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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영화 <다음소희>를 함께 보고 - 한국여성학회 주관 <다음 소희>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

2023-04-24
조회수 944

지난 4월 21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한국여성학회,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와 협력하여 영화 <다음소희>를 관객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영화 <다음소희>는 2017년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이자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소희가 일터에서 어떤 차별과 모욕을 겪는지 고스란히 나왔습니다. 고객들의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상담원들은 노골적인 멸시와 무례한 태도들을 온몸으로 맞아냅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일터의 스트레스로, 차별로, 모욕으로 스러져갈때 주인공 소희는  이를 옆에서 직시하며 계속해서 일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학교 취업률이 하락해서는 안된다는 선생님의 요구에 자신만의 전략을 짜고 타협하기도, 때론 저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공간,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으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대하고 착취하고자 하는 공고한 구조속에서 어떻게 소희의 영혼이 스러지는지를 영화는 직시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소희가 사망한 후, 형사 유진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곳 저곳을 들쑤셔 준 덕분에 스크린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다를 바 없는 모습들이 온전히 나타났습니다. 어딜가든 수식과 도표, 양적지표로 취업률과 콜 실적을 확인하는 공간이 비춰졌고, 그 안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다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핑계들이 난무했습니다. 왜 이렇게 된건가, 하는 의문을 가진채 유진이 이곳저곳 다닐수록 현장실습생들이 처한 상황은 개인의 노력으로도, 포기라는 선택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취업률을 하락시킨 이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 청소를 하는 등의 벌을 받았고,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회사에서는 이들을 온전한 노동자로 바라보지 않았으니까요. 이런게 사회생활이라는 둥 어쩔수 없다는 둥,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변명이 영화 내내, 메아리처럼 돌아다녔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작 무렵, 한국여성노동자회 솔키가 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후 현장실습생들이 일터에서 처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힘을 받아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만에 통과되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지켜질 수 있다는 소식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후 이어진 여러 대화들을 통해,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과 대사들의 의미, 영화에 깊이 공감하며 어떤 식으로 우리가 문제들을 고민해야하는지 등 영화에 진심으로 감응하며 보았을 때 나눌 수 있는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이제 차차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하는데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누며 후기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이전에 콜센터에서 노동을 했었습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항상 숨이 가빴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겼습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콜센터의 생태계가 어떻게 노동자들에게 모욕과 수치를 주는지, 그 모욕과 수치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길들이는지를 알아서 영화 보는 내내 괴로웠습니다. (일을 그만둔지 5년이 더 지났음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몸에 새겨진 감각들이 떠올랐으니까요.)


그럼에도 감당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소희가 일했던 곳에서, 제가 일했던 곳에서 일하고 있을 여성노동자들, '소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소희'의 편이 되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직시한다면, 직시하고 행동으로 옮겨내고자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가 함께 어떤 변화던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많은이들에게 전달되고, 이미 '소희'와 함께, 곁에서 함께 싸우고 있던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붙어 법안이 개정된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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