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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차별의 구조에 맞서는 도전, 평등을 향한 연대>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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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차별의 구조에 맞서는 도전, 평등을 향한 연대>

 

 [후기]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

 

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

 

 

차별을 개인적 문제로 만들고 차별의 역사를 부정하는 현 정권. 여성할당제로 대표되는 적극적 조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의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정치권. 성차별을 지우고 차별을 능력의 문제로 환원하는 현 상황들에 대해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잡고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이 준비한 것은? 페미니즘 운동에서 제도적 개입을 통해 차별을 시정하고 권력구조를 재구성하고자 시도한 적극적 조치를 제대로 살펴보고, 차별금지법이 있는 세상에서는 어떻게 적극적 조치가 기능할 수 있을지를 톺아보는 장을 마련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제로 함께해주신 성공회대 외래교수 김경희 님은 적극적 조치란 무엇인지, 어떤 오해들이 있는지, 한국사회에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먼저 ‘여성할당제와 적극적 조치는 다르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있으실까요? 할당제는 적극적 조치의 여러 방편 중 한가지 방법으로, 채용, 승진, 신입생 선발 등에서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수나 비율을 정하여 소수 집단에게 적극적으로 고용 기회를 부여하는 수단입니다. 적극적 조치는 어떤 직업이나 직종에 여성, 소수 집단의 비율이 적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드러났을 경우 과거로부터 누적되어온 차별 혹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했음을 가정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이행계획을 바탕으로 목표 비율을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채용한 여성 비율이 너무 적을 경우 목표 비율을 30%로 정하고 난 후, 바로 달성 할 수 없으니 기업은 이를 차츰 실행할 수 있는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점진적으로 비율을 늘려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적극적 조치 제도를 설명하기 위해선 이 제도가 시작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유용한데요. 흑인 민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운동과 함께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 문제를 드러냈고, 그 힘으로 쟁취해 낸 제도가 적극적 조치였습니다. 1972년 미국의 고용평등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이후 연방정부는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의 사업주에게 소수 집단의 과소대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목표 비율’과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요구합니다. 미국사회에 누적되어온 차별과 구조적 차별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통념을 교정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입니다.

 

한국사회도 2006년부터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고 대상을 확대했지만 사실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과 같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적극적 조치)는 대기업/공공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제외되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조치는 특정 조직과 직종 안에서 여성을 포함한 소수 집단의 과소대표된 상황에 집중해 차별을 의심하고, 통계적 불균형을 차별의 지표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교정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적극적 조치가 어떻게 확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지혜들이 나누어지기도 했는데요. 

 

평등한 일터를 만들고자 할 때 목표 비율과 같은 양적인 목표 뿐만 아니라 질적 지표들에도 집중할 필요성을 제기해 주었습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얼마나 전환 되었는지,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정규직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고용만이 아니라 노동환경에서 성평등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 세부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들을 나눠주었습니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안되고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차별의 기준을 무엇으로 둘 것이고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를 바라봐야 할까요?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기회가 제공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오랜 기간동안 누적되어 온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차별을 마주합니다. 누군가는 적극적 조치로 인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진입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차별이자 낙인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기존에 사회가 어떤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여성과 소수집단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적극적 조치라는 수단으로 어떻게 낙인과 편견을 부숴낼 수 있을지를 상상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님은 차별금지법이 적극적 조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 모두 적극적 조치와 같이 누적되어온 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조치를 차별행위로 간주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차별 예외’ 조항에 담겨있고, 이러한 내용은 영국의 평등법, 호주의 차별금지법, 독일의 일반동등대우법 등에서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UN OHCHR에서 발간한 소수자 권리 보호 가이드(protecting minority rights)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에서 적극적 조치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두 번째로 잠정적이고 한시적인 수단으로써 불평등을 시정하는데 필요한 기간 동안만 임시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요. 임시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 ‘단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별 시정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비례적인 수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적극적 조치는 명백하게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적극적 조치를 ‘역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넣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에 진정된 사례들을 살펴본다면 적극적 조치가 왜 역’차별’이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모 기업에서 20년이 넘도록 고졸 여성 직원을 대리로 승진시키지 않아서 성차별과 학력차별 진정이 접수된 사안이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의 결과에 따르면 고졸 남성과 고졸 여성 간의 승진차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습니다. 또한 고졸 여성 직원의 담당 업무를 보조업무로 인식하고 평가절하 하여 여성직원들이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후순위로 배치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이에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승진 대상에서 일정 비율을 고졸 여성 직원으로 할당하고, 고졸 여성이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의 기회를 배치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한다는 의견표명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온 차별을 무시하고 능력주의 담론과 결부시켜 구조를 지우고 문제를 개별화 하는 담론에 둘러쌓인 우리는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요? 한희님의 발제를 통해 ‘능력’이라는 것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오롯이 개인이 쌓아온 것인지, 어떤 구조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능력주의가 과연 정당한것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던져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적극적 조치를 ‘회복적 조치’라고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해 10년 간의 인종분리정책과 같은 극심한 차별이 있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붕괴 후 ‘성적지향’을 헌법에 넣을 만큼, 국가는 남아공을 재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해 적극적 조치 실행에 최대한 개입하였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적 맥락 상 차별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소 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인데요. 평등한 공간을 구성하고 평등한 공동체로 돌아가기 위해, 불평등했던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해 치유와 회복이 필요하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회복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통해 적극적 조치가 관점과 방향성에 따라 얼마만큼 차별을 시정 할 수있는지, 그러기 위해 어떤 언어를 활용하고 구성해 개입하고자 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의 한 단체에서 실행한 젠더쿼터제 캠페인을 살펴보았습니다. 뉴질랜드는 논바이너리를 성별로 인정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여성 40%, 남성 40%, 논바이너리 20% 비율로 채용을 하라는 캠페인을 시행 할 수 있었는데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고 적극적 조치와 같은 제도가 실질적으로 실행되게 하기 위해서 성별 할당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나아가 현실의 차별을 가리려는 역차별과 능력주의 담론에 함께 맞서며 다양한 소수자들이 포괄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1회차 토론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적극적 조치를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능력주의 담론이 팽배하고 차별을 개인화 하는 현실 속에 반차별 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차별을 시정하는 제도와 만나 제도를 확장시키고 개입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정책담론팀은 발제자 두분이 나눠주신 내용들을 놓지 않고 확장시켜나가며 차별금지법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이어지는 다른 후기들도 기대해 주세요~)

 

 

👉 연속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받기 : https://equalityact.kr/structure-challeng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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