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법무·검찰은 조직내 성폭력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 _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국 16개 지역 동시 기자회견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법무부 고위간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고, 이후 사과는커녕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모두를 대신해 용기를 낸 서검사에게 온 마음으로 지지를 보냅니다.

이에 2월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지역지부들은 전국성폭력상담소협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WCA연합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등 여성인권단체와 함께 전국 16개 지역 대검찰청 및 각 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도 하였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발언] 서지현 검사에게 성평등 정의를!

임윤옥(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다들 피해 검사 분의 인터뷰를 보셨을 것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할 때, 아무리 말하기 힘들어도 여기서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어떤 다짐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다. 입 다물고 일해라’ ‘검사 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상사 평가나 잘 받아라’ 라며 말리는 수많은 비굴해야 살아남는다라는 체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어 말씀해 주셔서 수많은 여성들이 분명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당한 생존자 여성의 힘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해 검사 분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사실 제가 범죄의 피해를 입고 또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당하나… 굉장히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 하는 자책감에 괴로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시 성폭력 가해자인 안태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오랜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법무부에서는 “인사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성폭력 가해자는 검찰국장으로 승진가도를 달리며 온갖 권력을 누리는 사이 피해자인 서 검사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지옥 같은 8년을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그분에게 8년은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크나큰 고통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참담합니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로서, 검찰 조직이 정의롭기를 바라는 한 시민으로서, 성폭력은 폭력이라고 수십년간 외쳐온 여성활동가로서 참담합니다. 검찰이 어떤 조직입니까? ‘정의구현’이 사명인 국가 조직입니다. 성폭력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할 검찰조직이 이 정도라니 참담합니다. 성추행 장소가 장례식장이라는 것도, 그 옆에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은밀한 장소가 아니라 그 자리에 많은 검사들이 그 장면을 봤는데도 성폭력 사건이 8년이나 은폐 되었다는 것에 참담합니다.

그뿐입니까? 피해 검사 분은 성추행 사실을 꺼내는 것 자체가 검찰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 아닌가 망설여져서 당사자에게 사과조차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무감사, 검찰총장 경고, 전결권 박탈,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까지 조직내 불이익처분을 받아야했던 것입니다. 일 잘한다고 법무부 장관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는데도 원하지 않은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검찰 내에서 이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려는 남성 고위직 간부들에 의해 이렇게 철저히 짓밟힌 것입니다.

무엇이 이렇게도 검찰조직을 썩어문드러지게 한 것입니까? 헌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있는데도 법을 지켜야할 이들에게 무엇이 초법적 권력을 누리고 불법을 맘대로 행사할 권력을 부여한 것입니까?

그것은 바로 소위 1%의 흔들리지 않는 권력 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한번 받기도 어렵다는 장관상을 2번을 받고, 몇 달에 한번씩은 우수 사례에 선정되어 표창을 수시로 받아도 그런 실적이 여자의 인사에 반영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여자의 실적이 훨씬 좋은데도 여자가 아닌 남자선배가 우수검사 표창을 받는다거나, 능력 부족으로 여자가 80건이나 재배당 받아 사건을 대신 처리해줘야 했던 남자후배가 꽃보직에 간다거나 하는 일이…”
피해 검사 분도 얘기했듯이 인사제도, 상벌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해지지 않는 한 그들은 자시의 권력으로 힘 없는 사람 하나 주무르기는 매우 쉬운 일일 것입니다. 인사 평가제도 자체가 성차별적 인사 평가제도입니다. 서로서로 비호해주는 남성 권력과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인사, 승진 제도가 공평해지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 검사 분은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힘 없고 빽 없는 일개 검사의 절규 따윈 비웃으며 무시하는 그들, 그들 앞에 달리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라는 것은 결코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언합니다.
서 검사님,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당신의 고통에 연대하고, 검찰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에서 빽 없고 권력 없는 여성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직장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더 용기 있게 나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지역 검찰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노동자회 지역지부의 모습

 

[기자회견 전문]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용기 낸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

지난 2010년 10월 경,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간부로부터 여성검사가 강제 추행을 당했다. 그 후 당사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하였고, 오히려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사무감사 지적, 검찰총장 경고와 인사발령을 받는 등의 업무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그리고 2018년 1월 29일, 피해검사는 검찰내 성폭력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였고, 그로 인해 사법부 내의 조직보위와 은폐, 더 나아가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대한 각종 불리한 조치가 세상에 드러났다. 왜, 지금, 피해검사는 말하기를 결심하였는가?

강제추행 피해를 겪은 후 피해검사는 “성실히 근무만 하면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각종 불이익을 경험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자책감과 괴로움이 더해졌고,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성폭력 피해자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피해검사의 용기를 이 사회가 어떻게 들을 것인지 질문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한다.
2018년 1월 29일 법무부에서는 피해검사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하여 ‘8년 전 사건이라 경위 파악이 어렵다’, ‘서류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8년 전 사건’에 대한 경위 파악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될 수 있는지 그만큼의 치밀하고 진정성 있는 조사를 진행했는지, 피해자의 진술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비난여론이 일자 법무부는 30일 철저한 조사로 엄정한 처리를 하겠다고 밝히고, 31일 조사팀을 꾸렸다. 그러나 우리는 검사들로만 이루어진 조사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며, 공정한 조사를 위하여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립하여, 성역없는 공정한 수사절차가 마련되기를 촉구한다.

둘째, 검찰 내 성폭력 2차 피해를 방지하라.
우리는 지난 2017년 12월, 르노삼성자동차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이를 문제제기한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조치에 대하여, “성희롱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막고자하는 기업의 의도를 드러내는 정황이 있다면 불리한 조치로 인정해야한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문을 기억한다. 이것은 최근 연일 이어지고 있는 직장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 보복조치, 불이익, 직장내 따돌림의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2차 피해에 대한 선언적인 경고이다. 법무부의 응답대로 ‘서류상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럴 수밖에 없도록 촘촘하게 만들어져온 피해자에 대한 통념, 피해자 유발론,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꽃뱀신화를 비롯한 더 큰 배제의 시선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검찰 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성찰과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2017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성폭력 수사·재판시민감시단의 디딤돌, 걸림돌 선정에서 총 10개의 걸림돌 중 6개가 검찰이었다. 이는 그간 검찰에서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하여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003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법조인의 성별의식과 양성평등교육 실태”에 따르면 당시 법조인들은 ‘다른 범죄와 비교해 강간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허위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의 항목에 ‘그렇다’를 포함해 80% 이상이 ‘강간이 허위고소가 많다’고 응답하였다. 15년이 지난 지금,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피해자에 대한 오해는 얼마만큼 변화해왔는지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다. 검찰은 검찰내 성평등 감수성을 향상하기 위한 실질적인 성평등 교육과 내부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등의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검찰 내의 성폭력 예방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폭력에 대한 왜곡없는 판단과 예방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지난 30여 년 간 한국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가 끊임없이 있어왔고, 그로 인해 법과 제도, 인식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참거나, 감추거나, 떠나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가 문제제기하고도 조직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신뢰가 전제된 사회라야 진정한 성찰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피해검사는 ‘페미니스트 대통령’, 검찰개혁위원회 등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기대 속에서, 말할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론화를 시작하는 순간은 개인적/제도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누군가 함께 해줄 것이라는, 그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를 대신해 용기를 내어 준 피해검사에게 온 마음을 다하여 지지를 표하며, 이제라도 우리사회의 약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실현하도록 검찰의 행보를 철저히 감시하고, 피해검사와 함께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요구한다.
–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진상을 밝혀라!
– 법무부는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속하게 설치하고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성역없이 수사하라!
– 검찰은 성폭력예방교육, 직장내성폭력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라!
– 검찰은 성폭력수사에 대한 직무상 역량을 강화하는 성평등 교육을 전면 실시하라!
–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을 멈추고, 2차적 불이익 조치를 예방하라!

 

201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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