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8분의 이어말하기 &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 _ 2018.03.22~23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이하 ‘미투 시민행동’)> 발족  이후 , 지난 목~금 (3/22~23) 미투 시민행동의 첫 행사를 가졌습니다.

여성들이 당한 폭력의 경험을 제대로 들어준 적없는 세상을 향하여, 장장 34시간,  1박2일의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 대회와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를 청계광장에서 가졌습니다.

 

<미투 시민행동>에 결합하여 상황실 운영도 함께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2일 목요일 아침 일찍부터 청계광장에 나가 이어말하기 행사장 셋팅을 했습니다.

무대 설치도 하고, 그 옆공간에는 오가는 시민들이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직접 적어 붙일 수 있는 대자보 판도 설치했습니다.

 

아침 9시 22분,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대회가 시작되고, 오후가 될 수록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발언들과 대자보들을 잠시 소개할게요~

15번째 발언
"영화전공으로 연출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졸업 후 촬영장에서도 여자라 그렇단 빈정거림을 들었고, 제가 잘못하면 여자를 욕먹이는 느낌이 들어 위축되었습니다. 사근사근하게굴지 않는다고 혼나고, ‘여자뽑지 말랬잖아’ 소리를 듣고, 이런 것들 때문에 그만두고 싶었다는 증언들이 속출합니다."
"배우에게 합의하지않은 노출을 강요하는 현장도 많습니다. 진짜 강간당한 느낌이 들어야한다며 옷을 찢게한 감독도 생각납니다. 감독들은 리얼리즘이라 하지만 그들의 카메라는 그들의욕구를 반영할뿐입니다. 그들이 계속 영화를 찍고, 그 영화들이 극장에 걸려왔습니다."

16번째 발언 (KTX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승무원 자체가 성차별로 시작됐습니다. 여성은 서비스담당, 젊을때 잠깐 인사하는 존재로 여겼기때문에 여성들만 따로 고용됐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경력을 쌓아도 영원히 올라갈 수 없는 자리. 자부심으로 시작했지만 닥친건 비정규직이라는 노동환경이었습니다"
"여러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감전사고로 승무원이 입원해야했음에도 철도청은 아무 기자와도 접촉말라고 지시했고, 하청업체 소속 승무원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 생각하고, 불러다 술자리에서 블루스를 추자며 껴안았습니다. 잘못보이면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는 걱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여성만 퇴사해야하는 상황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남성과 동등할수없는 구조적 문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차별 비정규직 문제 자체인 KTX가 바로잡히길 바라며 싸우고 있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KTX안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노동자로서 일할 것입니다"

26번째 발언 
"얇은 가닥가닥 존재했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미투라는 큰 밧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하루하루를 분노 속에 살고 있지만, 이 분노가 싫지만은 않습니다. 성폭력을 없애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3번째 발언 
"사장이 틈만 나면 성추행을 했고. 6개월만에 그만뒀습니다. 흔히 듣는 이야기들, 쟤는 성격이 이상해서 그런거야. 일을 제대로 못해서야. 저도 그런 얘기 들었어요. 사장 말이 맞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을 집중하여 잘 할 수 있겠나요?"

73번째 발언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을 만날때마다, 아주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십시오. 저는 평소에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 부장님 그거 성차별적발언인데요? 아직도 그런생각을 하세요?' 이게 너무 부담스럽다면 '촌스럽다'고 지적하십시오. 여러 사람에게서 이런 지적을 받은 사람은, 한 번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겠죠? 우리의 작은 말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2시가 넘어 기온이 뚝떨어지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청계광장에서, 이어말하기는 1천분을 넘겼습니다.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다리가 저린데도 남아있는 분들, 발언하는 분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너무 추워서 비닐방한포를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어떤 적폐보다 오래된 “성차별”의 적폐를 뿌리뽑아,  미투운동 이후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그 염원을 담아 노래가사도 바꿔서 불렀지요~

 

 

그리고 밤과 새벽에도 참여자들이 계속 대자보를 붙여주셨어요.  그중 직장내 성폭력과 관련된 게시물들을 소개합니다. 성폭력 사안 중에서도 직장에서 업무관계 속에 발생한 사건들은 피해자가 자신의 고용 즉, 생존권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 공론화과 해결이 더 난항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후에 발언도 하고 가셨던 KTX승무지부에서 대자보도 붙여놓고 가셨네요.

 

그렇게 춥지만 열정적이었던 밤이 지나고, 동이 텄습니다. 이어말하기는 2018분을 향해 계속 되어 있었고요~

 

115번째 발언. 
"가해자들 이름을 지우느라 분주했다. 한 활동가에게 물으니 가해자측이 사실적시명예훼손 고소할 수있다는 것이다. 사실을 알리는게 왜 죄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이상한 법. 그래서 모호한 언어로 우리의 피해를 말해야했다. 피해를 세상에 알리지도 말라는 것인지"


127번째 발언 
 "취준생에게는 너무 두렵습니다. 취직하면 제가 제일 나이가 어린 여직원이 될텐데. 남자들이 펜스룰 한답시고 저를 피하고 따돌릴까봐요. 같은 지구에서 사는데 여자를 인간으로 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펜스룰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자들은 한국에서 늘 차별받아 왔습니다. 가해 지목 당하기 싫다고 펜스룰 운운하는 사람들보면 참 한심스럽다. 자소서 쓰다가 답답해진 마음과 두려움 떨쳐버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135번째 발언 
 "가부장적인 시댁 분위기, 밥도 여자 남자 따로 먹는다. 뉴스에서 미투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자들끼리 모인 밥상에서 나온 이야기가 나를 밥을 먹지 못하게 할 지경이었다. 저 여자들은 왜 지금 와서 저런 얘기 하는거야? 꽃뱀 아니야? 정치적 음모가 있다. 계속 있었으면 상을 엎을 것만 같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이번 주말에 가서 얘기하려고 한다. 일상에서 나도 성추행을 겪어왔고, 그럼 너의 형수인 나도 꽃뱀이냐? 라고.

159번째 발언 
 "저는 대독을 하러 이 자리에 올라왔는데, 앞에 (발언하시는)분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 기억 속에 묻어둔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대독을 하지만, 이것은 저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아직 인간이 아닙니다. 학교와 집과 일터에서 사회에서 여성은 계속해서 모욕당하고, 폭력을 겪습니다. 성폭력적 문화 속에서 나고, 자라고, 배우고, 살아갑니다. 당신은 웃고 있지만 그것은 여성에게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미투운동을 보며 내가 겪은 일들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침묵하고 살아왔을까요. 말하지않고 살아남기위해 기를쓰던 내모습이, 말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이 가슴 아픕니다. 비굴하지 않고 자신감에 충만한 여성들이 자라날수있는 땅으로 만들기위해 힘씁시다."

175번째 발언
"저는 C강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사건 직후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 사과도 해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수년간 제 잘못이라 자책하며 살아왔습니다. 처신을 제대로 못한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며 원망하며 살아왔습니다. 성폭력은 여성을 억압한 결과로 생기며, 사건 이후에도 이중으로 여성을 억압합니다. 여성은 사회적 위계와 보이지 않는 무력에 굴복하게 됩니다. 사건이후에도 여성은 피해를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함구할것을 요구하는 문화, 남성 연대, 제자신마저도 반성하고 경계해야할 그 문화에 작은흠집을 내고자합니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과하지않고 변명하는 가해자들은 반성할수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용기있는 여러분과 함께할수있어 영광입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자매조직인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신입활동가가 문정희 시인의 시 <곡비> 를 낭독했습니다.

사시사철 엉겅퀴처럼 푸르죽죽하던 옥례 엄마는 곡(哭)을 팔고 다니는 곡비(哭婢)였다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 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 주고
그네 울음에 꺼져 버린 땅 밑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똥 주워 먹고 살았다
그네의 허기 위로 쏟아지는 별똥 주워 먹으며 까무러칠 듯 울어 대는 곡(哭)소리에
이승에는 눈 못 감고 떠도는 죽음 하나도 없었다 저승으로 갈 사람 편히 떠나고
남은 이들만 잠시 서성일 뿐이었다 가장 아프고 가장 요염하게 울음 우는
옥례 엄마 머리 위에 하늘은 구멍마다 별똥 매달아 놓았다

그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 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
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 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 알아야 하리

 

안산 돌봄노동자들의 협동조합인 <사회적협동조합 양지돌봄>에서 일하시는 곽말라님도 발언해 주셨습니다.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이 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라 가서 성희롱/성추행까지 당하며 일해야 합니까? 우리는 그 적은임금이라도 생계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눈물) 그런데 그런 (돌봄서비스받는) 어르신들만의 문제는 아닌거 같습니다. 돌봄서비스노동자에게 안정되고 질좋은 일자리를 약속했던 국가를 고발하고싶습니다."

 

안산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젼은 소모임에서 만난 여성분의 친족성폭력 피해경험을 대독해주셨어요.

 

서강대 서강대 식당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학생모임 <맑음> 대표인 이송연 님의 발언으로 이어집니다.

"대부분인 여성으로 구성괸 식당노동자들을 학교는 고용을 외주화하거나 비용을 삭감하면서 계속 여성노동자들의 처우를 아래로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사회적으로 낮은위치에 여성노동자들을 재배치하는 이 사회의 구조때문에 여성들은 일터에서 약자로, 무시해도되는 존재로 격하되고 상시적인 폭력에도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2,018분의 시간동안 193명의 발언자들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응원과 지지로 광장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말한다, 세상아 들어라. 달라진 우리는, 당신의 세계를 부술것이다!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힘찬 외침과 함께 <성차별 성폭력 끝장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말하기 때 보다 훨신 많은 분들 청계광장을 메워주셨습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손영주 회장 께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실태와 현황에 대해 처음으로 발언해 주셨어요. 여성노동자회에서 운영하는 상담채널 <평등의전화> 통계를 보면 직장내 성희롱 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피해가 발생하는 사업장과 사업주를 규율해야할 정부(고용노동부)는 너무 미온적이고, 근로감독관이 오히려 2차가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리고 직장내 성차별과 성폭력문제를 총괄하는 행정체계도 없다는 사실을 광장의 참여자들에게 알렸습니다. 

 

이후 여성단체들의 대표들과 연극계와 문단계 미투 고발자들도 나와서 발언을 이어가주셨습니다.

특히 최영미 시인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괴물’을 끌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문화제 1부행사를 마치고, 참여자들과 함께 종로통을 행진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요~

   

 

#미투 이후의 세상은 정말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그 세상은 여성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성차별, 성폭력 걱정없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사회이어야 할 것입니다. 

여성노동자회는 그 변화의 주체로 늘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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