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최저임금 차별 논의 중단하라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하나면 족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지금 2025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있다. 심의기한까지 단 일주일만을 남겨 두었지만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만을 정하였을 뿐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조차 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입조차 떼지 못해 갈 길이 먼데 이제서야 현장방문 중이다. 물론 심의기한을 넘긴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법정 기한을 넘기니 으레 기한 안에 결정하는 법이 없다. 기한을 넘겨 결정한 최저임금이 뼈를 깎는 노사공의 노력의 결실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현장방문을 마친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5차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간다고 한다.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노사 공방이 열띠게 벌어질 것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도입 첫 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 35년간 실시된 적이 없는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제도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결정하자는 사측의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최저임금 심의기간이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러한 사용자측의 생떼에 못이겨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4개월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꾸려가며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TF가 내린 결론은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 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여전히 업종별 구분 적용에 목을 매는 이유는 최저임금 수준을 원하는 만큼 낮게 결정할 수 없으니 부리는 몽니라고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첫째,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 고려요인 중 한 가지는 소득분배율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하게 되면 이미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 사이에도 양극화를 불러오게 된다. 최저임금제도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둘째, 숙박음식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 여성 고용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성별 임금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은 이미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악명높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의 성별임금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른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 자명하다.
셋째, 사용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의 논거로 제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게 되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비율인 미만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중의 의무이다. 즉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범법행위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 페널티 대신 더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메리트를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담컨대 이는 시장에 나쁜 시그널을 주어 미만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최저임금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을 완화할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을 제안한 것이 올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되었다. 돌봄의 책임이 있는 국가가 국책은행의 입을 통해 책임을 떠넘기고, 논란이 심한 최저임금법 차등 적용에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자 특히 돌봄노동자의 대다수인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지난주 112차 ILO 총회에서는 ‘돌봄노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채택됐다. 국제사회의 권고와 거꾸로 가는 행태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는 올해로 종지부를 찍고, 더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장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가진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을 주어야겠다는 발상은 착취 그 자체이다. 최저임금은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을 차별하겠다는 것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이지 차별을 심화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최저임금은 단 하나여야 한다.
2024. 6. 20.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기자회견문]
최저임금 차별 논의 중단하라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하나면 족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지금 2025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있다. 심의기한까지 단 일주일만을 남겨 두었지만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만을 정하였을 뿐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조차 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입조차 떼지 못해 갈 길이 먼데 이제서야 현장방문 중이다. 물론 심의기한을 넘긴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법정 기한을 넘기니 으레 기한 안에 결정하는 법이 없다. 기한을 넘겨 결정한 최저임금이 뼈를 깎는 노사공의 노력의 결실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현장방문을 마친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5차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간다고 한다.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노사 공방이 열띠게 벌어질 것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도입 첫 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 35년간 실시된 적이 없는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제도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결정하자는 사측의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최저임금 심의기간이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러한 사용자측의 생떼에 못이겨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4개월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꾸려가며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TF가 내린 결론은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 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여전히 업종별 구분 적용에 목을 매는 이유는 최저임금 수준을 원하는 만큼 낮게 결정할 수 없으니 부리는 몽니라고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첫째,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 고려요인 중 한 가지는 소득분배율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하게 되면 이미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 사이에도 양극화를 불러오게 된다. 최저임금제도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둘째, 숙박음식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 여성 고용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성별 임금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은 이미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악명높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의 성별임금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른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 자명하다.
셋째, 사용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의 논거로 제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게 되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비율인 미만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중의 의무이다. 즉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범법행위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 페널티 대신 더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메리트를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담컨대 이는 시장에 나쁜 시그널을 주어 미만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최저임금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을 완화할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을 제안한 것이 올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되었다. 돌봄의 책임이 있는 국가가 국책은행의 입을 통해 책임을 떠넘기고, 논란이 심한 최저임금법 차등 적용에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자 특히 돌봄노동자의 대다수인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지난주 112차 ILO 총회에서는 ‘돌봄노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채택됐다. 국제사회의 권고와 거꾸로 가는 행태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는 올해로 종지부를 찍고, 더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장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가진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을 주어야겠다는 발상은 착취 그 자체이다. 최저임금은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을 차별하겠다는 것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이지 차별을 심화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최저임금은 단 하나여야 한다.
2024. 6. 20.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