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후기] 여성은 정규직 왜 안돼? _ 기아차의 성차별적 정규직전환을 규탄한다

2018년 장마가 시작된 6월 26일. 오전 11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기아자동차 여성노동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아자동차는 2014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업장입니다. 이후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명령에 회사는 지금까지 약1,5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자 중에는 여성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는 여성이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율상으로 보아도 140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은 15년, 20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공정에서 너무나도 낯설고 힘든 공정, 혹은 청소로 업무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서 여성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준비없는 여성 정규직화, 노동환경조성이 먼저이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여성의 정규직화가 시행되면 현장은 큰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은 이미 비정규직으로 20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던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기회이고, 지금이 아니면 이같은 기회가 영영 없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가 안 되었다면 준비를 시작하고 실행하면 될 일인데 정규직 노조의 이런 주장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이 뒤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일하던 공정은 플라스틱과 검수 등으로 조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리적 힘은 덜 드는 부서입니다. 이 공정들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규직은 이 부서에 배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정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이 부서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겨난 것. 부서배치는 노동조합의 권한이고 이들은 ‘단협에 의거하여 공정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정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들은 정규직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이 법 위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기아자동차의 정규직 전환 과정은 누가 보아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는 ‘준비없는 여성 정규직화는 또 다른 노노갈등의 시작이다’, ‘정치쇼에 불과한 여성정규직화로 노노갈등 조장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노갈등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정규직 노조의 갑질’가 다름 없습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밥을 빼앗아 디저트로 먹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성차별 문제제기로 3차 특별채용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또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에서 장기근속자 자녀 등 조합원의 자녀를 제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야말로 명백한 차별행위이며, 지금의 기아차를 만든 주역이자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조합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말입니다. 법원이 시정하라는 차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입니다. 장기근속자 자녀의 특별채용이야말로 그 자체로 차별이 아닌지요? 정규직 노조는 기아차를 만든 것은 온전히 정규직 노동자들만의 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수십년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헌신과 노력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노동조합은 노동자 연대의 요체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연대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요한 존재이유 입니다. 이들의 행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유린하는 강고한 성차별 이기주의와 다름 없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너무나 잠잠합니다. 이렇듯 명백한 성차별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성차별 진정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강력한 행정집행입니다. 그것만이 여성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이날 기아차비정규직노동조합은 성차별과 불법파견 시정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장관 앞으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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