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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4. 3. 8. 2차 오픈마이크 : 옵티칼 고공농성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외치다! - 찾아가는 오픈마이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2024-02-19
조회수 638


[후기]

2024. 3. 8. 2차 오픈마이크

옵티칼 고공농성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외치다!

- 찾아가는 오픈마이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난 2월 3일, 여성파업 2차 오픈마이크가 열렸습니다.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서 열린 1차 오픈마이크에 이어, 두 여성 노동자가 한 달째 고공농성 중인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에서 또 한 번 오픈마이크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은 불에 탄 공장을 두고 도망치는 외국자본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8일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노동자는 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한파 속에 9m 공장 옥상에 올라 투쟁 중인 한국옵티칼 박정혜, 소현숙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여성파업조직위원회와 오픈마이크 참여자들이 구미로 향했습니다.


이날 발언에는 한국여성노동자회의 레나 활동가도 함께했는데요. 이외에도 박정혜, 소현숙 두 노동자와 더불어 승격 성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KEC지회 노동자, 구미 시민, 세종호텔 해고투쟁 노동자, 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여러 발언자가 마이크를 잡아 여성노동자가 처한 차별의 현실을 전해주었습니다. 레나 활동가의 발언 전문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레나 활동가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노동자회 레나활동가 입니다. 한국옵티컬하이테크지회 동지들에게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27일째, 한달이 다되어가는 시간동안, 추운 공장 옥상에서 박정혜, 소현숙 두 여성노동자들이 고공농성중에 있습니다. 11명의 한국옵티컬하이테크 동지들이 투쟁하고 있는 도시, 구미시는 5인미만 사업체수가 86%에 달하는,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에 해당하는 열악한 일자리가 만연한 곳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겨우 구한 직장을 다니다가도 해고당할 수 있단 위협이 있기에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휴가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한국옵티컬하이테크도 여성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들어냈습니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 성별은 남성노동자가 더 많았고, 이러한 기업의 운영방식으로 인해 임금격차가 생겨났습니다. 여성노동자들에게 필수적인 생리휴가는 무급이었습니다. 


기업의 성차별적인 운영 방침 속에서도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여기 모인 이들은 잘 압니다.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을 주는 일터, 그 누구도 함부로 빼앗겨선 안됩니다. 해고는 살인이기에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해선 안됩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말이 국가에게 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가는 자본의 편에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구미시는 한국옵티컬하이테크 기업의 편에 서서 1월 8일 공장철거를 승인하였고, 1월 11일 법원에서는 노동자쪽의 입장은 전부 배척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18년과 2019년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희망퇴직을 진행시켰습니다. 2022년 다시 물량이 늘어나자 이전에 희망퇴직 했던 노동자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 10월 공장에 불이 나자 어떠한 책임을 지지도 않고 공장을 폐쇄해버린 기업입니다. 자본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버려왔습니다. 이러한 만행은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값싼 소모품 취급을 겪는 것과 닮아있습니다.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자리에 놓여있고 여성이 하는 일이란 이유로 다시 프레임이 씌워지며 성차별적인 노동조건을 마주합니다. 이러한 성차별적인 모욕에 맞서 싸워온 여성노동자들의 수많은 투쟁 가운데 한국옵티컬하이테크지회의 투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낮은 임금과 지대, 낮은 세금을 찾아 자본은 세계적 이동을 거듭합니다. 이용가치가 없어진 공장은 당장 폐쇄해 버립니다. 한국의 여성노동자 투쟁사에서는 이러한 외국자본과의 투쟁을 여러 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승리한 여성노동자의 역사가 있습니다. 1989년 당시, 전북 익산에서 스키장갑을 만들던 아세아스와니의 여성노동자들, 경남 마산에서 전기 코일을 만들던 수미다의 여성노동자들은 갑작스런 해고로 인해 원청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원정투쟁을 통해 승리를 쟁취해내었습니다. 투쟁 동안에 많은 시민들이 국경을 넘어 지지와 응원으로 함께하였습니다. 


국가가 자본의 편에 서있다면, 투쟁중인 노동자들의 곁에는 수많은 시민들과 여성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이 직장을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너무 억울해서 고공농성을 하게됐다는 여성동지들의 외침에 연대로 화답하기 위해 오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외투자본의 거센 압박에 지지말고 지치지 말고 끝까지, 건강하게 싸우는 동안에 한국여성노동자회도 연대하겠습니다.


이외에도 대구여성노동자회 활동가분들께서도 2차 오픈마이크에 함께하여 투쟁기금을 전달하기도 하는 등, 여성노동자회는 한 마음으로 옵티칼 투쟁에 연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오픈마이크는 고공농성 중인 여성노동자를 향해 연대와 투쟁의 결의를 전하며 끝이 났습니다.

고공농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옵티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오픈마이크가 열렸던 당시 고공에서 발언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의 발언문을 전합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 발언문 전문


처음 이곳을 올라올 때는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개인적으로 상황이 나은 제가 고공농성을 해야지 싶어 올라왔습니다. 1월 8일 새벽 6시 40분에 올라왔는데 그날이 구미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핫팩을 몸에 감싸고 동지들을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래에 있으나 위에 있으나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랑하는 동지들을 가까이서 못 본다는 것 정도입니다.

 

2024 3.8여성파업조직위가 구미 한국옵티칼 농성장에서 오픈마이크를 진행한다고 해서 참 고마웠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외관검사부서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있어선지 그동안 그리 성차별을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돌아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차별이 있었습니다. 생산라인에서는 여성에게는 기계작동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성이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왜 어려운지, 정말 여성이 작업하기에는 어려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여성들은 두 가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남성 노동자는 기계를 돌린다는 이유로 임금이 더 많았습니다. 기계를 돌리면서 인사고과 평가를 잘 받고 그로 인해 승급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계를 익힐 기회, 전문역량을 늘릴 기회를 여성 노동자는 아예 차단당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여성들은 기계를 돌리기가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성별을 떠나서 각자에게 묻지 않고 여성들은 처음부터 배제합니까?

 

그리고 다른 사업장에도 많이 있을 차별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군대 갔다 왔다고 처음부터 호봉을 두 단계 높게 받았습니다. 물론 그게 나이에 대한 인정인지, 군대 경력에 대한 인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단 것이지요. 나이 든 여성이 들어온다고 호봉을 높여주지 않았으니 아마도 군 경력이 이유일 텐데요. 그렇다면 여성들의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는 왜 없는 것일까요?

 

물론 한국옵티칼은 kec처럼 노골적인 성차별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성차별을 저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거나 세상이 원래 남성에게 유리하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파업조직위가 온다고 하니 저도  성차별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겨 좋습니다.

 

다른 어떤 성차별을 겪었나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20대 때의 첫 사회생활이 생각났습니다.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한식당에서 서빙을 맡았는데 커피숍 업무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같은 부서지만 여성은 커피숍 일을 배워야 하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은 테이블을 옮기거나 무거운 것을 들기는 했지만, 담배를 피운다며 자리를 비우면 여성들이 다른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모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 가면  항상 상사들과 손을 잡고 춤을 췄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라서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 싶었고, 싫어도 싫다는 티를 낼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희롱, 성차별이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당연하다고 여긴 것 같고 최근에야 비로소 알게 되어 후회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성파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여성파업은 성차별과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멈춤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여성파업은 간악한 일본자본 닛토덴코에 맞서 싸우는 저의 투쟁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노동자가 일해서 번 이윤으로 6조 넘게 벌고도 노동자의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닛토덴코는 돈이 있고 물량이 있고 돌아갈 공장이 있는데도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민주노조가 있는 우리가 부담스러워서이겠지요. 그러나 이는 너무 부당하지 않습니까. 자본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버려도 되는 세상은 정말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활동은 노동자의 권리이고, 고용승계는 회사의 의무입니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라왔습니다. 제 12년의 공장생활을 인정받고, 저의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 왔습니다.


 

2월 16일에 강제집행 철거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솔직히 두렵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투쟁입니다.

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일에 못 오더라도 sns에 많이 올려주세요.

 

3.8 여성파업 전에 반드시 승리해서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 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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