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그녀와 2017년의 그녀들이 한자리에”: 제4회 ‘김경숙상’ 시상식 그리고 여성노동자 연대의 밤 후기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2월 21일 서울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제4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이하 김경숙상) 그리고 여성노동자 연대의 밤」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접수대를 꾸려놓고 많은 분들이 와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행사 당일에는 날씨가 좀 풀려 오시는 길이 너무 고되지 않으셨으리라… 마음이 놓였답니다.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은 1970년대 YH무역 여성노동자였던 故 김경숙 열사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1979년 YH무역 노동조합 투쟁과 21살의 젊은 여성노동자 ‘김경숙’의 죽음은 박정희 유신체제 종말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70~80년대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그러했듯, YH무역 여성노동자들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해 왔고, 1979년 8월11일 신민당사에서 농성하던 중 당시 노동조합의 상무집행위원이었던 김경숙 열사는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자살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던 유신정권과 이와 곁탁하여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의 전횡에 온 사회가 분노하였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눈물과 김경숙의 죽음은 18년 군사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의 봄을 불러온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경숙 열사와 더불어 한국사회 노동운동 역사의 큰 축이었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정신을 기념하고자 제정되었습니다. 또한, 현재에도 정의와 연대의 촛불을 들고 차별과 탄압에 맞서 여성노동자의 승리와 해방을 위해 활동하는 ‘이 시대의 김경숙들’을 지지하고 연대하고자 수상합니다.

 

시상식의 처음은 이러한 김경숙 열사와 YH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영상을 함께 관람하였습니다.

 

영상에도 나오셨던 최순영 YH노조 전 지부장은 현재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의 공동대표직을 맡고 계십니다.

최순영 공동대표(전 YH노조 지부장,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는 “2017년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투쟁이 삶처럼 되어 있다. 70년대, 우리 아이들에게는 투쟁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투쟁했는데, KTX 해고 승무원들처럼 오늘날에도 10년이 넘게 싸우고 있는 여성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쌓여가며 세상은 변한다.”고 위로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어 바로 수상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는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임윤옥 상임대표가 해주셨습니다.

 

올해가 4회 째인 김경숙상의 수상자는 코레일의 불법 외주화와 부당해고에 저항하여 4300 여 일 동안 투쟁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전국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가 수상했습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4300 여 일의 투쟁은 성별에 따른 직제 분리와 성차별적인 구조조정에 맞선 저항이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공인한 취업사기에 맞선 항거였고, 정부가 앞장 선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투쟁이었지요. 이 과정 속에 KTX열차 승무지부의 조합원들은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성장했고 여성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는데 앞장 서왔습니다.

 

이러한 그녀들의 투쟁을 보여주는 시가 있어서, 참석자들과 함께 KTX 관련 시 낭독과 사진 슬라이드 영상을 듣고 보았습니다. 시 제목은 “계약직-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김명환)” 이었습니다.

시 영상 (클릭)

 

큰 박수로 KTX열차 승무지부의 그녀들을 무대로 모셨습니다.

70년대 유신정권과 악덕자본가에 맞서 싸운 여성노동운동의 선배들이 투쟁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여성들을 위로하며 안아주고 지지의 마음을 담아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였습니다.

 

 

KTX 열차 승무지부 지부장인 김승하 님은

“YH노동조합의 김경숙 열사는 79년에 돌아가셨다. 저는 79년 생 이다. 70년대의 여성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도 산업역군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알고 있는데, KTX 해고승무원들의 처지와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우리 역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철도의 꽃’이라 홍보에 이용당했다. 그러나 외주화된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김승하 지부장은 “70~80년대 선배님들이 박정희 정권에서 힘들었는데, 저희도 그 망령이 되살아나,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려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이 끈질긴 망령들을 반드시 끊어내겠다. 앞으로 KTX에서 안전업무 담당하며 당당히 일한다는 소식으로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시상식에 이어 2부는 토크쇼 <이야기로 삶을 잇다>로 진행했는데요. 이 시간은 과거와 현재의 투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잇는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김경숙상 제정 이후 매 시상식과 토크쇼를 진행해주시는 전문(거리의 ^^) 사회자 최광기 님이 올해도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토크쇼 이야기 손님으로는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의 주역이었던 동일방직 노조의 전 지부장 이총각 선배님과 KTX열차 승무지부의 김승하 지부장, 정미정 총무께서 나와 주셨어요.

 

이총각 선배님은 70년대 극심한 사측의 노조탄압 속에 똥물까지 뒤집어 쓰는 오욕을 버티고 끝까지 싸웠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울컥 울컥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똥물까지 뒤집어 씌울 줄 우리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미리 다 준비를 해 왔고, 우리가 경찰에도 보호요청을 했는데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당사자들은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총각 선배님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시간이 되돌이켜 보면, ‘누구를 위해서 투쟁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해서 살아왔고 투쟁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너무나 많은 소중한 삶을 찾았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지금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확신에 찬 말씀으로 많은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KTX열차 승무지부 정미정 총무는 “학교 다닐 때 등록금 투쟁 한 번 해보지 않았고, 노동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된 곳에 서 있는 걸 아는 순간 간과할 수 없었다. 이 잘못된 현실이 바로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그리고 같이 투쟁하던 동료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는 너무나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함께 하고 있는 조합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목숨을 끊은 동료에게 딸이 하나 있다. 끝까지 싸워 그 아이에게 엄마와 엄마 친구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70-80년대 투쟁한 그녀들과 그때 태어나 현재 투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삶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 역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노동 운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토크쇼가 마친 후에는 일명 노가바(노래가사 바꿔부르기) 타임이 있었어요.

동일방직, YH노조 등 70-8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목놓아 부르던 개사곡들을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고 율동도 따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수상자 KTX열차 해고 승무원들이 어서 빨리 승리하길, 원직 복직되길, 직접고용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곡은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을 손잡고 제창하였습니다.

우리 승리하리라! 맞잡은 손의 따스함이 사진으로도 전해지네요.

 

세상이 다 알아주지 않아도, 여성노동자들의 당당한 발걸음은 언제나 계속되어 왔습니다. 역사의 주체로, 노동운동의 기둥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아가는 오늘의 김경숙들을 응원합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서비스컷) 한국여노 사무처 식구들도 선배님들과 함께 한컷~ ㅎㅎㅎ

 


 

 

아래서 부터는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인증샷 모음입니다. ^^

* 철도공사 사장은 해고된 KTX 승무원을 즉각 복직시켜야 합니다 !
* 문재인 정부는 KTX 해고 승무원 복직 정책협약을 이행하십시오
* KTX 여성승무원 업무의 외주화는 명백한 성차별!
* 철도공사는 KTX승무원을 직접고용 하라!
* KTX승무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하며 연대하겠습니다~

 

 

One thought on ““1970년대의 그녀와 2017년의 그녀들이 한자리에”: 제4회 ‘김경숙상’ 시상식 그리고 여성노동자 연대의 밤 후기

  1. Pingback: 1970년대의 그녀와 2017년의 그녀가 한자리에_자원활동가 정승희 님이 쓴 제4회 김경숙상 시상식 후기 – 한국여성노동자회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