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제 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돌봄노동 가치 무시하는 최저임금 차별 망언 중단하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없이는 사회정의도 없다 -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제 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2024년 6월 현재 개최중인 ILO총회에서는 '돌봄경제와 양질의 일자리'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중요성이 공론화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발언 이후, 가정내 돌봄, '시설 돌봄을 막론하고 모든 돌봄 서비스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한국은행 보고서)', '가사서비스 구분적용을 논의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 모두 발언)' 등의 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가사근로자법 제정 등 가사노동자 보호에 앞장서 온 단체들은 정부와 기업의 임금 차별 망언을 규탄하고, 돌봄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강화와 가사노동자 처우 개선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한국여성노동자회도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함께했는데요. 아래에 발언문과 기자회견문 전문을 첨부합니다.

발언 1. 한국YWCA연합회 조은영 회장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돌봄은 우리 생활의 필수재!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가치 존중에 대한 중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YWCA연합회 회장 조은영입니다.
먼저 제13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기념해서 대한민국의 수십만 가사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가사를 필두로 한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에도, 저출산•초고령화 시대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주역들입니다.
한국에서의 가사돌봄은 서울YWCA가 1966년에 파출부 교육생을 모집하고 훈련시키고 일할 수 있는 가정을 알선한데서 시작된 직종이고 직업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고 있는 대표적인 직종이 가사관리사들입니다.
2024년 6월 스위스 제네바 ILO 본부에서 개최된 제112차 국제노동회의(ILC) 총회 세션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자료에 따르면 돌봄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3억 8,100만 개의 일자리, 전체 고용의 약 11.5%, 매년 세계 경제에 약 11조 달러를 기여한다고 합니다. 경제지표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가 돌봄노동 부문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1년 6월에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노동자법)」을 제정해서 가사노동이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노동으로 인정받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은 만들었으나 보호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정부가 인증하는 제공기관과 노동자는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하며 더 많은 제공기관과 노동자들은 여전히 낮은 인식과 보호되지 않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게 현실입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 재계에서는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근로기준법 적용제외를 당연시하는 것은 물론 임금 차별이 당연하다고 발언하기도 합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확인됐듯이, 돌봄은 우리 인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며 필수재입니다. 제112차 국제노동회의(ILC) 총회에서도 견고한 돌봄 경제는 위기에 대한 회복력을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촉구합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돌봄 수요와 일자리 요구에도 돌봄은 노동시장에 맡겨진 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누구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사서비스의 사회서비스화 등 돌봄의 국가책임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한국YWCA는 돌봄노동과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2.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김재순 협회장
저는 18동안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가사노동자 김재순입니다.
요즘 참 힘이 듭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생활비가 치솟지만 임금은 제자리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고객들도 줄고 있습니다. 가사관리사를 온라인으로 중개를 하는 앱들의 공세는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앱 업체들은 이를 등에 업고 여러가지 횡포를 부립니다. 어마어마한 증개수수료와 별점 통제. 기본 4시간이었던 기준시간에서 더 짧은 시간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동과 대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압축노동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가사관리사들은 대부분 비정기로 일합니다. 고객이 오늘 오지 마세요 한마디면 그날은 공치는 날입니다. 노쇼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또 저희 일은 신입이나 18년차 베테랑이나 임금이 같습니다. 고객들은 늘 일 잘 하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 일 잘한다는 것은 오랜 경험과 그에 따라 쌓인 노하우에서 나옵니다. 다른 말로 경력이라고 하지요. 다른 직업들은 이런 경력에 따라 임금이 달라집니다. 능력을 인정해주고 존중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가사노동자에게 경력인정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나마 가사노동자법이 제정되어 인증된 제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각종 노동법과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런 가사노동을 왜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장에 다니면, 회사에 들어가면, 더 나은 임금을 받을수도,보너스도, 퇴직금도 받을수 있다고 말하지요. 그러면서 너의 선택에 불평 불만을 얘기하지 말라구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그에 따른 정당한 임금과 존중,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당연한 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임과 역할입니다.
헌데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권리 보장은 커녕 가사 돌봄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자들은 분노합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살림에 쳐들어와서 살림살이 다 부수는 소리 그만 하십시오. 정말 국가가 해야할 일을 하십시오. 물가를 안정시키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변화시키고 일하는 가사노동자를 위한 단단한 권리보장 제도를 만드십시오. 그것이 주권자인 나 김재순의, 가사노동자들의 명령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3.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정부가 앞장서는 가사·돌봄 노동자 차별을 중단하라!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날이 갈수록 가사·돌봄노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돌봄이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노동이며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돌봄노동에 대한 평가는 유독 한국에서 인색하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임금 수준과 열악한 처우는 돌봄노동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열악한 일자리로 분류되는 가사·돌봄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에 속해 있어 정부가 결단하여 예산을 확보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돌봄노동자들의 임금은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만든 열악한 일자리라는 프레임에 한술 더 떠 지금 정부는 가사·돌봄 노동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홍콩처럼 낮은 임금의 이주 가사노동자를 한국에서도 활용해야 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으로 시작되었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존중하는 각종 ILO 협약을 비준한 한국 사회에서는 시행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가사·돌봄 노동에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면서 얼마 전에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를 폐지하였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들의 월급제 노동과 안정적 고용, 열악한 이용자들을 위한 돌봄의 양적 질적 강화라는 좋은 돌봄일자리와 공공돌봄 실현을 수행해 온 곳이다. 지금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를 받고 이를 철회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는 공공돌봄을 파괴하고 돌봄을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며 정부의 역할은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착취의 제도화라는 선언에 다름아니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가사·돌봄 노동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조정훈 의원의 가사법 개정안으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업종변경으로 이어졌다. 제도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정부는 최저임금 차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올해 초 한국은행은 이슈리포트를 통해 돌봄노동자의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도입하여 이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도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주민의 가족을 비공식 부문의 가사·돌봄노동자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 절하를 통해 가사·돌봄 일자리를 저임금으로 묶어 놓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 도입이래 단 한 해 시행되고 노동자들의 반발로 폐기된 최저임금 차별 시도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 위원들은 업종별 차등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 왔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하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기준 최저임금보다 최저임금 높게 설정을 위해서 다르게 설정한다. 한국정부의 주장처럼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주장은 가사·돌봄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반하는 일이다. 돌봄은 필요하고 중요하나 제대로 된 임금은 줄 수 없다는 뚜껑이 맞지 않는 궤변들이 휑행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의롭지 못한 이야기는 그만하자. 필요한 노동이라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자. 우리는 지금 가사·돌봄노동의 제대로 된 가치 인정과 양질의 일자리를 요구한다.

발언 4. 최저임금위원회 최영미 근로자위원
‘돌봄경제에 투자하라’는 슬로건에서 보듯이 지금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돌봄노동자에 대한 투자, 곧 다른 노동자와 똑같은 보호, 공정한 대우가 질 높은 서비스를 낳는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오로지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력에 대해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고 하더니 이제는 모든 돌봄서비스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고 한다. 돌봄서비스는 생산성도 낮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전문적 일이라는 뉘앙스가 숨어있다.
누가 이런 주장을 하는가, 이런 망언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임금은 조금 주면서도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 때만 필수노동자인가.
오랫 동안 우리는 가사노동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그 중에 실현된 것은 2021년 가사근로자법 하나이다. 지금 인증기관이 105개, 공식 고용이 1,500명 가량 이루어졌다. 짧은 기간 내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20만 명 이상의 인증기관에 소속되지 못한 혹은 않은 가사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고용산재보험이 되는가? 아니다. 국가자격증이 있는가? 아니다. 정부의 공공서비스를 확대해서 일자리와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되었는가? 아니다. 하나도 된 것이 없다.
심지어 지금 최저임금조차 차별하자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난무하고 있다.
가정내 돌봄이 필수가 되고 있는 지금 가사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자. 여기 4명의 노동자의 급여봉투가 있다.
가사돌봄노동자 5월 급여 | ▶ 21가구, 총34회, 136시간 근무 ▶ 급여 2,072,000원 - 평일 30회, 120시간, 1,800,000원 - 주말 4회, 16시간, 272,000원 ▶ 시급 15,000원 (주차, 연차, 퇴직금 포함) ▶ 교통비, 식대, 각종 경비 본인 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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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봄노동자 5월 급여 | ▶ 1가구, 오후 4-8시. 월-금 ▶ 총80시간 근무. 969,180원 ▶ 시급 약 12,000원 ▶ 교통비, 식대, 각종 경비 본인 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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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는 이 가사돌봄노동자의 시급은 현재 최고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만약 주차, 연차, 퇴직금이 있다고 하면 다 포함된 금액이다. 5월 한 달 21가구를 다니며 일을 했지만 교통비, 식대와 각종 경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노쇼가 있으면 이 정도 급여도 받지 못한다.
아이돌봄도 마찾가지이다. 하원서비스로 한 달 총80시간을 일했는데 10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한다. 교통비, 식대와 경비는 역시 본인 부담이다.
가정내돌봄의 중요한 한 축인 장애인활동지원사를 보자. 17년을 일한 베테랑노동자의 임금이 지금도 최저임금이다. 마지막은 플랫폼업체의 앱을 이용해 일한 노동자이다. 무려 204시간을 일했지만 급여는 230만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경력 17년 베테랑) | 플랫폼업체의 앱 이용 종사자(23년 8월 급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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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처우 개선은커녕 임금을 더 깎자니 이게 어느 나라 언어인가.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다. 2023년 소비자물가 3.6%, 그런데 신선식품은 6.8% 올랐다. 전기료는 22.6%, 도시가스는 21.7%, 지역난방비는 27.3%, 보험서비스료 12.9%에 외식비는 6% 넘게 올랐다. 올해도 물가는 계속 오르는 중이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비혼단신근로자의 실태생계비는 월246만원이다. 최소한 이 생계비에 맞먹을 수 있게 최저임금은 올라야 한다. 최소 10% 이상 올라야 한다!
우리는 가사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존중받는 그 날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제13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연대사
송명진 한국노총 본부장
제 13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축하합니다. 그리도 모든 가사돌봄 노동자들에게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가사서비스와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그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더욱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인류사회를 강타한 코로나팬데믹을 거치며 가사와 돌봄의 일이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들의 노동만으로 결코 감당하기 어렵고 현재의 가사돌봄 서비스의 공급수준이 사회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규모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모두가 인식하였기 때문입니다.
하기에 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인류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돌봄 영역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투자의 핵심은 일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 가사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보장과 노동조건의 대폭적인 개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사돌봄 영역에서의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와 노동조건 개선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오히려 저임금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과 시대적 가치를 무시하는 이러한 천박한 인식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이한 오늘, 한국의 가사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먼저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 가사노동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긱워크, 호출노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의미없는 규정입니다. 서비스 소비자인 개인들에게 사용자로서의 의무와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는 인식에 앞서 최저선의 근로기준을 설정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의 존재 이유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가사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올바르게 보장하고, 고용·산재보험을 적용토록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더불어 가사노동자들에게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된 가사근로자법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의 지원정책이 훨씬 강화되어야 합니다.
가사근로자법 시행 2년이 되도록 이 법의 적용 대상인 인증기관 고용 노동자들의 증가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는 데는 인증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나 플랫폼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충분치 않은 것이 주된 이유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노총은 가사돌봄유니온과 가사돌봄노동단체들과 함께 가사돌봄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고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힘있게 연대하고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동 기자회견문]
윤석열 정부는 우리 사회를 언제까지 차별의 사회로 추락시킬 것인가!
한국에는 100만이 넘는 돌봄노동자들이 가정에서, 시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6월 16일로 13회를 맞는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은 이 중에서도 가정을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에게 평등한 대우와 존중을 요구하는 기념일이다.
지금도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가정과 가족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와 세탁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산모와 어르신을 돌본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 많은 가정이 청결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어린이, 노인, 환자, 장애인을 돌봄으로써 공공돌봄정책의 공백을 메우고 가족들이 일터로 나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절대 다수가 여성인 가사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여전히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가사노동자 90% 이상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민간의 가사노동자 90% 이상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공공의 가사노동자 절대 다수는 여전히 건수별로 일하는 도급형태를 띈다.
공공의 가사노동자 절대 다수는 이동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모든 가사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평생의 최고임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주자는 주장은 국가 주도 아래 차별을 강화하자는 이야기와 같다.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국가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기준 임금을 적용하기 위함이다.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비전이 없다. 열심히 일해 먹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여유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지금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이지 더 낮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돌봄은 중요하다 말하면서 임금은 낮추려 드는 것은 모순이다. 어떻게 임금을 깎으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한단 말인가!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는 일하는 사람의 생활안정을 통해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최저임금의 목적이라고 명언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246만원이다. 올해 1/4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외식물가는 무려 6.0%나 올랐다. 최저임금은 최소한 생계비만큼은 올라야 한다.
우리는 주장한다.
- 가사노동자 차별 망언 당장 중단하라!
- 이러한 빌미를 주는 최저임금법 제4조 ‘사업 종류별 구분’조항 당장 폐지하라!
-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비 보장하라!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공돌봄서비스는 부족하고 모든 가사·돌봄 서비스는 낮은 처우로 인력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러한 돌봄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가사노동자를 숙련된 노동자로 인정하고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가의 돌봄정책과 법적 체계, 사회적 보호를 정비하고 가사노동자를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최저임금을 비롯한 가사노동자에 대한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이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나가며,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생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앞장서 싸워나갈 것이다.
2024년 6월 14일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후기] 제 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돌봄노동 가치 무시하는 최저임금 차별 망언 중단하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없이는 사회정의도 없다 -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제 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2024년 6월 현재 개최중인 ILO총회에서는 '돌봄경제와 양질의 일자리'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중요성이 공론화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발언 이후, 가정내 돌봄, '시설 돌봄을 막론하고 모든 돌봄 서비스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한국은행 보고서)', '가사서비스 구분적용을 논의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 모두 발언)' 등의 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가사근로자법 제정 등 가사노동자 보호에 앞장서 온 단체들은 정부와 기업의 임금 차별 망언을 규탄하고, 돌봄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강화와 가사노동자 처우 개선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한국여성노동자회도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함께했는데요. 아래에 발언문과 기자회견문 전문을 첨부합니다.
발언 1. 한국YWCA연합회 조은영 회장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돌봄은 우리 생활의 필수재!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가치 존중에 대한 중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YWCA연합회 회장 조은영입니다.
먼저 제13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기념해서 대한민국의 수십만 가사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가사를 필두로 한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에도, 저출산•초고령화 시대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주역들입니다.
한국에서의 가사돌봄은 서울YWCA가 1966년에 파출부 교육생을 모집하고 훈련시키고 일할 수 있는 가정을 알선한데서 시작된 직종이고 직업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고 있는 대표적인 직종이 가사관리사들입니다.
2024년 6월 스위스 제네바 ILO 본부에서 개최된 제112차 국제노동회의(ILC) 총회 세션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자료에 따르면 돌봄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3억 8,100만 개의 일자리, 전체 고용의 약 11.5%, 매년 세계 경제에 약 11조 달러를 기여한다고 합니다. 경제지표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가 돌봄노동 부문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1년 6월에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노동자법)」을 제정해서 가사노동이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노동으로 인정받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은 만들었으나 보호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정부가 인증하는 제공기관과 노동자는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하며 더 많은 제공기관과 노동자들은 여전히 낮은 인식과 보호되지 않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게 현실입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 재계에서는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근로기준법 적용제외를 당연시하는 것은 물론 임금 차별이 당연하다고 발언하기도 합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확인됐듯이, 돌봄은 우리 인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며 필수재입니다. 제112차 국제노동회의(ILC) 총회에서도 견고한 돌봄 경제는 위기에 대한 회복력을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촉구합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돌봄 수요와 일자리 요구에도 돌봄은 노동시장에 맡겨진 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누구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사서비스의 사회서비스화 등 돌봄의 국가책임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한국YWCA는 돌봄노동과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2.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김재순 협회장
저는 18동안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가사노동자 김재순입니다.
요즘 참 힘이 듭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생활비가 치솟지만 임금은 제자리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고객들도 줄고 있습니다. 가사관리사를 온라인으로 중개를 하는 앱들의 공세는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앱 업체들은 이를 등에 업고 여러가지 횡포를 부립니다. 어마어마한 증개수수료와 별점 통제. 기본 4시간이었던 기준시간에서 더 짧은 시간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동과 대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압축노동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가사관리사들은 대부분 비정기로 일합니다. 고객이 오늘 오지 마세요 한마디면 그날은 공치는 날입니다. 노쇼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또 저희 일은 신입이나 18년차 베테랑이나 임금이 같습니다. 고객들은 늘 일 잘 하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 일 잘한다는 것은 오랜 경험과 그에 따라 쌓인 노하우에서 나옵니다. 다른 말로 경력이라고 하지요. 다른 직업들은 이런 경력에 따라 임금이 달라집니다. 능력을 인정해주고 존중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가사노동자에게 경력인정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나마 가사노동자법이 제정되어 인증된 제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각종 노동법과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런 가사노동을 왜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장에 다니면, 회사에 들어가면, 더 나은 임금을 받을수도,보너스도, 퇴직금도 받을수 있다고 말하지요. 그러면서 너의 선택에 불평 불만을 얘기하지 말라구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그에 따른 정당한 임금과 존중,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당연한 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임과 역할입니다.
헌데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권리 보장은 커녕 가사 돌봄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자들은 분노합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살림에 쳐들어와서 살림살이 다 부수는 소리 그만 하십시오. 정말 국가가 해야할 일을 하십시오. 물가를 안정시키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변화시키고 일하는 가사노동자를 위한 단단한 권리보장 제도를 만드십시오. 그것이 주권자인 나 김재순의, 가사노동자들의 명령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3.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정부가 앞장서는 가사·돌봄 노동자 차별을 중단하라!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날이 갈수록 가사·돌봄노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돌봄이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노동이며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돌봄노동에 대한 평가는 유독 한국에서 인색하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임금 수준과 열악한 처우는 돌봄노동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열악한 일자리로 분류되는 가사·돌봄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에 속해 있어 정부가 결단하여 예산을 확보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돌봄노동자들의 임금은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만든 열악한 일자리라는 프레임에 한술 더 떠 지금 정부는 가사·돌봄 노동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홍콩처럼 낮은 임금의 이주 가사노동자를 한국에서도 활용해야 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으로 시작되었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존중하는 각종 ILO 협약을 비준한 한국 사회에서는 시행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가사·돌봄 노동에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면서 얼마 전에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를 폐지하였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들의 월급제 노동과 안정적 고용, 열악한 이용자들을 위한 돌봄의 양적 질적 강화라는 좋은 돌봄일자리와 공공돌봄 실현을 수행해 온 곳이다. 지금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를 받고 이를 철회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는 공공돌봄을 파괴하고 돌봄을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며 정부의 역할은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착취의 제도화라는 선언에 다름아니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가사·돌봄 노동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조정훈 의원의 가사법 개정안으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업종변경으로 이어졌다. 제도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정부는 최저임금 차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올해 초 한국은행은 이슈리포트를 통해 돌봄노동자의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도입하여 이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도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주민의 가족을 비공식 부문의 가사·돌봄노동자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 절하를 통해 가사·돌봄 일자리를 저임금으로 묶어 놓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 도입이래 단 한 해 시행되고 노동자들의 반발로 폐기된 최저임금 차별 시도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 위원들은 업종별 차등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 왔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하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기준 최저임금보다 최저임금 높게 설정을 위해서 다르게 설정한다. 한국정부의 주장처럼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주장은 가사·돌봄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반하는 일이다. 돌봄은 필요하고 중요하나 제대로 된 임금은 줄 수 없다는 뚜껑이 맞지 않는 궤변들이 휑행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의롭지 못한 이야기는 그만하자. 필요한 노동이라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자. 우리는 지금 가사·돌봄노동의 제대로 된 가치 인정과 양질의 일자리를 요구한다.
발언 4. 최저임금위원회 최영미 근로자위원
‘돌봄경제에 투자하라’는 슬로건에서 보듯이 지금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돌봄노동자에 대한 투자, 곧 다른 노동자와 똑같은 보호, 공정한 대우가 질 높은 서비스를 낳는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오로지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력에 대해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고 하더니 이제는 모든 돌봄서비스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고 한다. 돌봄서비스는 생산성도 낮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전문적 일이라는 뉘앙스가 숨어있다.
누가 이런 주장을 하는가, 이런 망언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임금은 조금 주면서도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 때만 필수노동자인가.
오랫 동안 우리는 가사노동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그 중에 실현된 것은 2021년 가사근로자법 하나이다. 지금 인증기관이 105개, 공식 고용이 1,500명 가량 이루어졌다. 짧은 기간 내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20만 명 이상의 인증기관에 소속되지 못한 혹은 않은 가사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고용산재보험이 되는가? 아니다. 국가자격증이 있는가? 아니다. 정부의 공공서비스를 확대해서 일자리와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되었는가? 아니다. 하나도 된 것이 없다.
심지어 지금 최저임금조차 차별하자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난무하고 있다.
가정내 돌봄이 필수가 되고 있는 지금 가사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자. 여기 4명의 노동자의 급여봉투가 있다.
가사돌봄노동자 5월 급여
▶ 21가구, 총34회, 136시간 근무
▶ 급여 2,072,000원
- 평일 30회, 120시간, 1,800,000원
- 주말 4회, 16시간, 272,000원
▶ 시급 15,000원
(주차, 연차, 퇴직금 포함)
▶ 교통비, 식대, 각종 경비 본인 부담
아이돌봄노동자 5월 급여
▶ 1가구, 오후 4-8시. 월-금
▶ 총80시간 근무. 969,180원
▶ 시급 약 12,000원
▶ 교통비, 식대, 각종 경비 본인 부담
제가 알기로는 이 가사돌봄노동자의 시급은 현재 최고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만약 주차, 연차, 퇴직금이 있다고 하면 다 포함된 금액이다. 5월 한 달 21가구를 다니며 일을 했지만 교통비, 식대와 각종 경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노쇼가 있으면 이 정도 급여도 받지 못한다.
아이돌봄도 마찾가지이다. 하원서비스로 한 달 총80시간을 일했는데 10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한다. 교통비, 식대와 경비는 역시 본인 부담이다.
가정내돌봄의 중요한 한 축인 장애인활동지원사를 보자. 17년을 일한 베테랑노동자의 임금이 지금도 최저임금이다. 마지막은 플랫폼업체의 앱을 이용해 일한 노동자이다. 무려 204시간을 일했지만 급여는 230만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경력 17년 베테랑)
플랫폼업체의 앱 이용 종사자(23년 8월 급여)
이러한 상황에서 처우 개선은커녕 임금을 더 깎자니 이게 어느 나라 언어인가.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다. 2023년 소비자물가 3.6%, 그런데 신선식품은 6.8% 올랐다. 전기료는 22.6%, 도시가스는 21.7%, 지역난방비는 27.3%, 보험서비스료 12.9%에 외식비는 6% 넘게 올랐다. 올해도 물가는 계속 오르는 중이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비혼단신근로자의 실태생계비는 월246만원이다. 최소한 이 생계비에 맞먹을 수 있게 최저임금은 올라야 한다. 최소 10% 이상 올라야 한다!
우리는 가사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존중받는 그 날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제13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연대사
송명진 한국노총 본부장
제 13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축하합니다. 그리도 모든 가사돌봄 노동자들에게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가사서비스와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그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더욱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인류사회를 강타한 코로나팬데믹을 거치며 가사와 돌봄의 일이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들의 노동만으로 결코 감당하기 어렵고 현재의 가사돌봄 서비스의 공급수준이 사회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규모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모두가 인식하였기 때문입니다.
하기에 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인류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돌봄 영역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투자의 핵심은 일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 가사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보장과 노동조건의 대폭적인 개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사돌봄 영역에서의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와 노동조건 개선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오히려 저임금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과 시대적 가치를 무시하는 이러한 천박한 인식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이한 오늘, 한국의 가사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먼저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 가사노동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긱워크, 호출노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의미없는 규정입니다. 서비스 소비자인 개인들에게 사용자로서의 의무와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는 인식에 앞서 최저선의 근로기준을 설정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의 존재 이유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가사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올바르게 보장하고, 고용·산재보험을 적용토록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더불어 가사노동자들에게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된 가사근로자법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의 지원정책이 훨씬 강화되어야 합니다.
가사근로자법 시행 2년이 되도록 이 법의 적용 대상인 인증기관 고용 노동자들의 증가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는 데는 인증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나 플랫폼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충분치 않은 것이 주된 이유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노총은 가사돌봄유니온과 가사돌봄노동단체들과 함께 가사돌봄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고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힘있게 연대하고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동 기자회견문]
윤석열 정부는 우리 사회를 언제까지 차별의 사회로 추락시킬 것인가!
한국에는 100만이 넘는 돌봄노동자들이 가정에서, 시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6월 16일로 13회를 맞는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은 이 중에서도 가정을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에게 평등한 대우와 존중을 요구하는 기념일이다.
지금도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가정과 가족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와 세탁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산모와 어르신을 돌본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 많은 가정이 청결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어린이, 노인, 환자, 장애인을 돌봄으로써 공공돌봄정책의 공백을 메우고 가족들이 일터로 나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절대 다수가 여성인 가사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여전히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가사노동자 90% 이상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민간의 가사노동자 90% 이상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공공의 가사노동자 절대 다수는 여전히 건수별로 일하는 도급형태를 띈다.
공공의 가사노동자 절대 다수는 이동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모든 가사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평생의 최고임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주자는 주장은 국가 주도 아래 차별을 강화하자는 이야기와 같다.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국가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기준 임금을 적용하기 위함이다.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비전이 없다. 열심히 일해 먹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여유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지금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이지 더 낮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돌봄은 중요하다 말하면서 임금은 낮추려 드는 것은 모순이다. 어떻게 임금을 깎으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한단 말인가!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는 일하는 사람의 생활안정을 통해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최저임금의 목적이라고 명언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246만원이다. 올해 1/4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외식물가는 무려 6.0%나 올랐다. 최저임금은 최소한 생계비만큼은 올라야 한다.
우리는 주장한다.
- 가사노동자 차별 망언 당장 중단하라!
- 이러한 빌미를 주는 최저임금법 제4조 ‘사업 종류별 구분’조항 당장 폐지하라!
-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비 보장하라!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공돌봄서비스는 부족하고 모든 가사·돌봄 서비스는 낮은 처우로 인력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러한 돌봄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가사노동자를 숙련된 노동자로 인정하고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가의 돌봄정책과 법적 체계, 사회적 보호를 정비하고 가사노동자를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최저임금을 비롯한 가사노동자에 대한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이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나가며,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생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앞장서 싸워나갈 것이다.
2024년 6월 14일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