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근로조건 상담에서도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 드러나: 여성노동자회 2025년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분석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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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수 신ㅣ각 언론사 정치, 노동, 여성, 사회 담당 기자
ㅣ제 목ㅣ[보도자료] 근로조건 상담에서도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 드러나: 여성노동자회 2025년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분석 결과
ㅣ발신일ㅣ2026년 4월 30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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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의 인사 드립니다.
- 2026년 5.1 노동절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 11개 지역회(서울,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전북, 광주, 대구, 마산창원, 부산, 경주-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2025년 상담을 분석하여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작성하였습니다.
- 20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2,622건(재상담 포함)의 상담이 진행되었으며 여성노동자들의 상담 경향과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남성 상담(155건)과 성별을 알 수 없는 상담(3건), 재상담(895건)을 제외한 1,569건의 상담을 분석하였습니다.
- 평등의전화는 2025년 여성노동자 상담 사례를 통해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상담활동가들의 분석을 담은 연재 기사를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인터넷 언론사에 게재 할 예정입니다.
- 2025년 상담사례집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 귀 언론사의 많은 관심과 보도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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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조건 상담이 39.7%(623건)로 가장 높은 상담 비율을 차지해 2025년 전체 상담유형의 분포는 근로조건 상담이 39.7%(623건)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23.7%(372건), 직장 내 괴롭힘이 14.0%(219건), 모부성권 상담이 13.1%(206건), 고용평등 기타가 6.8%(107건) 순으로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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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로조건 근로조건 상담 상세유형을 살펴보면, ‘산업재해 및 사회보험’이 2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임금체불’ 22.0%, ‘휴가 및 휴게시간’ 16.1%, 근로조건 기타 15.2%, ‘부당해고’ 13.0%, 부당행위 8.8% 순으로 나타났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 및 사회보험이 근로조건 상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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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조건 상담,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 드러나근로조건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실업급여, 퇴사, 부당해고, 산재 신청, 근로자성 인정 등 ‘근로조건의 문제’로 나타나지만, 그 출발점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성희롱과 성차별적 괴롭힘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임금이나 고용 유지의 문제는 독립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 그리고 그 이후의 2차 가해가 축적되면서 발생한 결과였다. 이것은 근로조건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발생한 노동권 침해로 이해해야 한다.
성희롱과 괴롭힘 피해로 퇴사 후 실업급여 문제 발생해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겪은 여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안전하게 근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며, 심지어 행위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반복된다. 한 내담자는 상사가 카카오톡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회사는 해당 상사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내담자는 2개월 후 복귀할 행위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퇴사하겠다고 회사에 말했다. 회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물었지만, 이는 사실상 강요된 퇴사임에도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퇴사로 처리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지속적인 성희롱을 겪은 노동자가 더 이상 근무를 지속하기 어려워 퇴사를 고민하며 실업급여 수급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괴롭힘으로 인해 견디기 어려워 퇴사를 선택한 노동자들 역시 가장 먼저 실업급여 문제를 걱정했다. 회사는 종종 “괴롭힘이 인정되어야만 실업급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피해자가 문자, 녹취, 진술서 등을 통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제도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담사례들은 퇴직 이면에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된 퇴사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들은 안전하게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 채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실업급여 수급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여성노동자들은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노동권을 침해당할 뿐만 아니라 생계까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상 재해로 산재신청 가능해 산업재해 신청을 문의하는 내담자들 중 직장 내 성희롱과 불법촬영 피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손상과 건강의 악화를 겪었고 이에 대해 산재 신청 문의를 해 왔다. 한 노동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결국 퇴사를 결정했고, 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였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사내 불법촬영 신고 이후 사무실에서 지속적인 위축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퇴근 후에도 사건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신경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산재신청을 원하고 있었다. 성희롱은 명백한 노동재해이며, 따라서 산재를 신청할 수 있다. 즉,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해 노동자가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적응장애, 불면증 등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신청할 수 있다. 이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다면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회사가 산재를 인정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반대하더라도 노동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할 수 있다. 이미 퇴사한 이후라도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산재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치료만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제도상으로는 산업재해 신청이 가능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이를 활용하기까지 신청절차와 소요시간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성희롱으로 인한 산재는 ‘인정이 안 되는 문제’ 이전에,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수많은 피해가 제도 밖에 머물고 있으며, 결국 노동자들은 직장을 떠나고 생계를 위협받으면서도 노동권을 보장 받지 못한 채 홀로 감당하게 된다.
피해를 신고한 여성노동자가 부당해고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어성희롱 피해 이후 가장 심각한 결과는 결국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10년 전 팀장의 성희롱 발언을 전해 듣고 문제를 제기한 한 여성노동자는 본부장으로부터 “퇴직하고 기다리면 가해자를 내보내고 다시 부르겠다”는 말을 듣고 퇴직했다. 그러나 결국 행위자는 계속 근무했고 내담자는 복직하지 못했다. 이후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민원 제기를 했지만 모두 기각되었고, 성희롱 역시 입증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점장의 성희롱과 괴롭힘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여부 자체를 판단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면 괴롭힘도 성희롱도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퇴직금 청구와 사용자 책임 추궁도 어려워진다. 피해자는 성희롱을 입증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괴롭힘 신고 이후 사실상 직장을 잃게되었지만 괴롭힘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부당해고 구제신청 가능 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위 상담사례들은 실업급여, 산재신청, 부당해고라는 형태로 드러나지만, 본질은 여성노동자가 직장 내에서 겪는 성희롱과 성차별적 괴롭힘이다. 근로조건의 문제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여성노동자는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인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그 결과 퇴사를 강요받고, 생계를 위협받고, 정신적 건강을 잃고, 경력 단절을 겪는다. 따라서 해결 역시 단순히 실업급여를 인정하거나 산재를 승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는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해 행위자와 피해자의 실질적 분리, 신고자 불이익 금지의 실효성 확보, 자발적 퇴사로 가장된 퇴직에 대한 실업급여 인정,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피해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확대, 복직권 보장,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조건 문제로 가시화된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는 결국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권 자체를 박탈당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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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 상담사례]
[실업급여] 카톡에서 상사가 성적비하한 것을 알게 되었다. 상사는 2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는데 곧 복귀예정이어서 마주칠 수 있어서 내가 퇴사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실업급여 원하냐고 물어보는데 실업급여가 가능한가?/ 성희롱 피해로 그만 두고 싶은데 퇴사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는지? / 개인사유라고 적은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사직의사를 철회하겠다고 했더니 사직서 심사 계류 중이라고만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한 사직서를 다시 제출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 괴롭힘으로 퇴사시에 실업급여 받을 수 있는지 회사에서는 괴롭힘 인정을 못받으면 받을 수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을지 / 괴롭힘으로 견디기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만두면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을지
[산재신청]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퇴사를 결정했고, 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있었으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 현재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회사에는 산재신청 의사를 이미 전달한 상태다. 이런 경우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지, 절차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 사내 불법촬영 신고로 이후 사무실에서 위축이 되었고 계속 불안감 우울감이 올라왔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계속 영상 속 장면들이 떠올라 잠들기 힘들었고, 잠이 드는 순간에도 사건 장면이, 행위자가, 회사 사람들이 꿈에 나오는 등 괴롭고 두려워 결국 퇴사를 했다. 신경과 진료를 받아왔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산재신청 도움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당해고,부당행위] 상사의 부당함에 신고한 뒤 상사가 찾아와 갑자기 욕설을 하고 볼펜 등 문구를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서 “당장 나가”라며 내쫓았다. 이에 출근을 못하고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 괴롭힘으로 불인정되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가능한지 / 10년 전, 팀장의 성희롱 발언을 전해 듣고 본부장한테 얘기했더니, 본부장이 퇴직하고 있으면, 행위자가 계약만료 되면 내보내고 다시 부르겠다 간곡히 요청을 해서 퇴직을 하고 기다렸다. 그동안 이로 인해 오랫동안 아팠고, 재작년에 행위자를 내보내지 않았고, 부당해고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 보건복지부 민원을 넣었지만, 기각되었고, 성희롱도 진술을 확인할 수 없어 불인정되었다. 행위자의 괴롭힘을 적은 일기장이 있어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여성단체에서 기자회견 등 도와줄 수 있는지 /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멈출 것을 요구하자, 상사는 대표와 노무사가 곧 방문할 것이며, 그때 징계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징계 해고 철회라는 말도 없이 시말서를 강요하였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임금체불] 지점장의 직장내성희롱, 괴롭힘으로 노동청 진정을 했는데, 특수고용직으로 근로자성이 확인 안 되어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근로자성이 인정 안되면 직장내괴롭힘도 성희롱도 판단이 안된다고 했다.근로자성을 확인 받고 퇴직금소송도 하고, 지점장도 처벌받게 하고 싶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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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직장 내 성희롱 2025년 평등의전화 상담유형 중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총 372건으로 근로조건 관련 상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상담을 차지했다. 상담 사례를 종합해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조직 내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했다. 행위자는 대다수 상사였으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용기 내서 문제 제기를 한 이후에도, 사내 고충 처리 과정에서의 고립,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모든 고용유형에서 20~30% 수준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권력 구조에 더해진 성차별로 고통 받는 현실이 여전했다. 사례를 살펴보면, 조직 내 권력 관계 속에서 피해를 겪거나 문제 제기 이후에도 힘들어했으며, 사업장의 미흡한 대응과 사건 축소로 2차 피해가 있었다. 또한, 행위자가 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들이 늘어나 이에 대한 상담이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는 사업장이 대응하여 해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노동자들에게 미쳤다. 직장 내 성희롱은 증거 중심으로 조사하는 게 아님에도 여전히 증거부터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여성노동자가 직장을 떠나도 회복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였다. 또한 고객에 의한 성희롱 사례도 꾸준히 있었으며,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 사업주의 구제 절차 미조치로 상담을 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 조직 내 권력 관계 속에서 피해 겪어, 행위자는 대다수 상사 상담 사례를 보면 행위자가 상사, 팀장, 사업주 등 조직 내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러한 관계에서 피해자는 업무 평가나 인사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을 때 신체 접촉을 당하거나, 업무를 빌미로 술자리를 강요받고, 사업을 줬으니 대가를 요구하는 발언을 듣는 등 모두 위계와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했다. 내담자들은 자신의 안전보다 고용 불안을 먼저 걱정하게 되고, 결국 침묵하거나 버텨야만 했다.
○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여성노동자들은 2차 피해를 겪었다. 사내 신고를 진행한 이후 업무 배제, 인사 조치, 따돌림, 소문 확산 등 다양한 형태로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내담자들은 조직 내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거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자는 조직 내에서 고립되고, 불리한 업무 환경에 놓이게 되거나 혹은 행위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더라도 상황이 악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 사업장의 미흡한 대응과 사건 축소, 개인간의 문제로 치부해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사례에서 사건에 대한 여성노동자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신고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두드러졌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사내 신고를 해도 사업장의 대응이 미흡하고, 적당한 절차나 조치 없이 행위자가 신고 사실을 알게 되거나, 당사자 간 사과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피해자가 사내 조치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며 형사 절차 등을 통해 해결할 것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사건 대응을 회피하기도 했다. 성희롱 사건을 사과나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하려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건을 축소하고 덮는 방식이며, 조직의 책임을 지운 대응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노동환경의 문제로, 사업장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 행위자의 법적 대응과 사업장의 적절한 조치 미흡 행위자가 신고 사실을 인지한 후 사업장 또는 피해자에게 법적 대응을 무기 삼아 무고죄를 주장하거나 협박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대응하는 것이 아닌 사업장이 대응해야 할 문제이며, 사업장이 조치를 하지 않아 여성노동자의 더 많은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사업주는 분쟁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여야 하며, 대응해야 할 주체이다.
○ 증거가 없다고 성희롱이 아닌 것은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증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노동자는 문제 제기를 주저하거나 제도 이용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노동부 대응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증거 제출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성희롱 사건의 입증 부담이 여성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증거 중심 구조는 여성노동자의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고 제도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여성노동자는 성희롱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며 일하지 않는다. 조직 내 위계와 권력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노동자에게 완전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며,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대응이다.
○ 직장을 떠나도 지속되는 억울함, 퇴사할 수 밖에 없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퇴사를 선택한 뒤 노동청 진정이나 법적 대응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경우 여성노동자가 사건 발생 이후 조직 내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결국 퇴사를 선택한 뒤에야 법적 대응을 검토하게 되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이는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생계인 일터를 포기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여성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지 않고도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사내 조사 절차가 이루어지고,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 방지와 조직 문화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이 실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일터에서 여성노동자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함 속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해소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 성평등한 노동환경 아직 멀어,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아직도 성평등한 일터를 논하기에는 한참 뒤쳐진 조직 문화가 드러난다. 여성노동자들이 피해 상황을 겪지 않는 것이 제일 이상적인 길이겠지만, 이미 일어난 피해에 대응하지 못하고, 대응을 결심하고도 과정 속에서 추가적인 피해로 힘들어 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여성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성인지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지지와, 정서적 회복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의 역할은 여성노동자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2024년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전면 폐지되고, 2026년 일부 복원되었지만, 2년간의 폐지동안 줄어든 상담수는 여성노동자들의 피해가 실제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됨에 따라 목소리가 위축된 결과였다.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상 피해자들의 고충이 신고나 진정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사내 고충처리절차에서의 대응,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정당한 문제 제기와 내 권리를 찾겠다는 결심까지 가는 길에는 밀접한 조력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제도적 보완과 실질적 개선을 위한 고민과 성평등노동체계가 요구되며,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확대·복원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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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 상담사례] 결재하러 들어가면 사장이 몸을 만지고 위아래로 훑어봐 / 대표가 지속적으로 신체 접촉하고 사적 만남 요구하는데 / 상사가 “사업 줬으니 너도 뭘 줘야 하지 않냐”고 발언 / 책임자가 사각지대에서 밀착하거나 신체 부위를 만지는데 / 상사가 업무 핑계로 술자리로 불러
성희롱 신고 후 업무에서 배제되고 따돌림 당해 / 신고 이후 인사발령이 되었는데 / 다른 사원에게 피해자와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 / 신고 이후 부서 이동하게 되었는데 / 성희롱 신고 후 해고 되었는데 /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 후 업무 변경이 되었는데
성희롱 보고했지만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 / 사장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개입 거부 / 행위자가 신고 사실을 알고 나를 불렀는데 / 성희롱 신고 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데 / 고충처리에 대한 인식 없는 사업주 / 개인끼리 해결하라는 대표 / 조사과정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 스트레스와 불편함 호소
행위자가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 증거불충분 무혐의 이후 무고죄로 고소당해 / 사장이 고소 취하를 지속적으로 요구 / 성추행에 대해 정식 사과 요구했더니 고소한다는 행위자 /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며 협박
증거가 없어도 신고가 가능한지 / 정황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신고가 될지 /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리 후 역고소 당해 / 증거 없으면 문제제기 어려울까 신고 망설여 성희롱 피해 후 사직하고 이후 법적 대응하려는데 / 사업주의 고소 취하 압박으로 결국 퇴사했는데 / 퇴사 후 사건을 다시 문제제기하려는데 / 성희롱으로 힘들어 퇴사 후 손해배상이 가능할지 / 퇴사 후 노동청 진정을 하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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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모성권 상담은 전체 상담 중 13.1%를 나타내며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 상담유형을 살펴보면 ‘육아휴직’ 관련 상담이 60.7%(125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출산전후휴가’ 상담이 14.6%(30건)로 높게 나타났다. ‘임신출산불이익 및 해고’(6.3%),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4.9%),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 3.9% 순으로 나타났다.
상담사례를 분석해보면, 출산전후휴가, 임신·출산기 및 육아휴직 제도는 법적으로 보장되고 점차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 사용에 대한 혼란과 사업주의 거부·불이익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 전달의 부족, 비정규직 노동자의 취약한 지위, 그리고 제도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조직 문화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은 제도의 실질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모성권 제도는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용하기 어려워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강행규정이다. 출산전후휴가 90일 제도는 2001년부터 시행되어 위반 시 사업주에게 처벌이 가능하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성노동자회는 2011년부터 ‘출산전후휴가 90일을 축하해’ 캠페인을 진행하며 출산전후휴가가 당연한 권리임을 알려왔다. 출산전후휴가에 대한 인식은 보편적이라고 할 만큼 일반화되었다. 그럼에도 출산전후휴가 사용 방법이나 급여에 대한 일반적인 문의는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이 변경될 경우, 노동자는 바뀐 정책에 본인이 해당되는 지 궁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많은 문의 전화가 온다. 정책을 집행하는 담당자인 고용플러스센터나 고용노동부에 문의해도 담당 공무원이 “아직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정확한 안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결국 여성노동자들은 국가기관이 아닌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을 통해 제도를 확인하고 권리를 찾아가고 있다.
2025년에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도 변화가 많았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단축 사용 방법과 육아휴직 중 연차 사용, 급여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올해 없어진 사후지급금과 관련한 문의도 꾸준히 있었다. 모·부성권 관련 정책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6+6 부모육아휴직제’다. 부모 각각 월 최대 450만 원까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었지만, 상당수 여성노동자의 최고 임금이 최저임금인 현실에서 육아휴직 급여 인상제도를 적용받기는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성이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퇴사를 걱정하지 않아야 하고, 생계유지가 보장되야 하며, 복귀 후에도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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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권 - 상담사례] 출산전후휴가 급여와 사측 통상임금 차액에 대해 사업주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하는데 / 출산전후휴가 급여가 궁금한데 /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 / 회사의 업무 공백 사유로 인한 출산·육아휴직 반려 시 대응 방법이 궁금한데 / 출산전후휴가를 알아서 신청하고 가라는데
육아휴직 급여가 궁금한데 / 육아휴직 6+6 사용 시 급여가 궁금한데 / 퇴사 후에도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데 / 육아휴직 6+6 대상 이어서 연장신청을 하고 싶은데 / 육아휴직 후 업무가 변경되었어도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데 /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하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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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출산과 육아휴직이 곧 불이익이 되는 현실, 정부는 강력한 감독과 처벌에 나서야 임신·출산과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기본적인 노동권이지만,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권리’가 아니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 되고 있다. 상담사례에서 임신·출산기 불이익 상담은 2024년에 비해 4.2% 증가했으며, 여전히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출산과 돌봄을 이유로 차별과 퇴사 압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는 출산전후휴가나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마치 개인적인 배려나 특혜인 것처럼 생색을 내거나,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노동자를 압박하기도 한다. 회사의 사정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거부하거나 퇴사를 압박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곧 계약종료 통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노동권 침해를 넘어 생계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제도는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신청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2~3개월만 사용하라”는 식으로 기간을 제한받는 경우가 있었다. 복귀 후에는 원하지 않는 직무로 일방적으로 배치되거나, 아예 복귀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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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 모성권 제도 사용 불이익 상담사례 임신 초기 조심해야 해서 단축근무를 신청했더니 회사가 거부하는데 / 임신 후 퇴사 압박,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하였는데 / 임신 중 휴직 예정자를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로 배치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 임신을 했다고 괴롭힘이 시작되었는데 / 임신 중 유해물질 피해로 유산을 하였는데 / 계약직 근로자의 출산휴가 사용 가능 여부와 계약 연장 불이익이 걱정되는데 / 출산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 안된다고 하는데
육아휴직을 2~3개월만 사용하라고 하는데 /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요청이 반려되었는데 /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당했는데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면서 급여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데 / 육아휴직 복귀 후 직무 변경이 되고 평가를 낮게 받았는데 / 육아휴직 신청하니 타지역으로 발령내려고 하는데 / 육아휴직 후 복귀한 뒤 다른 업무를 지시받았는데 / 육아휴직 후 복직하려고 하는데 보직 변경, 강등되면서 수당도 삭감되었는데 /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데 / 복직할 줄 몰랐다며 원직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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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공허한 제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미 모성권 제도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 각종 인센티브와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조건적인 거부와 불이익이 반복되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정부는 정책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만들어져 있는 제도가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행정 안내를 강화하고, 사업주의 제도 방해와 불이익에 대해 더욱 강력한 감독과 처벌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여성노동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제도화(노동시간 단축과 유연 근무 등 일· 생활 균형이 가능한 노동시스템을 구축 등)함으로써 경력 단절 없이도 지속적인 노동과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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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장 내 괴롭힘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평등의전화 전체 상담유형 중 7.7%였으나 2025년 14.0%를 차지해 지난 5년 사이 2배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증가율은 그동안 조직의 화합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부당행위들이 노동권에 대한 인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여성노동자들에 의해 비로소 ‘괴롭힘’으로 명명되고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괴롭힘의 상세내용은 폭언과 폭행이 동시에 가해지는 복합적 괴롭힘이 전체의 52.3%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나의 사례에서 두 가지 이상 형태의 괴롭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절반이상 차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단일 유형보다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직장 내 괴롭힘 상세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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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가해자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사장, 법인대표, 상사, 상사와 동료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사례가 80.3%를 차지해 괴롭힘이 대부분 위계적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몇몇 행위자의 ‘거친 성격’이나 피해자의 ‘예민함’ 등 개인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지위와 관계의 우위라는 ‘권력’을 이용한 폭력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아래의 사례 분석과 같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인식과 결합되어 이 권력은 성별 위계와 맞물려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더욱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다.
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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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적 조직문화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폭언·폭행부터 사적 심부름, 성차별적 통제까지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뿌리 깊은 가부장적 조직문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권력 행사로 나타난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폭언과 폭행, 사적 심부름 강요, 성차별적 통제와 모욕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까지 침해받고 있다. 먼저, ‘폭언·폭행’은 어떤 사업장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터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욕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해도 조직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남자들은 원래 말이 거칠다”,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정당화한다. 이러한 인식은 행위자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고 폭력을 조직문화로 고착시킨다.
상담사례에서는 머리를 발로 차거나 숟가락을 던지고, 때리는 시늉을 반복하는 행위, “남자였으면 칼로 찔러 죽였다”는 말과 함께 볼펜을 던지는 행위 등이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한 감정표현이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인권을 훼손하고 공포를 통해 복종을 강요하는 명백한 젠더 기반 폭력이다. 피해자가 참지 않고 고소나 신고 등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조직은 오히려 피해자를 불편한 존재로 취급하고, 사업주의 방관 속에서 여성노동자는 더 깊은 정신적 외상과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적 심부름 강요와 부당한 업무지시 역시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으로 나타났다.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게 하거나 자녀의 해외배송 주문을 확인하게 하고, 경조사 화환 주문, 개인 택배 심부름, 심지어 건강검진에 보호자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업무는 본래 노동계약과 무관한 사적 영역의 일이며, 특히 주로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에 해당하는 업무를 여성노동자에게 자연스럽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여성을 전문인력이 아닌 ‘보조자’, ‘돌봄 제공자’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명령불복종으로 징계를 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고 무시하며 ‘그림자 취급’을 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괴롭힘이 이어진다.
가부장적 조직문화 속에서는 직급이나 연차와 무관하게 성차별적 괴롭힘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의 우위에서 발생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위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상담사례에서는 나이가 많은 후임 남성 직원이 선임 여성에게 반말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어린 남성 직원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는 사례가 있었다. 남성 중심 조직에서는 젊은 여성노동자가 지속적인 통제와 배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여성에게 치마 착용을 강요하거나 고객 앞에서 ‘아가씨’라고 부르고, “키가 작다”, “다리가 짧다”는 식으로 외모를 평가하는 행위도 반복된다. 이러한 성차별적 괴롭힘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여성노동자에게 지속적인 모멸감과 위축감을 주며, 특정 행위자를 피하게 만들고 결국 업무수행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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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사례 ] 성차별적 괴롭힘 상담 사례 팀장이 때리는 시늉을 하고 폭언을 반복해 / “남자였으면 칼로 찔러 죽였다”며 볼펜 던져 / 지역혐오 발언 등 언어폭력을 하고 / 폭언, 협박성 발언 / 머리를 발로 차고 / 숟가락을 던져 / 동료의 폭행을 고소했는데 / 일하던 중 상사로부터 폭언, 머리 폭행을 당해 / 개인심부름 / 가족여행 계획, 자택 의류관리까지 시켜 / 건강검진 보호자 동행 요구 / 개인출장 신청서 지시 / 부당한 업무지시 거부하니 징계하고 퇴사 종용 해 / 하극상 이라며 모욕 줘 / (40대인데도) ‘나이 어린게’ / 열 살이나 어린 남자 직원이 감시하고 트집잡아 / 멍청하다, (동료인) 남자친구가 불쌍하다 / 여직원에게 치마 강요하고, 고객 앞에서 ‘아가씨’라 부른다 / 나이가 어리니 함부로 대한다 / 상사가 “너”라고 불러, 이름 불러달라고 하니 “넌 아랫사람이잖아”/ ‘퐁퐁냄새 난다’며 괴롭혀 / 수시로 외모평가를 / 너는 키가 작고, 다리가 짧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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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불안과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의 여성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더 큰 고통 겪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인격 모독이나 갈등의 문제를 넘어 고용불안과 결합된 생존의 문제로 나타난다. 특히 계약직, 파견직, 용역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상담사례에서는 “내가 뽑았으니 내가 자를 수도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해고 가능성을 암시하거나, 계약직 행정노동자 1인에게 팀 전체의 출장 신청과 잡무를 모두 떠넘기는 방식의 업무 전가가 나타났다. 또한 파견직 노동자에게 근무연차와 무관하게 비하발언을 하는 등 서열위계와 고용위계가 결합된 형태의 괴롭힘도 나타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괴롭힘은 단순한 폭언이나 따돌림을 넘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용한 통제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고용형태 자체가 협박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도 쉽게 퇴사를 선택할 수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계약연장 거부나 사실상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침묵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괴롭힘이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현장일수록 제도적 보호는 더욱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폭언, 따돌림, 인격모독, 부당한 업무지시 등 명백한 괴롭힘을 겪고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가족경영이나 소규모사업장이 많아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권력관계가 더욱 밀접하고 폐쇄적이다. 대표나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내부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할 창구도 없고, 외부에 신고하려 해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무력감과 절망을 경험한다. 법이 존재하지만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노동자에게 또 다른 배제가 된다. 동시에 행위자에게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확신을 주어 괴롭힘을 더욱 정당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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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사례 ] 고용불안과 제도 사각지대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사례
내가 뽑았으니 자를 수 있다 / 개인 출장을 나 혼자 신청하라고 한다 / 초딩이냐, 영어 못하냐 / 나이가 어리다 보니 함부로 대하는 느낌을 받는데 / 개인 심부름, 반말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 / 상대적으로 더 힘든 업무와 불리한 배정을 반복적으로 받는데 / 원청 팀장이 “4년이나 됐는데, 왜 일을 못하냐? 그만둬야 되는거 아니냐”며
폭언을 듣고 머리를 맞았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3명 규모) / 구조상 4인 미만이라 괴롭힘 신고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응할 방법이 없을까? / 대표의 지속적 괴롭힘, 노동부 진정 조사 과정에서 5인 미만인지 여부를 두고 지연되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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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되는 괴롭힘 신고해도 제대로 된 조치 없어 퇴사 선택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들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으로 일상이 지옥 같고 괴롭다. 스트레스는 불면, 우울증으로 악화되어 신체화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하루종일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힐 듯한 증상은 전형적인 공황 상태나 극도의 불안 반응이다. 일터가 안전한 공간이 아닌 ‘위협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버텨보려고 했지만 숨이 막히고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자존감까지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어렵게 버티다 사내 신고를 했지만 회사는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폭행으로 형사고소까지 했지만 “사인간의 문제”라며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거나, 이 정도가지고 징계하기 힘들다며 신고 취소를 종용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조직이 대처하는 방식은 권위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 “ 사내에서 큰 일 만들지 마라”는 식의 종용은 피해자에게 조직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회사의 미조치로 피해자는 2차 괴롭힘과 고립이 심해지고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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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사례 ]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 상담사례
하루 종일 심장 뛰고 힘들다 /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우울증 / 두렵고 원형 탈모까지 생겼다 / 버텨보려고 했지만 숨이 막힐 듯 힘들어 사직서 / 점점 불안하고 두려움 커지고 공포심까지 생겨 / 잘 해보고 싶어서 견뎌왔는데 억울하고 힘들어
신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 사장에게 얘기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어 / 폭행미수로 신고했지만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 고객의 괴롭힘 직접 신고하라고 / 행위자 분리 수용하지 않아, 회사 신뢰도 무너져 / 사직 후 경제적 어려움 예상돼 괴로워 / 신고 후 유급휴가 중인데 불안해 / 수치심에 사직해 / 버티기 힘들어 퇴사 / 회사를 다시 다닐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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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필요하다! 2025년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사례들은 우리 사회의 일터가 여전히 가부장적 위계에 따른 성차별적 굴레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닌, 조직 내 불평등한 권력구조가 낳은 구조적 폭력이다.
이제 우리는 일터 내 폭력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이정표는 이미 국제 사회가 제시하고 있다.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제190호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명백한 '인권 침해'로 규정한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구직자, 자원봉사자 등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를 보호대상으로 한다. 이는 현재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소외시키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및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아우르는 기준이다. 또한 협약은 폭력과 괴롬힘이 여성 등 특정 성별에 불균등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며 젠더기반 폭력 및 괴롭힘에 특화된 대응을 강조한다.
전세계 40여개 국가가 이미 이 협약을 비준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제도적 미비함을 이유로 비준을 비루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적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성차별적 괴롭힘을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는 현 상황에서 ILO 제190조 협약의 조속한 비준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는 국제적 표준에 맞춰 협약을 비준하고, 모든 노동자가 고용형태나 성별에 관계없이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적용 범위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여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가 곧 행위자인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행정 당국의 직접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주 가해 시 즉각적인 과태료 부과 및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제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를 포함한 사용자는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할 의무가 있다.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처리절차를 명시할 의무가 있으나 아직 이러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즉시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가 요청하면 행위자와 업무 분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과 조치가 더 잘 시행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직과 구성원도 함께 수평적 의사소통, 공정한 업무 분장 및 인사 매뉴얼 마련, 성인지 감수성 향상, 돌봄지지 및 지원 등 상호존중하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실천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에 대해서는 성차별·성희롱 대응에 대한 별도의 전문 교육을 강화해 피해자 보호 중심의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조직 내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신고 절차와 조사를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하며, 피해자가 신속하게 행위자로부터 분리되어 안전한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법률상담, 의료 및 노동기관과의 연계 지원이 보다 실질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아가 조직 내 성차별 문화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인권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건강한 조직문화와 지속가능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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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 kwwa@daum.net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3층 한국여성노동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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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근로조건 상담에서도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 드러나
: 여성노동자회 2025년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분석 결과
○ 근로조건 상담이 39.7%(623건)로 가장 높은 상담 비율을 차지해
2025년 전체 상담유형의 분포는 근로조건 상담이 39.7%(623건)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23.7%(372건), 직장 내 괴롭힘이 14.0%(219건), 모부성권 상담이 13.1%(206건), 고용평등 기타가 6.8%(107건) 순으로 나타났다.
<표1. 상담유형 분포>
근로조건 상담 상세유형을 살펴보면, ‘산업재해 및 사회보험’이 2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임금체불’ 22.0%, ‘휴가 및 휴게시간’ 16.1%, 근로조건 기타 15.2%, ‘부당해고’ 13.0%, 부당행위 8.8% 순으로 나타났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 및 사회보험이 근로조건 상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 근로조건 상담,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 드러나
근로조건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실업급여, 퇴사, 부당해고, 산재 신청, 근로자성 인정 등 ‘근로조건의 문제’로 나타나지만, 그 출발점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성희롱과 성차별적 괴롭힘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임금이나 고용 유지의 문제는 독립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 그리고 그 이후의 2차 가해가 축적되면서 발생한 결과였다. 이것은 근로조건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발생한 노동권 침해로 이해해야 한다.
성희롱과 괴롭힘 피해로 퇴사 후 실업급여 문제 발생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겪은 여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안전하게 근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며, 심지어 행위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반복된다. 한 내담자는 상사가 카카오톡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회사는 해당 상사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내담자는 2개월 후 복귀할 행위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퇴사하겠다고 회사에 말했다. 회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물었지만, 이는 사실상 강요된 퇴사임에도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퇴사로 처리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지속적인 성희롱을 겪은 노동자가 더 이상 근무를 지속하기 어려워 퇴사를 고민하며 실업급여 수급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괴롭힘으로 인해 견디기 어려워 퇴사를 선택한 노동자들 역시 가장 먼저 실업급여 문제를 걱정했다. 회사는 종종 “괴롭힘이 인정되어야만 실업급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피해자가 문자, 녹취, 진술서 등을 통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제도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담사례들은 퇴직 이면에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된 퇴사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들은 안전하게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 채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실업급여 수급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여성노동자들은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노동권을 침해당할 뿐만 아니라 생계까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상 재해로 산재신청 가능해
산업재해 신청을 문의하는 내담자들 중 직장 내 성희롱과 불법촬영 피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손상과 건강의 악화를 겪었고 이에 대해 산재 신청 문의를 해 왔다. 한 노동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결국 퇴사를 결정했고, 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였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사내 불법촬영 신고 이후 사무실에서 지속적인 위축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퇴근 후에도 사건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신경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산재신청을 원하고 있었다.
성희롱은 명백한 노동재해이며, 따라서 산재를 신청할 수 있다. 즉,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해 노동자가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적응장애, 불면증 등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신청할 수 있다. 이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다면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회사가 산재를 인정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반대하더라도 노동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할 수 있다. 이미 퇴사한 이후라도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산재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치료만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제도상으로는 산업재해 신청이 가능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이를 활용하기까지 신청절차와 소요시간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성희롱으로 인한 산재는 ‘인정이 안 되는 문제’ 이전에,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수많은 피해가 제도 밖에 머물고 있으며, 결국 노동자들은 직장을 떠나고 생계를 위협받으면서도 노동권을 보장 받지 못한 채 홀로 감당하게 된다.
피해를 신고한 여성노동자가 부당해고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어
성희롱 피해 이후 가장 심각한 결과는 결국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10년 전 팀장의 성희롱 발언을 전해 듣고 문제를 제기한 한 여성노동자는 본부장으로부터 “퇴직하고 기다리면 가해자를 내보내고 다시 부르겠다”는 말을 듣고 퇴직했다. 그러나 결국 행위자는 계속 근무했고 내담자는 복직하지 못했다. 이후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민원 제기를 했지만 모두 기각되었고, 성희롱 역시 입증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점장의 성희롱과 괴롭힘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여부 자체를 판단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면 괴롭힘도 성희롱도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퇴직금 청구와 사용자 책임 추궁도 어려워진다. 피해자는 성희롱을 입증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괴롭힘 신고 이후 사실상 직장을 잃게되었지만 괴롭힘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부당해고 구제신청 가능 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위 상담사례들은 실업급여, 산재신청, 부당해고라는 형태로 드러나지만, 본질은 여성노동자가 직장 내에서 겪는 성희롱과 성차별적 괴롭힘이다. 근로조건의 문제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여성노동자는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인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그 결과 퇴사를 강요받고, 생계를 위협받고, 정신적 건강을 잃고, 경력 단절을 겪는다. 따라서 해결 역시 단순히 실업급여를 인정하거나 산재를 승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는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해 행위자와 피해자의 실질적 분리, 신고자 불이익 금지의 실효성 확보, 자발적 퇴사로 가장된 퇴직에 대한 실업급여 인정,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피해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확대, 복직권 보장,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조건 문제로 가시화된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는 결국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권 자체를 박탈당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근로조건 - 상담사례]
[실업급여] 카톡에서 상사가 성적비하한 것을 알게 되었다. 상사는 2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는데 곧 복귀예정이어서 마주칠 수 있어서 내가 퇴사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실업급여 원하냐고 물어보는데 실업급여가 가능한가?/ 성희롱 피해로 그만 두고 싶은데 퇴사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는지? / 개인사유라고 적은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사직의사를 철회하겠다고 했더니 사직서 심사 계류 중이라고만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한 사직서를 다시 제출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 괴롭힘으로 퇴사시에 실업급여 받을 수 있는지 회사에서는 괴롭힘 인정을 못받으면 받을 수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을지 / 괴롭힘으로 견디기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만두면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을지
[산재신청]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퇴사를 결정했고, 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있었으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 현재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회사에는 산재신청 의사를 이미 전달한 상태다. 이런 경우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지, 절차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 사내 불법촬영 신고로 이후 사무실에서 위축이 되었고 계속 불안감 우울감이 올라왔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계속 영상 속 장면들이 떠올라 잠들기 힘들었고, 잠이 드는 순간에도 사건 장면이, 행위자가, 회사 사람들이 꿈에 나오는 등 괴롭고 두려워 결국 퇴사를 했다. 신경과 진료를 받아왔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산재신청 도움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당해고,부당행위] 상사의 부당함에 신고한 뒤 상사가 찾아와 갑자기 욕설을 하고 볼펜 등 문구를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서 “당장 나가”라며 내쫓았다. 이에 출근을 못하고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 괴롭힘으로 불인정되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가능한지 / 10년 전, 팀장의 성희롱 발언을 전해 듣고 본부장한테 얘기했더니, 본부장이 퇴직하고 있으면, 행위자가 계약만료 되면 내보내고 다시 부르겠다 간곡히 요청을 해서 퇴직을 하고 기다렸다. 그동안 이로 인해 오랫동안 아팠고, 재작년에 행위자를 내보내지 않았고, 부당해고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 보건복지부 민원을 넣었지만, 기각되었고, 성희롱도 진술을 확인할 수 없어 불인정되었다. 행위자의 괴롭힘을 적은 일기장이 있어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여성단체에서 기자회견 등 도와줄 수 있는지 /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멈출 것을 요구하자, 상사는 대표와 노무사가 곧 방문할 것이며, 그때 징계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징계 해고 철회라는 말도 없이 시말서를 강요하였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임금체불] 지점장의 직장내성희롱, 괴롭힘으로 노동청 진정을 했는데, 특수고용직으로 근로자성이 확인 안 되어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근로자성이 인정 안되면 직장내괴롭힘도 성희롱도 판단이 안된다고 했다.근로자성을 확인 받고 퇴직금소송도 하고, 지점장도 처벌받게 하고 싶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2025년 평등의전화 상담유형 중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총 372건으로 근로조건 관련 상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상담을 차지했다. 상담 사례를 종합해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조직 내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했다. 행위자는 대다수 상사였으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용기 내서 문제 제기를 한 이후에도, 사내 고충 처리 과정에서의 고립,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모든 고용유형에서 20~30% 수준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권력 구조에 더해진 성차별로 고통 받는 현실이 여전했다. 사례를 살펴보면, 조직 내 권력 관계 속에서 피해를 겪거나 문제 제기 이후에도 힘들어했으며, 사업장의 미흡한 대응과 사건 축소로 2차 피해가 있었다. 또한, 행위자가 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들이 늘어나 이에 대한 상담이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는 사업장이 대응하여 해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노동자들에게 미쳤다. 직장 내 성희롱은 증거 중심으로 조사하는 게 아님에도 여전히 증거부터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여성노동자가 직장을 떠나도 회복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였다. 또한 고객에 의한 성희롱 사례도 꾸준히 있었으며,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 사업주의 구제 절차 미조치로 상담을 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 조직 내 권력 관계 속에서 피해 겪어, 행위자는 대다수 상사
상담 사례를 보면 행위자가 상사, 팀장, 사업주 등 조직 내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러한 관계에서 피해자는 업무 평가나 인사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을 때 신체 접촉을 당하거나, 업무를 빌미로 술자리를 강요받고, 사업을 줬으니 대가를 요구하는 발언을 듣는 등 모두 위계와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했다. 내담자들은 자신의 안전보다 고용 불안을 먼저 걱정하게 되고, 결국 침묵하거나 버텨야만 했다.
○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여성노동자들은 2차 피해를 겪었다. 사내 신고를 진행한 이후 업무 배제, 인사 조치, 따돌림, 소문 확산 등 다양한 형태로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내담자들은 조직 내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거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자는 조직 내에서 고립되고, 불리한 업무 환경에 놓이게 되거나 혹은 행위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더라도 상황이 악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 사업장의 미흡한 대응과 사건 축소, 개인간의 문제로 치부해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사례에서 사건에 대한 여성노동자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신고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두드러졌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사내 신고를 해도 사업장의 대응이 미흡하고, 적당한 절차나 조치 없이 행위자가 신고 사실을 알게 되거나, 당사자 간 사과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피해자가 사내 조치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며 형사 절차 등을 통해 해결할 것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사건 대응을 회피하기도 했다. 성희롱 사건을 사과나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하려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건을 축소하고 덮는 방식이며, 조직의 책임을 지운 대응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노동환경의 문제로, 사업장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 행위자의 법적 대응과 사업장의 적절한 조치 미흡
행위자가 신고 사실을 인지한 후 사업장 또는 피해자에게 법적 대응을 무기 삼아 무고죄를 주장하거나 협박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대응하는 것이 아닌 사업장이 대응해야 할 문제이며, 사업장이 조치를 하지 않아 여성노동자의 더 많은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사업주는 분쟁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여야 하며, 대응해야 할 주체이다.
○ 증거가 없다고 성희롱이 아닌 것은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증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노동자는 문제 제기를 주저하거나 제도 이용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노동부 대응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증거 제출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성희롱 사건의 입증 부담이 여성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증거 중심 구조는 여성노동자의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고 제도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여성노동자는 성희롱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며 일하지 않는다. 조직 내 위계와 권력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노동자에게 완전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며,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대응이다.
○ 직장을 떠나도 지속되는 억울함, 퇴사할 수 밖에 없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이후 퇴사를 선택한 뒤 노동청 진정이나 법적 대응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경우 여성노동자가 사건 발생 이후 조직 내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결국 퇴사를 선택한 뒤에야 법적 대응을 검토하게 되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이는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생계인 일터를 포기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여성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지 않고도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사내 조사 절차가 이루어지고,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 방지와 조직 문화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이 실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일터에서 여성노동자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함 속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해소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 성평등한 노동환경 아직 멀어,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아직도 성평등한 일터를 논하기에는 한참 뒤쳐진 조직 문화가 드러난다. 여성노동자들이 피해 상황을 겪지 않는 것이 제일 이상적인 길이겠지만, 이미 일어난 피해에 대응하지 못하고, 대응을 결심하고도 과정 속에서 추가적인 피해로 힘들어 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여성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성인지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지지와, 정서적 회복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의 역할은 여성노동자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2024년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전면 폐지되고, 2026년 일부 복원되었지만, 2년간의 폐지동안 줄어든 상담수는 여성노동자들의 피해가 실제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됨에 따라 목소리가 위축된 결과였다.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상 피해자들의 고충이 신고나 진정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사내 고충처리절차에서의 대응,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정당한 문제 제기와 내 권리를 찾겠다는 결심까지 가는 길에는 밀접한 조력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제도적 보완과 실질적 개선을 위한 고민과 성평등노동체계가 요구되며,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확대·복원되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 - 상담사례]
결재하러 들어가면 사장이 몸을 만지고 위아래로 훑어봐 / 대표가 지속적으로 신체 접촉하고 사적 만남 요구하는데 / 상사가 “사업 줬으니 너도 뭘 줘야 하지 않냐”고 발언 / 책임자가 사각지대에서 밀착하거나 신체 부위를 만지는데 / 상사가 업무 핑계로 술자리로 불러
성희롱 신고 후 업무에서 배제되고 따돌림 당해 / 신고 이후 인사발령이 되었는데 / 다른 사원에게 피해자와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 / 신고 이후 부서 이동하게 되었는데 / 성희롱 신고 후 해고 되었는데 /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 후 업무 변경이 되었는데
성희롱 보고했지만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 / 사장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개입 거부 / 행위자가 신고 사실을 알고 나를 불렀는데 / 성희롱 신고 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데 / 고충처리에 대한 인식 없는 사업주 / 개인끼리 해결하라는 대표 / 조사과정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 스트레스와 불편함 호소
행위자가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 증거불충분 무혐의 이후 무고죄로 고소당해 / 사장이 고소 취하를 지속적으로 요구 / 성추행에 대해 정식 사과 요구했더니 고소한다는 행위자 /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며 협박
증거가 없어도 신고가 가능한지 / 정황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신고가 될지 /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리 후 역고소 당해 / 증거 없으면 문제제기 어려울까 신고 망설여
성희롱 피해 후 사직하고 이후 법적 대응하려는데 / 사업주의 고소 취하 압박으로 결국 퇴사했는데 / 퇴사 후 사건을 다시 문제제기하려는데 / 성희롱으로 힘들어 퇴사 후 손해배상이 가능할지 / 퇴사 후 노동청 진정을 하려는데
2025년 모성권 상담은 전체 상담 중 13.1%를 나타내며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 상담유형을 살펴보면 ‘육아휴직’ 관련 상담이 60.7%(125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출산전후휴가’ 상담이 14.6%(30건)로 높게 나타났다. ‘임신출산불이익 및 해고’(6.3%),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4.9%),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 3.9% 순으로 나타났다.
상담사례를 분석해보면, 출산전후휴가, 임신·출산기 및 육아휴직 제도는 법적으로 보장되고 점차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 사용에 대한 혼란과 사업주의 거부·불이익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 전달의 부족, 비정규직 노동자의 취약한 지위, 그리고 제도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조직 문화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은 제도의 실질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모성권 제도는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용하기 어려워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강행규정이다. 출산전후휴가 90일 제도는 2001년부터 시행되어 위반 시 사업주에게 처벌이 가능하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성노동자회는 2011년부터 ‘출산전후휴가 90일을 축하해’ 캠페인을 진행하며 출산전후휴가가 당연한 권리임을 알려왔다. 출산전후휴가에 대한 인식은 보편적이라고 할 만큼 일반화되었다. 그럼에도 출산전후휴가 사용 방법이나 급여에 대한 일반적인 문의는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이 변경될 경우, 노동자는 바뀐 정책에 본인이 해당되는 지 궁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많은 문의 전화가 온다. 정책을 집행하는 담당자인 고용플러스센터나 고용노동부에 문의해도 담당 공무원이 “아직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정확한 안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결국 여성노동자들은 국가기관이 아닌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을 통해 제도를 확인하고 권리를 찾아가고 있다.
2025년에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도 변화가 많았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단축 사용 방법과 육아휴직 중 연차 사용, 급여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올해 없어진 사후지급금과 관련한 문의도 꾸준히 있었다. 모·부성권 관련 정책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6+6 부모육아휴직제’다. 부모 각각 월 최대 450만 원까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었지만, 상당수 여성노동자의 최고 임금이 최저임금인 현실에서 육아휴직 급여 인상제도를 적용받기는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성이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퇴사를 걱정하지 않아야 하고, 생계유지가 보장되야 하며, 복귀 후에도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모성권 - 상담사례]
출산전후휴가 급여와 사측 통상임금 차액에 대해 사업주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하는데 / 출산전후휴가 급여가 궁금한데 /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 / 회사의 업무 공백 사유로 인한 출산·육아휴직 반려 시 대응 방법이 궁금한데 / 출산전후휴가를 알아서 신청하고 가라는데
육아휴직 급여가 궁금한데 / 육아휴직 6+6 사용 시 급여가 궁금한데 / 퇴사 후에도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데 / 육아휴직 6+6 대상 이어서 연장신청을 하고 싶은데 / 육아휴직 후 업무가 변경되었어도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데 /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하고 싶은데
○ 임신·출산과 육아휴직이 곧 불이익이 되는 현실, 정부는 강력한 감독과 처벌에 나서야
임신·출산과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기본적인 노동권이지만,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권리’가 아니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 되고 있다. 상담사례에서 임신·출산기 불이익 상담은 2024년에 비해 4.2% 증가했으며, 여전히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출산과 돌봄을 이유로 차별과 퇴사 압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는 출산전후휴가나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마치 개인적인 배려나 특혜인 것처럼 생색을 내거나,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노동자를 압박하기도 한다. 회사의 사정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거부하거나 퇴사를 압박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곧 계약종료 통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노동권 침해를 넘어 생계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제도는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신청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2~3개월만 사용하라”는 식으로 기간을 제한받는 경우가 있었다. 복귀 후에는 원하지 않는 직무로 일방적으로 배치되거나, 아예 복귀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도 있었다.
[상담사례]
모성권 제도 사용 불이익 상담사례
임신 초기 조심해야 해서 단축근무를 신청했더니 회사가 거부하는데 / 임신 후 퇴사 압박,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하였는데 / 임신 중 휴직 예정자를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로 배치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 임신을 했다고 괴롭힘이 시작되었는데 / 임신 중 유해물질 피해로 유산을 하였는데 / 계약직 근로자의 출산휴가 사용 가능 여부와 계약 연장 불이익이 걱정되는데 / 출산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 안된다고 하는데
육아휴직을 2~3개월만 사용하라고 하는데 /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요청이 반려되었는데 /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당했는데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면서 급여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데 / 육아휴직 복귀 후 직무 변경이 되고 평가를 낮게 받았는데 / 육아휴직 신청하니 타지역으로 발령내려고 하는데 / 육아휴직 후 복귀한 뒤 다른 업무를 지시받았는데 / 육아휴직 후 복직하려고 하는데 보직 변경, 강등되면서 수당도 삭감되었는데 /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데 / 복직할 줄 몰랐다며 원직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노동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공허한 제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미 모성권 제도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 각종 인센티브와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조건적인 거부와 불이익이 반복되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정부는 정책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만들어져 있는 제도가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행정 안내를 강화하고, 사업주의 제도 방해와 불이익에 대해 더욱 강력한 감독과 처벌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여성노동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제도화(노동시간 단축과 유연 근무 등 일· 생활 균형이 가능한 노동시스템을 구축 등)함으로써 경력 단절 없이도 지속적인 노동과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평등의전화 전체 상담유형 중 7.7%였으나 2025년 14.0%를 차지해 지난 5년 사이 2배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증가율은 그동안 조직의 화합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부당행위들이 노동권에 대한 인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여성노동자들에 의해 비로소 ‘괴롭힘’으로 명명되고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괴롭힘의 상세내용은 폭언과 폭행이 동시에 가해지는 복합적 괴롭힘이 전체의 52.3%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나의 사례에서 두 가지 이상 형태의 괴롭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절반이상 차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단일 유형보다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직장 내 괴롭힘 상세내용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가해자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사장, 법인대표, 상사, 상사와 동료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사례가 80.3%를 차지해 괴롭힘이 대부분 위계적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몇몇 행위자의 ‘거친 성격’이나 피해자의 ‘예민함’ 등 개인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지위와 관계의 우위라는 ‘권력’을 이용한 폭력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아래의 사례 분석과 같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인식과 결합되어 이 권력은 성별 위계와 맞물려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더욱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다.
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포
○ 가부장적 조직문화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폭언·폭행부터 사적 심부름, 성차별적 통제까지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뿌리 깊은 가부장적 조직문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권력 행사로 나타난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폭언과 폭행, 사적 심부름 강요, 성차별적 통제와 모욕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까지 침해받고 있다.
먼저, ‘폭언·폭행’은 어떤 사업장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터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욕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해도 조직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남자들은 원래 말이 거칠다”,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정당화한다. 이러한 인식은 행위자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고 폭력을 조직문화로 고착시킨다.
상담사례에서는 머리를 발로 차거나 숟가락을 던지고, 때리는 시늉을 반복하는 행위, “남자였으면 칼로 찔러 죽였다”는 말과 함께 볼펜을 던지는 행위 등이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한 감정표현이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인권을 훼손하고 공포를 통해 복종을 강요하는 명백한 젠더 기반 폭력이다. 피해자가 참지 않고 고소나 신고 등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조직은 오히려 피해자를 불편한 존재로 취급하고, 사업주의 방관 속에서 여성노동자는 더 깊은 정신적 외상과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적 심부름 강요와 부당한 업무지시 역시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으로 나타났다.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게 하거나 자녀의 해외배송 주문을 확인하게 하고, 경조사 화환 주문, 개인 택배 심부름, 심지어 건강검진에 보호자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업무는 본래 노동계약과 무관한 사적 영역의 일이며, 특히 주로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에 해당하는 업무를 여성노동자에게 자연스럽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여성을 전문인력이 아닌 ‘보조자’, ‘돌봄 제공자’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명령불복종으로 징계를 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고 무시하며 ‘그림자 취급’을 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괴롭힘이 이어진다.
가부장적 조직문화 속에서는 직급이나 연차와 무관하게 성차별적 괴롭힘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의 우위에서 발생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위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상담사례에서는 나이가 많은 후임 남성 직원이 선임 여성에게 반말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어린 남성 직원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는 사례가 있었다. 남성 중심 조직에서는 젊은 여성노동자가 지속적인 통제와 배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여성에게 치마 착용을 강요하거나 고객 앞에서 ‘아가씨’라고 부르고, “키가 작다”, “다리가 짧다”는 식으로 외모를 평가하는 행위도 반복된다. 이러한 성차별적 괴롭힘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여성노동자에게 지속적인 모멸감과 위축감을 주며, 특정 행위자를 피하게 만들고 결국 업무수행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 상담사례 ]
성차별적 괴롭힘 상담 사례
팀장이 때리는 시늉을 하고 폭언을 반복해 / “남자였으면 칼로 찔러 죽였다”며 볼펜 던져 / 지역혐오 발언 등 언어폭력을 하고 / 폭언, 협박성 발언 / 머리를 발로 차고 / 숟가락을 던져 / 동료의 폭행을 고소했는데 / 일하던 중 상사로부터 폭언, 머리 폭행을 당해 / 개인심부름 / 가족여행 계획, 자택 의류관리까지 시켜 / 건강검진 보호자 동행 요구 / 개인출장 신청서 지시 / 부당한 업무지시 거부하니 징계하고 퇴사 종용 해 / 하극상 이라며 모욕 줘 / (40대인데도) ‘나이 어린게’ / 열 살이나 어린 남자 직원이 감시하고 트집잡아 / 멍청하다, (동료인) 남자친구가 불쌍하다 / 여직원에게 치마 강요하고, 고객 앞에서 ‘아가씨’라 부른다 / 나이가 어리니 함부로 대한다 / 상사가 “너”라고 불러, 이름 불러달라고 하니 “넌 아랫사람이잖아”/ ‘퐁퐁냄새 난다’며 괴롭혀 / 수시로 외모평가를 / 너는 키가 작고, 다리가 짧잖아
○ 고용불안과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의 여성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더 큰 고통 겪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인격 모독이나 갈등의 문제를 넘어 고용불안과 결합된 생존의 문제로 나타난다. 특히 계약직, 파견직, 용역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상담사례에서는 “내가 뽑았으니 내가 자를 수도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해고 가능성을 암시하거나, 계약직 행정노동자 1인에게 팀 전체의 출장 신청과 잡무를 모두 떠넘기는 방식의 업무 전가가 나타났다. 또한 파견직 노동자에게 근무연차와 무관하게 비하발언을 하는 등 서열위계와 고용위계가 결합된 형태의 괴롭힘도 나타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괴롭힘은 단순한 폭언이나 따돌림을 넘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용한 통제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고용형태 자체가 협박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도 쉽게 퇴사를 선택할 수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계약연장 거부나 사실상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침묵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괴롭힘이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현장일수록 제도적 보호는 더욱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폭언, 따돌림, 인격모독, 부당한 업무지시 등 명백한 괴롭힘을 겪고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가족경영이나 소규모사업장이 많아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권력관계가 더욱 밀접하고 폐쇄적이다. 대표나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내부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할 창구도 없고, 외부에 신고하려 해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무력감과 절망을 경험한다. 법이 존재하지만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노동자에게 또 다른 배제가 된다. 동시에 행위자에게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확신을 주어 괴롭힘을 더욱 정당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 상담사례 ]
고용불안과 제도 사각지대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사례
내가 뽑았으니 자를 수 있다 / 개인 출장을 나 혼자 신청하라고 한다 / 초딩이냐, 영어 못하냐 / 나이가 어리다 보니 함부로 대하는 느낌을 받는데 / 개인 심부름, 반말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 / 상대적으로 더 힘든 업무와 불리한 배정을 반복적으로 받는데 / 원청 팀장이 “4년이나 됐는데, 왜 일을 못하냐? 그만둬야 되는거 아니냐”며
폭언을 듣고 머리를 맞았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3명 규모) / 구조상 4인 미만이라 괴롭힘 신고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응할 방법이 없을까? / 대표의 지속적 괴롭힘, 노동부 진정 조사 과정에서 5인 미만인지 여부를 두고 지연되고 있는데
○ 지속되는 괴롭힘 신고해도 제대로 된 조치 없어 퇴사 선택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들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으로 일상이 지옥 같고 괴롭다. 스트레스는 불면, 우울증으로 악화되어 신체화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하루종일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힐 듯한 증상은 전형적인 공황 상태나 극도의 불안 반응이다. 일터가 안전한 공간이 아닌 ‘위협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버텨보려고 했지만 숨이 막히고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자존감까지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어렵게 버티다 사내 신고를 했지만 회사는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폭행으로 형사고소까지 했지만 “사인간의 문제”라며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거나, 이 정도가지고 징계하기 힘들다며 신고 취소를 종용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조직이 대처하는 방식은 권위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 “ 사내에서 큰 일 만들지 마라”는 식의 종용은 피해자에게 조직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회사의 미조치로 피해자는 2차 괴롭힘과 고립이 심해지고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상담사례 ]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 상담사례
하루 종일 심장 뛰고 힘들다 /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우울증 / 두렵고 원형 탈모까지 생겼다 / 버텨보려고 했지만 숨이 막힐 듯 힘들어 사직서 / 점점 불안하고 두려움 커지고 공포심까지 생겨 / 잘 해보고 싶어서 견뎌왔는데 억울하고 힘들어
신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 사장에게 얘기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어 / 폭행미수로 신고했지만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 고객의 괴롭힘 직접 신고하라고 / 행위자 분리 수용하지 않아, 회사 신뢰도 무너져 / 사직 후 경제적 어려움 예상돼 괴로워 / 신고 후 유급휴가 중인데 불안해 / 수치심에 사직해 / 버티기 힘들어 퇴사 / 회사를 다시 다닐 수 있을까?
○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필요하다!
2025년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사례들은 우리 사회의 일터가 여전히 가부장적 위계에 따른 성차별적 굴레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닌, 조직 내 불평등한 권력구조가 낳은 구조적 폭력이다.
이제 우리는 일터 내 폭력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이정표는 이미 국제 사회가 제시하고 있다.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제190호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명백한 '인권 침해'로 규정한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구직자, 자원봉사자 등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를 보호대상으로 한다. 이는 현재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소외시키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및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아우르는 기준이다. 또한 협약은 폭력과 괴롬힘이 여성 등 특정 성별에 불균등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며 젠더기반 폭력 및 괴롭힘에 특화된 대응을 강조한다.
전세계 40여개 국가가 이미 이 협약을 비준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제도적 미비함을 이유로 비준을 비루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적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성차별적 괴롭힘을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는 현 상황에서 ILO 제190조 협약의 조속한 비준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는 국제적 표준에 맞춰 협약을 비준하고, 모든 노동자가 고용형태나 성별에 관계없이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적용 범위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여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가 곧 행위자인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행정 당국의 직접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주 가해 시 즉각적인 과태료 부과 및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제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를 포함한 사용자는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할 의무가 있다.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처리절차를 명시할 의무가 있으나 아직 이러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즉시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가 요청하면 행위자와 업무 분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과 조치가 더 잘 시행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직과 구성원도 함께 수평적 의사소통, 공정한 업무 분장 및 인사 매뉴얼 마련, 성인지 감수성 향상, 돌봄지지 및 지원 등 상호존중하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실천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에 대해서는 성차별·성희롱 대응에 대한 별도의 전문 교육을 강화해 피해자 보호 중심의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조직 내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신고 절차와 조사를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하며, 피해자가 신속하게 행위자로부터 분리되어 안전한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법률상담, 의료 및 노동기관과의 연계 지원이 보다 실질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아가 조직 내 성차별 문화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인권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건강한 조직문화와 지속가능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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