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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2대 국회에 바란다. 여성노동자가 원하는 성평등노동정책 발표 기자회견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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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2대 국회에 바란다. 여성노동자가 원하는 성평등노동정책 발표 기자회견


3월 28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는 제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노동자가 원하는 성평등 노동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전에 22대 국회에서 꼭 이뤄야 하는 여성노동 정책들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총선을 앞두고 5개 분야 23개 과제로 제안된 정책 내용 중 여성노동자들에게 5개 영역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을 고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성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정책 과제들을 제안하고 요구하는 자리였는데요. 제 22대 총선이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아래에 기자회견 발언문 전문과 기자회견문을 공유합니다.

 


1. [현장발언1] 주 35시간 근무제 -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정화인 사무장


안녕하세요. 저는 웹툰 작가로 7년째 일하고 있는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 정화인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창작노동자들의 심각한 노동환경 중 하나인 장시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창작노동자들은 근무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지 않고 만화 컷 수, 소설 글자 수와 같은 작업물의 분량과 판매량을 기준으로 수입을 얻고 있는데요. 최근 연구조사에 의하면 웹툰 작가는 평균 주 51시간을 일한다고 합니다. 작업 단가가 낮고 매주, 매편 요구되는 작업량이 많기에 생계를 유지하려면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과도한 노동량으로 인해 지병이 있는 작가가 많으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도 적지 않습니다. 버릇처럼 “졸리다”, “아프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망설이게 될 정도로 매주 있는 마감과 숨 막히는 작업량에 창작노동자는 나를 돌볼 권리를 포기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족 돌봄, 출산과 육아는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저출산 대책이라며 너도나도 공약을 발표하지만 제게는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근로시간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주 40시간만큼의 작업량만 요구가 된다면 지금보다 11시간의 여유가 생길테니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창작노동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사회의 표준화된 노동시간 자체가 너무나 비정상적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저는 법정근무시간을 지켜야 하는 노동자들과도 협업하며 일을 합니다. 바로 편집자, PD 라고 불리는 분들인데요. 저녁 6시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간에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우리의 작업량이 많아 그분들이 야근을 하는지, 그분들의 근무시간이 길어 우리의 작업량이 많은지 선후관계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법정근로시간을 적용 받던 적용 받지 않던 우리사회는 노동자들의 저녁이후 삶조차 착취하며 성장했다는건 분명합니다.

우리사회의 기준은 모든 인간이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구조되어야 합니다. 과노동으로 망가진 기준은 이런 기준조차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저임금으로 과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 구조가 어서 깨어지고, 모든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주 35시간 근무제가 하루빨리 도입되기를 요구하며 발표 마치겠습니다.

 


2. [현장발언2] 지역 내 지속 가능한 일자리 (대구여성노동자회 토리 대독 : 한국여성노동자회 밍갱)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여성노동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토리입니다. 지역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실제 대구의 청년 여성 노동자가 본인의 경험을 쓴 글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매년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해가 바뀔수록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나는 미술관 학예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원을 마친 뒤 학교의 추천으로 사기업인 갤러리에 취직하였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보조 큐레이터로 일하게 되었지만, 나의 하루 일과는 관장님 커피 타드리기, 고양이 돌보기를 포함한 청소와 나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디자인 업무 등 보조 큐레이터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채워졌다. 급여도 터무니없이 적었다. 갤러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았다. 4대 보험에서 세금을 뗀 금액과 비슷한 금액이라면서 최저도 되지 않는 금액을 제시했다. 적은 금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갤러리 관장은 내가 30대이기 때문에 급여를 더 쳐주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날 갤러리 관장은 내게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라는 말로 당부했다. 급여가 적더라도 남들의 급여와 비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고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갤러리에서 경력을 쌓고 싶었던 나는 참고 2개월을 일했다. 하지만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까지 이어지는데도 그에 대한 수당도 받지 못했고 결국 그만두었다. 갤러리를 그만두고 공공기관으로 인증된 미술관에 취직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얻기 위해서 최저시급으로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0개월까지만 일할 수 있는 기간제 계약직을 최소 2년은 채워야 한다. 하지만 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미술과 전시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간제 계약직 자리를 축소 시켰고 나처럼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경쟁률은 높아지고, 청년들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30대 여성인 나는 이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제는 면접을 보러 가면 나이에 대한 질문과 함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30대이면 결혼하셨어요? 결혼 안 하셨다면 결혼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하고 묻는다. ‘결혼을 할 계획이 있다면 오래 일하시기 어려우시겠네요.’에서 내가 결혼 할 계획이 있다고 대답하면 면접에서 탈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는 결혼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한다. 최근 취업 준비를 하면서 다양한 알바에 이력서를 넣었다. 주로 연락이 오는 곳은 백화점 판매직, 캐셔, 식당이다. 제과점,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놀이공원, 영화관 알바 등 20대에 일했던 가게에서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다. 업주들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결혼을 앞둔 30대이기 때문이다.‘

이 쳥년 여성 노동자가 처한 상황처럼 대구지역 청년 여성들의 일자리는 불안정합니다. 지난 2021년 여성노동자회에서는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들은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대구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습니다. 대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방금 말씀드린 사례와 같이 전국에 비해 실업률도 높고, 임금수준도 낮았습니다. 또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용성차별 또한 전국 평균보다 심각했습니다.

2022년 대구는 순유출인구만 1만1500여명으로 그중에서 7700여명이 20대입니다. 실제로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일자리 혹은 삶의 터전을 바꾸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3%가 나왔습니다. 제 주위 청년 여성 노동자들은 대구에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만 있다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많은 삶의 기반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도 대구시의 청년정책에는 청년여성을 위한 정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기존에 있던 청년 정책 관련 예산마저 줄이고 있습니다.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시행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고 있는 지역들도 많은 대구는 이런 논의가 확산될 분위기조차 형성되지 않습니다.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나 성평등노동 의제에 관심이 있는 의원도 없어서 성평등노동 운동을 하기 더 어려운 지역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 여성들이 대구를 떠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유출이 지속된다면 지역소멸은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지역 청년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 여성노동자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성별분리통계를 갖추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해야합니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 내 노동부서 신설과 정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의 청년 여성 노동자들이 지역에서도 미래를 꿈꿀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 [현장발언3] 돌봄 노동자 노동권 보장 (시간제 돌봄 전담사 발언 대독 :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김유정 조직국장)

 

안녕하십니까!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시간제 돌봄전담사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쪼개 놓고 있습니다. 돌봄은 저출산 위기의 중요한 국가적 책무이고 미래의 과제라고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일을 하면서 시간제로 일을 하라고 하고 근무시간도 학교의 요구에 따라 왔다갔다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학중에는 시간제로 부족한 돌봄시간을 무자격 봉사자의 땜방으로 운영됩니다. 아이들을 3~4명의 보육자를 만나야 하고 학급수가 많은 학교는 많게는 10명의 봉사자를 구해야 하는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왜 돌봄노동을 시간제로 채용하려고 합니까? 왜 돌봄노동이 중요하고 하면서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원봉사자로 때우려고 합니까?

2020년 교육부의 돌봄 개선안에 따라 여러 지역교육청들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연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전국을 대표한다는 서울시 교육청은 2021년 7월에 4시간에서 6시간으로 반쪽짜리 시간연장을 하고 지금까지 6시간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노조에서는 계속적인 피켓팅 투쟁을 하며 8시간 재논의 특별교섭협의체 촉구를 외쳤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우리의 목소리에 눈막고 귀막고 모름쇠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학교돌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늘봄이라는 정책을 덮어 씌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4일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개선한 늘봄학교를 24년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운영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학교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25년까지 늘봄지원실 완성을 목표로 한다면서 운영실무를 책임질 사람이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늘봄학교가 시작됩니다. 실무책임자가 없으니 늘봄학교 업무가 돌봄전담사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 돌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보이기식 생생내기 정책만을 추진한다면 당연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갈 것입니다.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좋은 돌봄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노동환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시간제로 압축된 노동과 불안정한 자봉봉사자들로는 질 높은 보육이 나올 수 없습니다. 돌봄전담사들의 처우개선과 전일제 근무의 안정된 일자리에서 안정된 돌봄이 나올 수 있도록 제대로된 돌봄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4. [현장발언4]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규율이 필요하다 (서울여성노동자회 최수영 상담실장)

 

성평등 노동 정책 설문조사 질문 중 ‘안전한 일터’ 부분에서 가장 많은 응답은 “‘성차별적 괴롭힘’ 규율”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대와 30대(연령대별), ‘시간제’와 ‘학생’(고용형태별) 중 50%가 넘는 비율이 “‘성차별적 괴롭힘’ 규율”을 내 삶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꼽았다. ‘정규직’ 응답자 중 가장 높은 응답 역시 “‘성차별적 괴롭힘’ 규율(26.9%)”이다. 20~30대의 비교적 젊은 층에 일터에서 성차별적 괴롭힘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에서 중 성차별적 괴롭힘 사례를 살펴보자.

 

입직에서부터 여성에게만 질문한다, ‘출산’과 ‘육아’

 

예나 지금이나 면접에서 ‘출산’, ‘육아’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어린 자녀가 있다고 하면 ‘업무 시간에 충실할 수 있는지’, ‘맡길 사람이 있는지’ 구체적이고 무례한 질문을 받는다. 남성이라면 아이가 있더라도 이와 같은 질문을 면접에서 받지 않을 것이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적도 없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해줄 테니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을 듣는다. 자녀가 있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차별적 업무 배치는 불리한 승진과 임금 격차로 직결된다

 

여성은 업무 배치에서 차별을 받는다. 주요하지 않은 업무로의 배치는 곧 불리한 승진, 임금 격차를 불러온다. 근속연수가 짧은 남성에게 주요한 업무가 맡겨지고 회의도 남성들만 따로 하는 등, 여성은 점차 회사 주요 업무에서 밀리거나, 남성이 다수인 업무가 연봉이 높게 책정되기도 하다.

 

지역 평등의전화 성차별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남성 동기와 달리 현장 업무에서 배제되어 이후 급여에서도 차이가 나게 된 사례, 본인보다 근속연수가 짧은 남성이 먼저 진급하여 이유를 물어보니 ‘남자가 바깥일을 하니’ 먼저 진급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례도 있다.

 

여성이어서 받은 차별이 아니라 업무가 달라서 발생한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봉이 더 높은 업무 또는 직종으로 이직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여성들이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운 성차별’을 경험한다. 결과적으로 승진과 임금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두드러지나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격차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성이라서’ 남성에 비해 진급도 느리고 연봉도 적다.

 

익숙해 무감각해진 성차별, 문제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없는 게 아니다

 

평등의전화 상담 중 성차별 사례는 적다. 많은 경우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 사이에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포섭하여 사건을 대응하게 된다. 이유는 성차별은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문제제기 하기 어렵고, ‘성차별적 괴롭힘’은 법으로 규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서울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차별 실태조사(‘서로를 향한 프로젝트’결과, ‘회사에 고충처리 규정 여부’에 대한 질문에 ‘없다(26.0%)’는 응답이 가장 많고, ‘모르겠다(24.7%)가 두 번째로 많았다.

성차별이 발생한 경우 ‘대응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84.9%에 달했는데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32.7%)’는 응답이 가장 많고, ‘신고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31.7%)’는 응답이 그 다음으로 많아, 성차별을 인지하여도 회사에 성차별 해소를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것을 알 수 있다.

성차별 피해 응답자에게 ‘피해회복을 위해 가장 원했던 것(결과)’을 묻자, ‘성차별 문화 개선(31.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하여 제도적으로 강화되어야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응답으로 ’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한 사각지대 없는 성평등 노동 실현(19.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처럼 성차별을 경험한 노동자는 성차별 해소를 위하여 가동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성차별이 오랫동안 눌러 붙어 익숙하고 무감각해졌다. 성차별이 지속되어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에 ‘성차별은 없다’고 뭉개지 말라. ‘이것이 성차별’이라고 말하는데 ‘저것도 보라, 역차별’이라며 논점을 흐리지 말라. ‘이것’도 ‘저것’도 성차별이라면 모두 바꾸어내면 될 일이다.

성차별에 대한 논의는 ‘남녀 갈라치기’를 하려거나 여성만이 잘 살겠다는 선동이 아니다. ‘성별’의 다름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당연한 진리의 확인이다. 성차별과 성차별적 괴롭힘을 문제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에 성차별에 대한 논의가 더 불붙기를 바란다.

 


5. [현장발언5]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 CC분회 이주영 분회장)

 

안녕하세요. 저는 화성에 위치한 상록골프장에서 20년 동안 캐디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정해진 근무 시간과 근무수칙을 준수하고, 캐디 업무 외에도 정해진 시간과 날짜에는 청소나 배토 작업을 수행해왔습니다. 저는 독립적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가 아닌 회사의 규정에 따라 종속적으로 일하는 근로자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 캐디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하여,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법적 보호나 근로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도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를 출산한 이유로 회사에서 배척당하고 해고된 경험이 있습니다. 주변 캐디들도 고객의 성희롱이나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회사 관리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해고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노동청에 신고도 해보았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답변에 좌절한 것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저는 저의 고용신분이 어떤 근거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수 없는지, 회사는 이점을 악용해 이득만 챙기는데 정부는 개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지 매 순간 억울함을 느낍니다. 정부는 산업안전법, 고용보험법과 같이 개별법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그 법으로도 아직 우리는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매번 노동법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기쁜마음에 바뀐 법을 살펴보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만이 그 대상이라는 이야길 들으면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남들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보호받는데 왜 저는 이렇게 호소하고 외쳐도 보호받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수 많은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들과 수천 수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법률과 정책을 만들어주시기를 요구합니다.



[공동기자회견문] 22대 국회에 바란다. 여성노동자가 원하는 5대 성평등노동정책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과 후보들은 이제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총선은 주권자가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정책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욕설과 정쟁으로 얼룩진 총선판에서 우리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2대 국회에서 꼭 이루어야하는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5개 분야 23개 과제로 제안된 정책 내용 중 여성노동자들에게 5개 영역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을 고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뽑힌 다섯가지 정책은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각 정당들은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정책들을 실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첫째, 성평등한 삶과 일이 공존하는 노동자의 돌봄권이 보장되는 일터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뽑힌 것은 ‘주 35시간 근무제’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5위 안에 드는 장시간 노동국가이다.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삶의 시간이 부족한 시간빈곤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는 노동자의 돌봄 시간과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시간을 갉아먹는다. 더욱이 현 정부는 지속적으로 더 긴 장시간 노동을 획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이라는 평면화된 관점에서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돌봄권의 관점으로 사유되어야 한다. 나를 돌볼 권리,  가족과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의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 현재 많은 정당에서 주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4일제는 임금삭감없는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법 밖의 노동자들에게도 과노동이 일상화된 현실이다. 기준 노동시간의 단축이 시급하다. 노동자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오늘이라는 희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청년여성노동자의 독립된 삶이 보장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터 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역 내의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이다. 지역의 청년 여성노동자들은 나고 자란 지역에서 살아가고 싶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여성집중 일자리 뿐이다. 청년 여성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이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들은 모범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지역 내 기업들에게 성평등한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견인해야 한다. 그것만이 지역을 살리고 청년여성노동자들을 살리는 길이다. 


셋째, 성별임금격차가 해소된 성평등한 일터이다. 여성노동자들은 그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꼽았다. 현재 한국의 돌봄일자리는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대명사이다. 이러한 돌봄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40만명으로 추산되며 90% 이상이 여성이다. 이들의 22.2%가 저임금노동자에 속한다. 돌봄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돌봄노동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곧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돌봄일자리는 대부분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에 속한다. 이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이다.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은 정부가 마음만 먹고 예산을 투여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사회서비스원을 폐쇄하고 저임금의 이주가사돌봄노동자들을 들여오려 하고 있다.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다.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고,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위해서는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넷째, 예방과 근절을 중심으로 하는 안전한 일터 이다.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성차별적 괴롭힘’ 규율 이다. 여성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 

“여성비하적 언행, 성차별적 업무관행, 여성혐오적 조직문화, 상사들의 심기수발 요구, 꾸밈 노동, 외모 품평 등” 이는 차별이자 괴롭힘이지만 관행으로 취급되며 문제로 수용되지 않는다. 문제로 인정되지 조차 않는 조직문화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여성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 EU, 캐나다 등은 성차별적 괴롭힘을 금지하는 판례나 법률이 확립되어 있다. 

성차별적 괴롭힘을 금지되는 광의의 성차별 중 하나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성차별적 괴롭힘을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규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모두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사각지대 없는 일터 이다.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다. 여러 정당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법’을 제정하겠다 공약하였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빼앗긴다. 문제는 이것이 모두 합법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정만을 위해 긴 시간 법정투쟁을 해야만 한다. 권리의 배제는 일터뿐 아니라 삶의 구석구석으로 이어져 대출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을 ‘노동자’라고 인정하는 노동법의 변화, 근로기준법 안에서의 노동자 정의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각 정당이 여성노동자들의 바램을 엄중히 받아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갈 것을 요구한다. 


2024. 3. 28

한국여성노동자회(경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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