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직장내 성희롱, 사업주 의무 강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

[논평]

직장내 성희롱, 사업주 의무 강화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의무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이 이 법에 신설된 지도 18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은 근절되지 않았고, 최근 ‘한샘 사태’로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드러나기에 이르렀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관련 개정안 통과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직장 내 성희롱이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공식적인 책임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의무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이번 개정안은,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사업주는 사실 확인 조사와 동시에 근무장소 변경 또는 유급휴가 부여 등 피해자 등의 보호조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사업주에게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조치와 가해자 징계조치 등을 의무화하고, 사업주에게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하였다. 만약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조사의무,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징계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에게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과 유급휴가 등의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 법에서는, 조사 및 처리 과정에서의 사업주 책임과 불리한 조치 금지에 대한 내용이 지나치게 허술하여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실상 법은 허울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막상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 대한 보호,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피해자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 등 2차 3차 피해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 2016년에 직장 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57%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로 인해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고, 72%의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객에 의한 성희롱 또한 현행 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해서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빈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건수 552건 중 실제 기소된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고, 불기소 26건, 과태료 66건, 행정종결이 453건이었다. 직장 내 관계라는 특성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협소한 판단으로 인해, 어렵게 용기내어 진정을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호소도 다수 있다.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한 직장 내 성희롱 상담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고, 이에 여성노동계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피해자 보호 등 사업주 의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여 관련 법개정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의 평등권과 존엄하게 노동할 권리에 대한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침해이므로 이에 대한 법개정은 매우 절박하고 시급했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피해자 보호 등,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의무가 실질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일터를 잃는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는 그 예방부터, 발생시 피해자 보호 및 조사, 가해자 징계 등 조치, 재발방지 대책 등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는 법 집행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법 개정으로 사업주의 의무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고용노동부의 처리가 소홀하다면, 법개정은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직장, 정부, 우리 사회 모두가 실질적인 직장 내 성희롱 없는 안전한 직장문화, 성평등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7년 11월 10일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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