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동이 보편이 될 때까지 -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 보고 및 계획


2023년 사업계획

2023-01-31
조회수 301

2023-2025년 사업기조

 

1. 성평등 퇴행에 맞서 저항하는 연대를 구축한다.

 

현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구호 아래 노동시장의 성차별 현실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개발은 안중에 없이 오히려 시행 중인 성평등노동 정책의 퇴행을 획책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편향적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여성노동자들은 삼중의 타격을 입게 된다. 장시간 노동을 요구받게 될 것이며, 배우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돌봄 노동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장시간 노동을 감당할 수 없는 여성노동자들은 현재의 일자리를 잃고 더욱 열악한 일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모범노동자로서 존재하기 어려운 여성노동자는 다시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또한 지금 상태에서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추진될 경우, 현재의 성차별적 편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여성노동의 저평가와 저임금은 더욱 고착될 것이다.

 

전면 개정되어 2022년 시행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은 여성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장할 수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주무부처 여가부는 여가부 폐지를 요구하며 자체 예산 삭감 중이다.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대체하겠다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성평등 정책 추진을 인구가족과 노골적으로 엮은 것은 여성을 다시 인구 '생산'의 도구로 삼고, 가족의 영역에 묶어두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건강가족기본법을 유지하겠다는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저의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여성과 소수자들이 배제되는 ‘양성평등’ 안에서 퇴행을 거듭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자는 여성도, 노동자도 아닌 도구로서 대상화되고 있다. 여성노동자회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성평등노동 가치와 정책은 수용되지 않고 퇴행을 위한 뒷걸음질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 시국은 여성노동자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이는 명백한 성평등 노동에 대한 백래시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 백래시(수전 팔루디)

 

지금 시대를 판단함에 있어 우리는 이 문구를 기억해야 한다. 여성혐오를 도구로 사용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무기로 휘두르는 지금의 정치 현실이 어디서 기반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2016년 강남역 사건으로 수많은 한국의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각성하였다. 2018년 이어진 거센 미투운동으로 여성들은 다시 한 번 성장하였고, 사회의 변화를 더욱 거세게 요구하였다. 성평등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거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들은 이미 충분히 각성하고 변화, 성장하였다. 이제 변화해야 하는 것은 남성과 사회다. 하지만 남성과 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득권자로서 누려왔던 특권과 기존의 사회체제를 존속하려는 구심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여성운동은 차별받고 배제당한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가기 위해 성평등으로 이슈를 확장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왔다. 허나 기득권자들은 성평등이라는 프레임을 양성평등으로 왜곡하고 여성을 지우고 있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여성폭력의 특수성을 제거하고, 여성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들을 통폐합하며, 성평등 예산을 삭제하는 등의 후퇴가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성차별은 여전히 일상 곳곳에 상존하며 여성들의 삶을 차별과 폭력으로 옥죄고 있지만, 기득권자들은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존하는 성차별 구조를 부정하며 전방위적으로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를 삭제해 가고 있다. 작금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더 이상 요구하지 말라는 기득권의 거센 역공이다.

 

지금 우리는 운동과 정책의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여성해방, 노동해방의 깃발 더 높이 들어야할 때다. 거센 백래시에는 거센 투쟁으로 화답해야 한다. 생존 자체가 저항인 시대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배제당하고 억압받는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교차적 연대를 형성하고 ‘혐오ㆍ차별ㆍ폭력ㆍ반노동’에 저항하는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지지 않고 지치지 않게 서로를 다독이는 여성노동자들의 연대, 사회정의와 젠더정의를 연계한 올곧은 방향 제시와 실천만이 우리를 숨 쉬게 할 것이다.

 

2. 탈성장ㆍ돌봄중심사회로의 방향을 채택하고 가치를 확산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를 전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 여성, 노동자, 남반구에 대한 약탈을 일삼았고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여 전 지구적 기후위기를 가져왔다. 끝없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자연과 여성과 식민지에 대한 착취 없이 유지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전 세계적 국가 시스템으로 굳건하게 유지되어왔다. 하지만 끝없는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성장’은 자연과 여성노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노동을 무제한 착취할 수 있다는 환상에 기반하고 있다. 이미 자연은 고갈 위기에 처했으며 기후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지구환경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가 전 세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여성노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노동은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이는 탈성장이라는 가치 지향 아래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탈성장은 다양한 층위의 논의를 가진 담론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대선 의제를 제안하면서 탈성장의 방향을 채택하였다. 여성노동자회가 추구해나갈 탈성장 담론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노동자회는 일찍부터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해에 저항해 왔다. 2007년부터 이미 ‘적게 벌어도 행복한 삶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안 쓰는 물품 나누기, 재능 나눔 등을 통해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만들어 왔다. 1회용품 및 플라스틱 안 쓰기, 에너지 절약 등을 실천하는 ‘즐거운 불편운동’을 통해 불편한 나와 지구의 공존을 꾀하여 왔다. 우리의 활동은 이미 탈성장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이 지향을 보다 심도깊은 논의와 토론을 통해 구체화하고, 생활 속 실천과 함께 전체 사회의 방향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 서로 의존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돌봄 중심의 시각은 그 자체로 성장과 이윤을 지상목표로 삼는 체제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돌봄은 삶 그 자체이다.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돌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가치를 평가절하당해 왔다. 하지만 돌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돌봄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돌봄’의 의미는 양육과 가사노동에만 집중되어 있다.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다양한 돌봄을 분류하기 위해 ‘돌봄’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돌봄 가치의 재평가와 포괄적 인정이 필요하다.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을 모두의 보편적 돌봄으로 정립하고 책임과 권리를 나누어 가져야 한다. 돌보는 자에 대한 차별, ‘돌봄차별’은 한국 사회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개념이다. 돌봄차별 개념의 정립과 제도화, 이를 평등으로 이끌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3. 단단하고 평등한 여성노동자회를 만든다.

 

여성노동자회는 사람 중심의 단단하고 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장시간 토론하고 논의하여 ‘핵심 가치’들을 만들어 냈다. 여성노동자회는 핵심가치를 환기하고 매 순간 적용하여, 활동가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로서 활동가의 위치성을 인정하고 여성노동자회는 기본을 지키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한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일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사고, 수직적 위계가 아니라 수평적 조직문화, 선택과 집중만이 여성노동자회를 지속케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조직점검이 필요하다. 이 원칙은 본부뿐 아니라 부설기관에도 적용되는 법칙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중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회원과 대중이 여성노동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더디게 가더라도 한 걸음씩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상근활동가의 수를 고려하여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한 적정한 활동 재조직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의 재정 구조를 검토하고, 향후 안정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한 재정확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시기는 엄중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이런 상황일수록 활동가의 생존과 안착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리더부터 시작하여 활동가 전원의 토론과 합의를 요구한다. 여성노동자회는 이러한 활동문화와 조직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실천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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