주변에서 말한다. 왜 내 선택이 100%반영되지 않는 걸까?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궁금증이 풀어본다.

정당지지율 59%, 의석비율은 90.91%?  

지난 10월 30일 여성노동자회 대표자회의에서 진행된 ‘선거제도 개혁 워크숍’.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의 강의를 정리해 본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당 득표율은 33.5%였지만 의석은 40.67%나 가져갔다. 또 정의당은 7.23%의 지지를 받았지만 의석비율은 고작 2%다. 전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이다. 2014년 경상남도의회 선거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59.19%인데 반해 의석비율은 무려 90.91%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우리나라는 이기는 한 사람만이 국회의원이 되는 지역구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는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나머지 표심은 모두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또 이 때문에 거대 정당들만 살아남고 소수정당은 성장의 토양 자체를 빼앗긴다. 어떻게 하면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100%비례대표제

의회 선거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 이는 지역구 1등만 의회로 진입하는 제도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이 제도가 이식되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100% 비례대표제이다. 네덜란드가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투표용지를 보면 정당투표를 하게 되어 있고 정당 밑에 순번을 매긴 후보자들이 기재되어 있다. 주권자는 지지 정당과 지지 정당 아래 후보자, 두 가지를 선택한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고 후보자들은 득표에 따라 순번이 재배치된다. 그야말로 민심 그대로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투표용지. 정당과 정당에서 제안하는 비례대표후보자를 선택한다. 득표에 따라 정당의 비례대표 순서가 바뀐다.
출처 : https://www.idea.int/news-media/news/can-netherlands-avoid-return-manual-vote-tallying-applying-open-data-principles

비례대표제 덕분에 복지국가가 되었다

비례대표제 방식은 1900년 벨기에에서 시작되어 유럽대륙으로 확산되었다. 현재 많은 복지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사실 복지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비례대표제 덕분에 복지국가가 되었다’가 순서상 맞는다. 유럽의 노동운동은 각국 정부에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노동자, 서민의 수가 많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 놓는 정당에 투표해 왔고, 그 결과 노동자, 서민이 살기 좋은 복지국가로 서서히 전진해간 것이다. 네덜란드는 한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일 없이 다양한 정당들이 서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정치를 해 왔다. 네덜란드의 오늘을 보면 노조조직률은 50%, 노인빈곤률은 1.6%이다. 네덜란드에 50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으로 월 130만원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져온 변화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지역구 제도를 운영해 왔다. 하루아침에 비례대표제로 바꾸기에는 저항이 만만치 않다. 비례대표제와 지역구 제도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뉴질랜드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뉴질랜드도 우리처럼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100%의 국회의원을 뽑았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오래 운영하면 정당이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하던 뉴질랜드는 2개 거대정당이 지배하던 정치구조였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1993년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1993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었다. 그 뒤 변화가 일어났다.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층 증세, 공공임대주택 개선, 민영화 중단, 복지확대와 같은 조치들이 취해졌다. 거대정당이 권력을 독점할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소수정당들의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 배분 후 정당 내에서 지역구 선출자, 비례후보자 배분

그렇다면 독일과 뉴질랜드가 채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엇인가. 정당 득표율과 연동한다 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지난 2015년 2월, 선거관리위원회가 기특하게도 매우 파격적인 독일식 선거제도를 제안했다. 하지만 2015년 말 국회는 이를 두고 싸움만 하다가 결렬이 되었다. 방식은 이렇다. 현재와 같이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동시에 한다. 그런데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그 후에 배분된 의석을 정당 내부에서 각 의원을 뽑을 때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을 우선순위로 배치하고 남는 의석이 있으면 정당에서 정한 비례대표 순서대로 배정하는 것이다. 현재 전체 300명의 국회의원 중 47명 만 비례의석인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원의 숫자가 많을 수 있다. 독일은 이 문제를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한다. 초과된 의원 숫자만큼 다른 정당도 비례해서 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은 비례 의원 숫자를 추가로 60명을 늘려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360명으로 만드는 안이다.

국회예산은 동결, 민심을 반영할 의원 숫자는 늘려

쓸데없이 월급만 많이 받아가는 국회의원 늘어나는 것이 싫다고? 오! 걱정 마시라. 조건은 국회 예산 동결이다. 현재 5,744억인 국회 예산을 한 푼도 늘리지 않고 의원 숫자만 늘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은 1억 4천 7백만원. 특수활동비는 81억. 특수활동비를 없애고 연봉을 낮추면 해결된다. 현재 국회의원 연봉은 우리나라 국민소득 5배가 넘는다. 유럽 나라들은 2-3배가 많을 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은 지나치게 높다.

이 부분을 가장 즐겁게 설명하는 하승수 공동대표.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심 그대로 비례대표제’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