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후기] 1970년대의 그녀와 2017년의 그녀가 한자리에_자원활동가 정승희 님이 경험한 제4회 김경숙상 시상식

1970년대의 그녀와 2017년의 그녀가 한자리에

책에서만 읽은 그녀들을 직접 만난 김경숙상 시상식

 

※ 이 글은 한국여성노동자회 자원활동가 정승희(사진) 님이 작성해 주신 후기 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듯 매서운 추위도 주춤했던 지난 21일, 나는 ‘제4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이하 김경숙상) 그리고 여성노동자 연대의 밤」에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노동시장을 경험해 본 것은 몇 번의 짧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다인 학생 신분인지라, 내게 여성 노동은 주로 책이나 신문 등의 활자로만 접해왔던 영역이었다. 그래서 7-80년대에 노동운동을 하셨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 반, ‘내가 도움이 될까’ 하는 걱정 반의 마음을 안고 행사가 열렸던 망원동으로 향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 열심히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할 일을 찾는 동안 많은 분들께서 자리해 주셨다.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인증샷’ 촬영 시간이 있었다. 나는 이 인증샷을 촬영하는 일을 담당했었는데, 행사에 참여하신 거의 모든 분들께서 선뜻 인증샷을 남겨주셔서 행사 전부터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 정승희 자원활동가가 찍은 KTX해고승무원 응원 인증샷 중에서 (아래)

 

올해의 김경숙상 수상 대상자는 현재 4,300여일이 넘는 시간동안 코레일의 ‘취업 사기’와 부당해고에 대항해 투쟁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전국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분들이었다. 얼핏 들어 알고만 있었던 KTX 해고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접하게 된 것은 구독 중인 한 주간지를 통해서였다. 2004년 당시 내 나이 또래였던 그녀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처음 코레일 승무원으로 채용되었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가 상상이 너무나 잘 되기에, 그녀들의 아픔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시상식에 이어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KTX열차 승무지부의 김승하 지부장과 정미정 총무,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동일방직 노조 전 지부장 이총각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70년대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바가 없는 흔한 상경대생이었다. 그러다 이번 학기 노동 수업을 통해 하와이대학 사회학과 구해근 교수의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70-80년대의 노동운동을 설명하는 책이어서 노동 분야에 무식했던 나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내용은 70년대 노동운동의 주역이었던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정부와 사측이 얼마나 악랄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했는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화는 YH무역 노동조합의 신민당사 농성 과정에서 있었던 김경숙 열사의 사망 사건과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사측이 인분을 뒤집어 씌운 일이었다. 책으로 보면서도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에 인류애까지 사라지는 느낌이었는데, 현장에서 당사자 선배님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 상황을 들으니 더욱 분노와 울분이 치밀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전하셨던 이총각 선배님께서 아직까지도 그 때 일이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면서 울컥하실 때는 나까지 너무 분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

 

  • 시상식 처음에 상영한 ‘꽃다운(YH노조 투쟁 다큐) ‘ 영상 중에서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이 했던 경험이 현재 2017년을 살아가는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총각 선배님의 이어지는 말씀에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정말 어려운 투쟁을 해 나가셨던 이총각 선배님께서 ‘투쟁이라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구나’하고 말씀하셨을 때는 정말 존경심이 들었고, 무력감에 젖을 것이 아니라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큰 원을 이뤄 ‘노래 가사 바꿔부르기’ 시간을 가졌을 때 나는 주로 위에서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는데, 위에서 큰 원을 이룬 모습을 조망할 때는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한 분 한 분의 투쟁의 경험들이 모여져 나에게 벅찬 감정으로 전해졌던 게 아닐까 싶다.

 

  • 노래가사바꿔부르기 시간의 모습

 

멀리서 바라볼 때 세상은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분명히 세상은 천천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게 진보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많은 이들의 피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아픔을 공감하며, 연대의 의지를 재확인했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미래의 여성 노동자로서 정말 의미 있고 아름다웠던 날이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과 70년대 여성노동운동 선배들과 함께 한 정승희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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