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성명] '관행'뒤에 숨지 말라, 채용성차별 '범죄' 책임 인정을 확대하라
지난 11월 23일,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2심 재판부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지인 청탁으로 채용과정에 개입하였다는 업무방해 혐의와 신입 행원 채용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2022년 3월, "남녀차별 채용은 하나은행의 10년 이상 지속된 관행"이라는 이유로 함 회장의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는 판결이다.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채용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는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한다.
하나은행이 저지른 채용성차별은 지난 2018년 금융권 채용비리가 크게 이슈화되었을 때 그 전모가 드러난 바 있다. 2013년 상반기 하나은행 최종 합격자의 여남 비율은 1대 10.8, 하반기는 1대 5.5였다. 지원자의 여남 비율은 1대 1.3였으나, 전형이 진행될수록 여성 지원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류전형 커트라인을 여, 남별로 다르게 운영하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이 차별 없이 커트라인을 운영하였을 때 여남 비율은 1:1에 근접하였을 것이며, 여성 합격자 수가 619명 증가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면접 합격권인 여성 2명을 조작으로 탈락시킨 후 남성 2명을 합격시킨 사례도 존재했다. 수사 결과 하나은행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의 여남 비율을 1대4로 미리 정해두고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드러나지 않은 성차별채용이 얼마나 더 있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1심 판결에서 함영주 회장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 취지는 하나은행의 성차별채용이 10년 이상 지속된 관행이기 때문에 함 회장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지, 채용성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당시 하나은행 법인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금융권 기업 법인에 고작 벌금 700만 원이 처벌일 수 있을까? 채용성차별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2018년의 금융권 채용성차별 실태 고발 이후 기업 처벌규정을 대폭 상향하겠다는 정책방향이 제시되었지만, 5년이 지났음에도 법 개정이 요원한 상황이다.
채용성차별은 분명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해결해야만 하는 사회문제다. 성차별적 논리가 노동시장 진입 단계부터 작동하는 현실은 조직 내부의 차별이 얼마나 곪아 있을지 짐작케 한다. 채용성차별은 여러 성차별적 구조들이 맞물려 발생한 결과이자 이어지는 차별의 구조적 원인이다. 오로지 성별을 이유로 기회와 권리를 박탈당하고 꿈이 꺾인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의심으로만 남아 있던 차별이 실제로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이를 어떻게 철폐해 나갈지에 대해 우리 사회와 정부는 아직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깊이 뿌리박혀 있던 ‘관행’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에 묻어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채용성차별의 근절을 위해서는 이미 드러난 성차별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2심 결정은 하나금융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인 회장에게 채용성차별 범죄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법원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무화시켜 무죄를 선고하였던 전적이 있기에 더 그렇다.
채용성차별은 한국 사회의 오랜 병폐가 누적되어 발생한 문제라는 부분에서 '관행'이 맞다. 그러나 '원래 그래 왔다'는 변명이 더 이상 책임을 숨기고 회피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결정으로서 2심 판결이 최종심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앞으로 채용성차별 ‘범죄’에 대한 결정권자의 형사 책임을 더욱 폭넓게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채용성차별 철폐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채용성차별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기반을 제대로 갖추고, 채용단계별 성비공개와 같은 제도적 채용성차별 근절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길 바란다.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채용성차별이 근절될 그날까지 감시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11.28.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채용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는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한다.
하나은행이 저지른 채용성차별은 지난 2018년 금융권 채용비리가 크게 이슈화되었을 때 그 전모가 드러난 바 있다. 2013년 상반기 하나은행 최종 합격자의 여남 비율은 1대 10.8, 하반기는 1대 5.5였다. 지원자의 여남 비율은 1대 1.3였으나, 전형이 진행될수록 여성 지원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류전형 커트라인을 여, 남별로 다르게 운영하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이 차별 없이 커트라인을 운영하였을 때 여남 비율은 1:1에 근접하였을 것이며, 여성 합격자 수가 619명 증가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면접 합격권인 여성 2명을 조작으로 탈락시킨 후 남성 2명을 합격시킨 사례도 존재했다. 수사 결과 하나은행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의 여남 비율을 1대4로 미리 정해두고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드러나지 않은 성차별채용이 얼마나 더 있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1심 판결에서 함영주 회장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 취지는 하나은행의 성차별채용이 10년 이상 지속된 관행이기 때문에 함 회장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지, 채용성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당시 하나은행 법인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금융권 기업 법인에 고작 벌금 700만 원이 처벌일 수 있을까? 채용성차별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2018년의 금융권 채용성차별 실태 고발 이후 기업 처벌규정을 대폭 상향하겠다는 정책방향이 제시되었지만, 5년이 지났음에도 법 개정이 요원한 상황이다.
채용성차별은 분명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해결해야만 하는 사회문제다. 성차별적 논리가 노동시장 진입 단계부터 작동하는 현실은 조직 내부의 차별이 얼마나 곪아 있을지 짐작케 한다. 채용성차별은 여러 성차별적 구조들이 맞물려 발생한 결과이자 이어지는 차별의 구조적 원인이다. 오로지 성별을 이유로 기회와 권리를 박탈당하고 꿈이 꺾인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의심으로만 남아 있던 차별이 실제로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이를 어떻게 철폐해 나갈지에 대해 우리 사회와 정부는 아직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깊이 뿌리박혀 있던 ‘관행’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에 묻어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